고3을 대상으로 한 첫 수능 모의평가인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지난 5월21일 오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1교시 시험을 치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에서 기획단장으로 일하던 장수명 한국교원대학교 교수가 임명 다섯달 만에 단장직을 사임해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장 교수는 지난 1일 기획단장직을 그만두고 교원대로 복귀했다. 국가교육회의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을 준비하고, 교육 혁신과 중장기 교육정책을 논의하는 기구로, 지난 3월 3기를 맞았다. 장 교수는 김진경 의장과 함께 연임돼 지난 2기에 이어 3기에도 기획단장으로 일해왔다. 국가교육회의는 교육부 장관 등 당연직 위원 9명과, 의장을 포함해 대통령이 위촉하는 위원 10명으로 구성되는데, 기획단장은 위촉된 10명 가운데 의장이 임명한다.
장 교수는 국가교육회의의 실무 총책임자 격인 기획단장과, 고등·직업교육개혁전문위원회 위원장을 함께 맡았었다. 위촉위원 10명 가운데 드물게 고등교육 전문가로, 장 교수는 사임하기 불과 몇주 전까지도 고등교육 개혁 문제를 공론화하려고 각계와 접촉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장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이 곧 발의돼, 위원회 출범 작업이 국회로 넘어갈 상황이라 크게 더 할 일이 없다. 더는 대학에서 멀어져 있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교단 복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가교육회의 안팎에서는 “기획단장직을 내줘야 하는 상황에 몰려 그만둔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내비친다. 복수의 국가교육회의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나온 이광호 전 교육비서관이 기획단장으로 오게 될 것이라는 말이 돌면서 장 교수가 그만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전 비서관은 김진경 의장 등과 함께 <유령에게 말걸기>라는 책을 집필한 바 있다.
하마평대로 후임 단장이 교체될 경우, 미래 교육의 큰 그림을 그리는 국가교육회의가 고등교육 분야를 제대로 다루기 힘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전 비서관도 교육운동가지만, 이우학교 교장 출신으로 혁신학교 운동을 주도해와 전문 분야는 초·중등 교육이다. 한 교육위원은 “장 교수 개인이 문제가 아니라, 국가교육회의 안에 고등교육 쪽이 더 취약해지는 게 문제다. 새 기획단장까지 유·초·중등 전문가가 맡게 되면 고등·직업교육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인 교육 설계도를 그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국가교육회의 쪽은 “장 교수는 개인 사유로 기획단장직을 그만둔 것으로 비상근 위원직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후임 기획단장 인선을 두고는 “의장이 새로 임명해야 하나,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며 “(장 교수 말고도) 이미 대통령 위촉 위원 2명이 공석이어서 새로 위촉을 해야 한다. 신임 위원이 단장직을 맡을지는 청와대 인사검증 등이 이뤄져야 해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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