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지역 특수학교, 유치원, 초·중·고등학교(고3 제외) 등교 수업이 시작된 11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 송내동 솔안초등학교에서 처음 입학한 학생들이 교사의 안내에 따라 학교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고등학교 1학년생 ㄱ양은 지난 3일 올해 첫 등교를 하자마자, 집으로 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코를 훌쩍거린 ㄱ양에게 학교 쪽이 “코로나19 증상일 수 있으니 진단검사를 받으라”고 한 것이다. ㄱ양은 평소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고 있다고 했지만, 학교 쪽은 ‘코로나19와 관계없다’는 의사 소견서를 요구했다. 하지만 동네 병원을 찾아간 ㄱ양은 “그런 내용을 써주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하는 수 없이 ㄱ양은 진단검사를 받았고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학교는 다시 의사 소견서를 요구했다. 결국 진단검사를 해준 병원을 다시 찾아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에야 “코로나19로 인한 증상 가능성이 매우 낮아 학교생활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소견서를 받았다. ㄱ양은 친구들보다 1주일 늦게 지난 10일에야 등교를 했다.
학교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몰두하고 있는 가운데, 경직된 방역수칙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ㄱ양처럼 기저질환이 있거나 일시적으로 발열, 두통 등의 증상을 보인 학생들까지 ‘등교 중지’를 당하는 사례가 나오는 탓이다.
학교 방역수칙은 ‘발열, 기침, 호흡곤란, 오한, 근육통, 두통, 인후통, 후각·미각 소실 또는 폐렴 등’을 코로나19의 주요 임상증상으로 규정하고, 증상이 발견되면 ‘출근 및 등교하지 않고 선별진료소에 방문하여 진료·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특히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해당 증상이 코로나19와 연관성이 없고 타인에게 전파되는 감염병이 아니라는 것을 의사 소견 등으로 확인 후 등교”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학교들이 방역수칙을 근거로 기저질환이 있거나 일시적 증상을 보이는 학생에 대해서도 의사 소견서를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병원들은 이런 내용의 소견서를 써주길 꺼린다는 점이다. 또다른 서울의 고1 학생인 ㄴ양은 중간고사 이틀 전인 지난 8일 두통으로 학교에서 ‘등교 중지’ 조처를 당했다. 학교 쪽은 “병원에서 ‘코로나19와 관계없다’는 소견서를 받아오면 등교할 수 있다”고 했지만, 10년 넘게 다닌 병원에서조차 소견서 작성에는 난색을 표했다. 결국 진단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뒤에야 ㄴ양은 등교할 수 있었다. ㄴ양의 아버지는 “학교와 의료기관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에 화가 났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조명연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장은 “의사 소견서는 기저질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일 뿐, ‘코로나19와 관계없다’는 문구를 기계적으로 적용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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