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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우리 학교 이렇게 바꿔봐요

등록 2006-01-15 16:22수정 2006-01-16 14:42

학교교육개혁연구모임 토론회에 참석한 교사들이 ‘학교 사례 전시회’에 전시된 자료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학교교육개혁연구모임 토론회에 참석한 교사들이 ‘학교 사례 전시회’에 전시된 자료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교실앞 텃밭에 배추 심고
마음 다스리는 법 배우고…

학교교육개혁연구모임 순천서 토론회

“교육으로 하여금 삶의 운동이 되게 하라! 봄꽃들이 피어나듯, 바람이 불듯, 소리도 없이 곡식이 익듯, 변화가 ‘홀연히’ 찾아오게 하라!”

학교교육의 아름다운 변화를 꿈꾸는 대학 교수, 제도권학교 및 대안학교 교장과 교사들의 모임인 ‘학교교육개혁연구모임’의 슬로건이다. 이 모임이 벌이는 운동의 ‘지향’을 잘 보여준다. 이 모임은 거창한 이념이 아니라 소박한 실천을 소중하게 여긴다. 학교교육 개혁의 실마리를 학교 ‘밖’이 아니라 ‘안’에서, ‘제도’가 아니라 ‘정신’에서 찾고자 한다. 1997년 시작된 러시아의 ‘아름다운 학교 운동’과 맥을 같이 한다. 이 모임은 2002년부터 해마다 한 차례씩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실천 사례와 그 속에 담긴 정신을 나눠 왔다. 이 모임의 다섯번째 행사가 4~7일 전남 순천 순천대에서 열렸다. 올해의 주제는 ‘학교를 단위로 한 변화란 무엇인가?’였다. ‘교육혼’, ‘아름다움’, ‘생태적 학습’을 지향점으로 내걸었다. 4일 동안 이 세 가지 지향을 담은 다양한 단위 학교의 실천 사례 발표와 강연이 이뤄졌다.

아이들을 자연의 품으로=경기 수원 율현초등학교 노은희 교사 반 아이들에게 자연은 배움터이자 놀이터다. 노 교사는 7년째 ‘자연과 함께 하는 학급운영’을 실천하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초록빛으로 물들여 오고 있다. 회색빛 콘크리트 숲에 둘러싸여 감성을 잃어가고 있는 도심속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과도한 ‘학습 노동’과 각종 소음, 자극적인 불빛 따위로 인해 몸의 감각을 잃어버려, 풀벌레 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꽃향기를 맡지 못하며 생동감 있는 눈빛마저 잃어버린 아이들, 한 가지 활동에 푹 빠져들어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펴지 못하는 아이들, 지그시 한 곳을 바라볼 수 있는 환경이 없어 마음의 평화를 얻지 못하는 아이들, 친구들과 신명나게 뛰어 놀 공간이 없는 아이들. 그들에게 감수성과 상상력을 길러주기 위해 자연을 벗삼는 교육을 시작했다.

노 교사는 해마다 새학기가 시작되면 학교 화단에 터앝(울타리 안에 있는 작은 밭)을 일궈 아이들에게 나눠 준다. 터앝 옆에는 구덩이를 파, 벼농사를 짓고 올챙이와 달팽이, 물배추, 부레옥잠과 같은 수생동식물을 키울 연못도 만든다. 반 학부모들에게는 자연친화적 체험학습과 예술적 교육활동의 필요성을 알리는 편지를 보낸다. 가정과의 연계지도를 위해서다.

터앝에 상추, 배추, 오이 등 채소를 심고 가꾸는 일, 연못에 모내기를 하고 거름주는 일 등이 모두 ‘꼬마 농부’들의 몫이다. 채소가 자라나는 모습을 담아 ‘육아일기’도 쓴다.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정성으로 채소를 돌보자는 뜻에서 ‘관찰일기’가 아니라 ‘육아일기’로 부르기로 했다. 미술시간에는 터앝에서 자기가 가꾸는 식물의 열매를 그려 보고, 국어시간에는 터앝에 나가 시를 쓰고 채소에게 편지도 쓴다. 과학시간에는 터앝과 연못의 변화를 관찰하기도 한다. 터앝은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교실인 셈이다.


