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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80일 만에 문 연 학교…“반가워“ 웃지만 ‘급식 4회전’ 등 조심조심

등록 2020-05-20 11:07수정 2020-05-20 22:08

[고3 등교한 서울 지역 한 특성화고 가보니]
교사들, 교문부터 손세정제 뿌려주며
“간격 좀 띄우자” 거리두기 권유
실내 바닥엔 빨간 선 그어 동선 통제
급식은 4개 그룹으로 나눠 시차 두고 진행
전국 고3 등교가 시작된 20일 인천시 부평구 인천외국어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며 손세정제로 손을 씻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고3 등교가 시작된 20일 인천시 부평구 인천외국어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며 손세정제로 손을 씻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고등학교 3학년이 80일 만에 등교를 한 20일 아침, 서울 지역 ㄱ특성화고 교문 앞은 학생들로 북적였다. 예전처럼 3월에 등교를 했다면 모두 춘추복 차림이었겠지만, 학생들 대부분은 시원한 하복을 입고 있었다.

“반갑다. 잘 지냈어?” 등교 지도를 맡은 최아무개 교사가 손세정제를 들고 들어오는 학생들의 손마다 뿌려주며 인사를 건넸다. 두세명씩 무리를 지어 들어오는 학생들에게는 “간격을 좀 띄우자”고 권했다. 오랜 만에 학교에 온 것이 즐거운 듯 학생들은 활기차보였다. 개인 위생을 위한 차원인지 커다란 생수병을 들고 등교하는 학생들이 유난히 눈에 자주 띄었다.

코로나19 위험을 막기 위한 방역 지침 때문에 학교 생활은 예전보다 까다로워졌다. 교실이 있는 본관 안에 들어서니 방역복을 입은 교사 2명이 열화상카메라와 함께 학생들을 맞이했다. 바닥에는 학생들의 동선을 알려주는 빨간 선이 테이프로 만들어져 있었다. “얘들아, 빨간 선 안쪽으로 그냥 지나가면 돼. 빨간 선 안쪽으로 이동해서 각자 교실로 가세요.” 교실에서는 담임 교사가 체온계로 또다시 발열 확인을 했다.

본관 출입구에서 발열 확인을 맡은 3학년 담임 김경호(가명) 교사는 “교사들끼리 당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맡기로 했다. 오랜 만에 아이들을 봐서 좋은데, 한편으론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3학년인 ㄱ군 역시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면서도 “코로나19 때문에 채용 공고가 미뤄지거나 변경·삭제되는 곳이 있어 취업에 부담스러운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각자 개인 위생에 신경쓰겠지만, 급식이나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다”고도 했다.

서울 지역 ㄱ특성화고 급식실 모습. 4개 있는 배식대 가운데 2개만 써서 거리 띄우기를 하기로 했다. 현장취재단
서울 지역 ㄱ특성화고 급식실 모습. 4개 있는 배식대 가운데 2개만 써서 거리 띄우기를 하기로 했다. 현장취재단
ㄱ학교는 전교생이 430명 수준으로 규모가 크지만 학급당 학생 수가 24~25명 정도라, 그나마 ‘거리 띄우기’를 실시하는 데 큰 무리가 없는 편이라고 했다. 당분간은 고3만 등교하기 때문에 1·2학년 교사들이 3학년 수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대응이 가능하다. 다음주부터 단계적으로 등교할 1·2학년은 학년별로 격주 등교를 실시할 방침이다. 가장 우려가 큰 급식시간은, 배식구 4개 가운데 2개만 열고 전체 학생을 네 그룹으로 나눠 시차를 두고 실시할 계획이다. 마주보지 않게 자리를 띄우고, 바닥에 테이프를 설치해 한 방향으로만 이동할 수 있게 동선도 관리한다. 교내 방송에선 “손소독제를 사용해주시고, 당분간 대화를 삼가해주세요. 공기청정기는 당분간 사용이 중지됩니다. 학교 안에서는 중앙의 붉은 선 기준으로 우측통행해주세요” 등의 안내가 흘러나왔다.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학생이 있으면 학교 안에 마련된 ‘일시적 관찰실’로 이동해야 한다. 학생 수가 많은 학교라서, 이 학교에는 보건교사 1명과 보건지원강사 1명이 보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보건지원강사 최미현(가명)씨는 “보건교사가 수업에 들어가면 보건실에 보건지원강사가 근무하는데, 일시적 관찰실에도 누군가 근무하는 게 필요하다”며 인력이 충분하진 못하다고 말했다.

특성화고라 실습수업이 많은데, 실습수업 때에는 12명 규모로 분반 수업이 가능한 등 거리 띄우기가 좀 더 수월하다고 한다. 이기상(가명) 교사는 “특성화고라 실습을 안하면 숙련도를 높일 수 없는데, 원격수업으로는 그걸 채울 수 없기 때문에 개학에 대한 압박감이 컸던 상황”이라고 했다.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생활지도, 방역 등의 업무를 나눠서 맡기로 했지만, “가르치는 것 말고도 해야 할 게 너무 많은 상황”이 부담된다고도 했다. 그는 “오늘부터 3학년 학생들이 어떤지 보고, 1·2학년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는 게 더 좋을지 따져봐야 한다. 무증상 전파 가능성이 있는데, 학생들은 활동적이니까 그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등교수업을 시작한 전국 고3은 모두 44만5천여명으로 추정된다. 지역에 있는 전교생 6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들은 학년에 관계없이 이날부터 등교수업을 시작할 수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당분간 가동되는 ‘등교수업 지원 비상 상황실’에서 각 시·도교육청의 등교수업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이태원 감염자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서울·경기·인천교육청과는 영상회의를 열어 상황을 돌보기로 했다. 인천에선 이날 오전 고등학생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10개 군·구 가운데 미추홀구·중구·동구·남동구·연수구 고등학교 66곳의 등교가 모두 중지되고 학생들은 귀가 조치됐다.

20일 김제 봉남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하고 있다. 교육부는 모든 학생이 등교해도 생활 속 거리 두기가 가능한 전교생 60명 이하 소규모 학교는 이날부터 등교 수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연합뉴스
20일 김제 봉남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하고 있다. 교육부는 모든 학생이 등교해도 생활 속 거리 두기가 가능한 전교생 60명 이하 소규모 학교는 이날부터 등교 수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연합뉴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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