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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엄마 ‘누’ 잡아먹은 배고픈 사자 동물들의 재판

등록 2006-01-15 18:58수정 2006-01-16 14:44

아기 ‘누’가 사자를 고소했대요
너구리 판사가 말하는 ‘자연의 이치’
배심원이 된 아이의 결론은…
다르게 읽기 깊이 보기

책을 덮고 나자 연극을 본 느낌이 들었어요. 그림책의 첫 장면은 무대를 상상하게 해요. 아프리카 탄자니아 초원의 바위 언덕. 무대를 꾸미기는 어렵지 않겠어요. 멀리까지 펼쳐진 풀밭을 그리고 바위 언덕을 배경으로 무화과나무 한 그루를 세우면 돼요. 무화과나무는 천 년 전부터 그 자리에 서서 초원을 내려다보고 초원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존재라 나레이터로 적당할 듯 해요.

평화롭고 한가해 보이는 초원을 한 눈에 보여주고 난 뒤 쿠르릉 쿠르릉 땅 울리는 소리가 들리고 붉은 조명아래 사건이 펼쳐져요. 누 떼가 뛰어가고 사자가 뒤쫓아와요. “히익!”하고 외마디 소리가 나더니 초원은 다시 조용해지죠. 장면은 바뀌고 바위 언덕에서 동물 재판이 열려요. 아기 누가 사자를 고소했어요. 사자가 엄마 누를 잡아먹었기 때문이에요. 재판관은 바위너구리, 변호사는 코끼리와 큰귀여우, 피고는 사자, 원고는 어미를 잃은 아기 누예요. <동물재판>을 연극 같다고 느낀 것은 여러 동물이 등장해 한 마디씩 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 이예요.

사자는 아기 누의 엄마를 죽인 나쁜 동물일까요? 사자는 유죄일까요? 무죄일까요? 수수께끼의 답을 찾아가듯 동물들의 증언을 통해 진실이 밝혀져요. 재판관 바위너구리는 탕탕 바위를 두드리고 말해요. “사자가 엄마 누를 죽인 것은 무죄입니다. 다만… 모두들 엄마 잃은 아기 누를 위로해 주시기 바랍니다.” 병든 어미 누를 죽인 사자의 행동은 자연의 이치를 따른 것이었어요. 초원은 평화를 되찾았고 나레이터의 정리로 연극은 끝나요. “누군가 세균이 퍼지기 전에 병든 동물을 찾아서 죽여야 합니다. 사자가 하는 일은 사냥입니다. 하지만 자연은 사자에게 또 하나의 일을 주었습니다. 바로 초원의 동물들을 지키는 일입니다.”

이야기를 연극으로 꾸며보는 일은 크게 마음먹지 않고는 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사자나 아기 누, 독수리나 들소가 되어 대사를 외우고 말하다 보면 등장인물들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요. 이야기에 담긴 논리나 느낌도 깊이 생각하며 받아들일 수 있고요. 무엇보다 재미있고 즐거운 문학 경험이 되겠지요.

글을 쓴 일본인 다케다즈 미노루는 야생동물을 좋아해서 수의사가 되었대요. 일본 홋카이도에서 상처 입은 야생동물을 치료하고 재활시키는 일을 했다고 해요. 그림을 그린 아베 히로시도 동물원의 사육사였고요. 지금은 두 사람 모두 작가가 되었답니다. 야생동물을 편견 없이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계속 쓰고 싶었나봐요. 다케다즈 미노루 글, 아베 히로시 그림. -웅진주니어/ 8500원.

이성실/자연그림책 작가 6315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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