아이들과 자연의 만남은 학교 울타리 밖으로 이어진다. 재랑활동시간과 미술, 과학시간 등을 활용해 가까운 들과 숲으로 나가 계절의 변화를 한껏 느껴 보기도 하고, 씨앗 날리기와 같은 생태놀이도 한다. 월별로 가장 많이 피는 꽃 한 가지씩을 정해 지그시 들여다보며 꽃 향기를 맡고, 꽃물로 편지를 쓴다. 교실 뒷쪽 창가에 ‘생명터’라는 공간을 만들어 계절별로 올챙이, 열대어, 누에, 달팽이, 귀뚜라미, 사슴벌레 등 작은 생명을 함께 기른다. 이렇게 자연과 만나면서 보고 느낀 것을 그림과 글에 담아 ‘북아트’ 형식으로 예쁘게 꾸며 보기도 한다. 교육활동이 자연스럽게 예술로 승화하면서 아이들 내면에 깊이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다.

마음을 다스리는 교육=인성교육 분야 특성화고교인 경주 화랑고는 일주일에 한 시간씩 ‘마음 대조 공부’ 수업을 한다. 마음 대조 공부의 원리는 호수를 예로 들어 설명할 수 있다.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지면 물결이 인다. 마음 대조 공부에서 잔잔한 호수는 ‘원래 마음’에 해당하고, 돌멩이는 ‘경계’에, 물결은 ‘일어나는 마음’(경계 때문에 생긴 마음)에 해당한다. ‘경계’는 나를 즐겁고 화나고 짜증나게 하는 모든 것들(사람, 사물, 사건 등)을 뜻한다. 예를 들면, 동생이 내 공책을 찢는 행동이 ‘경계’이고, 그 일 때문에 동생이 미워지는 것은 ‘일어나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호수의 예로 돌아가서 돌멩이 때문에 인 물결을 잠재우는 방법은 뭘까? 그냥 저절로 사라지도록 가만히 두면 된다. 즉, ‘일어난 마음’을 ‘원래 마음’으로 돌리려면 그냥 그대로 두면 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일단 멈추기’이다. 경계가 찾아왔다고 느끼는 순간 감정의 흐름에 끌려가지 말고 일단 멈춘 뒤, ‘원래 마음’에 ‘일어난 마음’을 비춰 본다. 그러면 자기 중심적 사고에 빠져 있는 자신의 마음이 보이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

화랑고 학생들은 경계에 따라 일어난 마음들을 마음대조공부법으로 해결한 과정을 적는 마음대조일기를 쓴다. 담당 교사는 일기 감정을 통해 학생이 쓴 마음대조일기에 댓글을 달아주고, 직접 만나 상담도 해준다.

충남 아산 온양고 방진희 교사는 학교에 만연한 경쟁 이데올로기와 성적지상주의로 인해 학생들의 마음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주기 위해 ‘마인드 비전’이라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활용한다. 교사가 어떤 가치를 갖고 학생에게 접근해 가는 방식의 기존 인성교육과는 달리, ‘마인드 비전’은 학생들에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이웃과의 참된 만남을 통해 자기 비전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학생을 중심에 둔 수업=충남 천안 복자여고는 입시경쟁이 치열한 비평준화 지역 인문계 고교이지만, 획일적인 틀을 벗어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매주 토요일을 일부 초등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책가방 없는 날’로 정해, 전일제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인성계발(4시간), 클럽활동(4시간), 학급활동(4시간), 초청강연(2시간), 독서·토론(2시간)을 돌아가며 진행한다. 초청강연에는 시민단체 활동가, 작가,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수학여행도 학교에서 4가지 주제별 코스를 제시하면 학생이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체험학습 효과를 높였다. 모의법정과 장애체험을 매년 학급별로 한 차례씩 실시한다. 획일적이고 강제적인 보충수업은 1992년부터 일찌감치 없앴다.

감리교 계열의 기독교 학교인 충남 아산 한올중 학생들은 “종교수업이 가장 재미있다”고 말한다. 담당인 차은혜 교사가 종교교육의 모든 과정을 예술적으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교회에서 그 달의 주제시를 함께 낭송하는 것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수업시간 내내 음악이 흘러 나온다. 수업시간에는 서로 친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 첫 시간에 지은 애칭을 부른다. 차 교사의 애칭은 ‘바다’이다. 수업은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영상을 통해 주제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수업이 끝난 뒤에는 느낀 점을 그림이나 글로 표현한다. 수행평가는 학생들과 협의해 ‘다른 사람에게 내 종교 소개하기’, ‘엄마에게 하는 내 고백’ 등처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주제를 골라 실시한다. 수업태도 점수는 학생들이 스스로 적어 내게 한다.

경남 진해 동진여중은 모든 중학교 신입생들이 으레 치르는 반 편성고사를 지난해부터 없앴다. 교사가 등수에 따라 아이들에게 선입관을 갖게 되는 등 비교육적이라고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이용훈 교장은 “학교가 배타적인 경쟁을 통해 왜곡된 우월감과 열등감을 양성하고 계급, 인종, 성에 대한 사회적·문화적 차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곳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순천/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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