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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국어·수학 ‘집중교과’ 선정해 취약계층 지원해야

등록 2020-07-08 05:00수정 2020-07-08 17:59

길어지는 원격수업 부작용 막으려면

당국, 출결 처리·평가 방식에 관심
투자도 ‘온라인 교육 인프라’ 집중
교육격차 대책은 멘토링 사업뿐

교육단체, 교육과정 경감 등 제안
“수업 우수사례 발굴해 질적 혁신을”
온라인 개학 기간이었던 지난 4월 서울 마포구 염리초등학교에서 6학년 5반 선생님이 학생들과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응급교육’이었던 원격수업은 교육을 혁신할 수 있는 동력으로 평가받는 한편 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온라인 개학 기간이었던 지난 4월 서울 마포구 염리초등학교에서 6학년 5반 선생님이 학생들과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응급교육’이었던 원격수업은 교육을 혁신할 수 있는 동력으로 평가받는 한편 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당분간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의 병행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가 교육격차 심화 등 원격수업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 4월 온라인 개학 직후부터,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원격수업을 미래교육의 전환점으로 삼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3차 추가경정예산은 정부가 ‘미래교육’을 위해 어디에 힘을 쏟고 있는지 보여준다. 신규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2367억원을 들여 초중고에 무선접속장치(AP)를 구축하고 노후 피시·노트북을 교체하는 ‘초중등 온라인 교육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시범학교 400곳을 선정해 디지털 콘텐츠를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학생들에게 태블릿피시를 보급하는 ‘온라인 콘텐츠 활용 교과서 시범사업’(128억원)과 함께, 원격수업 관련 환경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는 정부가 밝힌 ‘한국판 뉴딜’ 가운데 ‘비대면 산업 육성’에 해당하는 사업들이다.

문제는 신규 사업들이 통신망·디지털기기 확충 등 원격수업 관련 ‘하드웨어’ 구축에만 쏠려 있다는 점이다. 교육격차 문제에 직접 대응하는 사업은 ‘초중고 취약계층 학생 에듀테크 멘토링 지원’(156억원) 사업이 유일하다. 전국 교육청이 멘토 2천명을 채용해 기초학력 등에 문제를 겪는 취약계층 학생 4만명을 돌봐주는 사업이다. 그러나 4개월짜리 단기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설계된데다 원격수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원격으로 도와준다는 개념이라,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교육 전문가들은 정부가 막연히 “원격수업이 미래교육”이라고 선언할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로 ‘잃어버린 세대’가 나타나는 것을 막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학교라는 공간은 모든 학생들에게 평등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기본인데, 코로나19 상황에서는 국가와 사회가 제공해야 할 것들이 개별 가정에 맡겨진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교육격차 심화를 막아야 하는데, 단지 ‘하드웨어’ 구축만으론 이를 해결할 수 없다는 취지다.

강태중 중앙대 교수(교육학)는 “온라인 개학 때 교육당국은 유독 출결 처리와 평가 방식 등을 마련하는 데만 집중했는데, 이는 출석일수를 채우는 등 공식적인 기록만 있으면 교육은 이뤄졌다는 안이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코로나19 상황에서 “교육 철학의 총체적 빈곤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가뜩이나 교육이 상징 자본을 얻기 위한 경쟁의 장으로 전락한 가운데, 정부가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지원하는 등 기존의 약한 고리가 더 약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에 나서기보단 탁상행정식 대응에만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는 최근 영국 정부의 조처를 모범 사례로 들었다. 영국 역시 코로나19로 학교 문을 닫았다가 최근 조금씩 학교 문을 열었는데, 9월 새 학기에 영국 정부는 빈곤층 학생들이 개인교습을 받도록 하는 데 3억5천만파운드(약 5200억원)를, 초등학교와 중등학교 학생들이 일대일 또는 그룹 교습을 받게 하는 데 6억5천만파운드(약 97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취해야 할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시했다. 교육부가 ‘핵심 성취기준’을 선별해 제시하는 등 교육과정 부담을 덜어주고, 기초학력에 영향을 주는 수학·국어 과목은 ‘학습결손 집중교과’로 선정해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염병 확산 상황뿐 아니라 교육적 효과를 고려해 등교수업 간격을 조정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원격수업이 형식적으로만 흐르지 않도록, 상대평가·정량평가보다는 개별 학생의 성장 과정을 살필 수 있는 절대평가·정성평가를 중심으로 평가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학급이나 수업 단위로 설계된 기존의 학습관리시스템(LMS)을 학생 기준으로 재편해야 할 필요성도 지적했다.

교육부 원격수업 자문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정찬필 미래교실네트워크 사무총장은 “아무리 ‘하드웨어’에 많은 투자를 하더라도, 교육 현장에서 질적인 전환이 일어나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격수업에서 교육적인 성과를 낸 사례들을 찾아내고 확산시켜 교육 기법을 혁신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꼽았다.

최원형 이유진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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