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 진행하는 온라인 샌드아트 및 구연동화 누리집 갈무리 화면.
“아이들이 1년을 기다려온 어린이날인데, 많이 아쉽죠. 나가자고 보채기도 하고….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니 집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두 딸을 둔 아빠 임민주(37)씨의 말이다.
코로나19가 5월 어린이날 연휴 풍경을 바꾸고 있다. 어린이날까지는 생활방역이 아닌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됨에 따라 연례행사 대부분이 취소된 탓이다. ‘집콕 연휴'가 이어지면서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문화예술기관들도 이에 맞춰 다양한 온라인 공연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98번째를 맞이한 올해 어린이날의 주요 테마는 ‘비대면 놀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집콕 놀이 챌린지’가 보호자와 아이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푸르디푸른 어린이날, 가족과 함께 온라인에서 즐길 수 있는 공연·전시를 소개한다.
■ 오페라·국악 보며 떠들 수 있다고?
서울시오페라단이 무관중 온라인 생중계로 어린이들을 찾아간다. ‘오페라 톡톡-모차르트’는 5일 저녁 7시30분 네이버 티브이(TV)를 통해 생중계된다.
온라인 공연에서는 모차르트가 천재로 알려지기까지의 배경과 노력, 그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된 연주 여행, 영화 <아마데우스>로 알려진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관계에 대한 재조명, 그리고 대표적인 오페라에 관한 이야기와 성악가들의 연주를 통해 모차르트의 삶과 음악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서울시오페라단 이경재 단장의 해설로, 오페라 마티네 상임 연출가 이범로와 오페라 음악코치 정호정이 제작진으로 함께한다. 또한 국내외 오페라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소프라노 소한숙·변지영, 메조소프라노 김윤희, 테너 김재일, 바리톤 김치영, 베이스바리톤 우경식 등 뛰어난 역량의 성악가들이 출연하여 무대를 풍성하게 꾸밀 예정이다.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마술피리> 등 오페라에 숨은 뒷이야기와 성악가들의 연주로 어렵게 느껴졌던 오페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경재 서울시오페라단장은 “많은 어린이가 학교에 못 가고 있는데, 만날 수 있는 문화·공연도 거의 없다”며 “모차르트를 이번 기회에 만난다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충주시립우륵국악단(이하 우륵국악단)도 가정의 달을 맞이해 유튜브 온라인 콘서트를 선보인다. 우륵국악단 관계자는 “5월에는 가정·사랑을, 6월에는 호국·보훈을 주제로 매주 다른 주제로 공연 영상을 제작·상영한다”며 “유튜브 채널을 통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희망 온라인 콘서트를 선보인다”고 전했다.
온라인 콘서트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부부의날 △충주 예인과 함께 테이크(Take)1 △현충일 △6·10 민주항쟁 △충주 예인과 함께 테이크(Take)2 △한국전쟁 70주년, 단오 등 총 8개 주제로 올린 뒤 상영되며, 평소 만나기 어려운 국악의 향연을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시간으로 준비된다. 공연은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 우륵국악단 유튜브 채널로 공개된다. 5월6일 첫 번째 연주를 들을 수 있다.
■ 랜선 호랑이·반달곰은 어떤 모습일까
동물을 좋아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국립생물자원관도 온라인 어린이날 행사를 준비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020 온라인 어린이날 행사’를 5일 오후 3시부터 1시간 동안 국립생물자원관 유튜브 채널에서 생방송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올해 행사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옛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친숙한 호랑이와 반달가슴곰, 멸종위기 2급 흰목물떼새를 주제로 전문가 강의가 열린다. 생방송 중 채팅창에 마련된 문제의 정답을 맞힌 100명에게는 문화상품권 등의 상품을 준다.
또 생물자원관 전시관을 현장에서 체험하는 것처럼 영상을 제작해 설명하는 온라인 전시도 마련된다. 온라인 어린이날 행사를 보려면 유튜브에서 ‘국립생물자원관’을 검색하면 된다. 자세한 방송 안내는 생물자원관 누리집(www.nibr.go.kr) 또는 블로그(blog.naver.com/nibr_bio)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배연재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코로나19로 야외활동이 어려운 어린이들이 비록 집에서지만 우리 생물자원의 소중함과 보전의 필요성에 대해 알아보고 다시 생각해보는 의미 있고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 만든 어린이날 축하 영상 갈무리 화면.
■ 온라인 극장서 만나는 이야기 할머니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2020년 어린이날 도서관 온라인 큰 잔치’를 5일 오전 10시부터 연다. 이 행사는 어린이와 온 가족이 모두 참여할 수 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누리집(www.nlcy.go.kr)을 통해 비대면 온라인 행사로 진행한다.
△샌드(모래)아트와 동화 구연이 접목된 온라인 극장 △그림 그리기 △독후감 대회 △사진 공모전 △‘미꿈소’ 뚝딱 상자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면 푸짐한 선물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 온라인 극장의 반응이 좋다. ‘이야기 할머니’들이 삶의 지혜와 교훈이 담긴 우리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신기한 나뭇잎> 등 6편의 옛이야기에 샌드아트를 접목해 이야기를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이 밖에 도서관 책벌레들의 독후감 대회, 슬기로운 집콕 독서 생활을 자랑하는 ‘집콕 책 읽기 사진 공모전’, ‘미꿈소 뚝딱상자’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돼 있다. 모든 프로그램은 5일부터 15일까지 응모할 수 있다. 심사 결과는 5월27일 발표할 예정이며, 대상 수상자에게는 분야별로 각각 30만원 상당의 상품을 준다. 그 밖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벤트를 마련해 선착순 1천명에게 경품도 준다.
‘2020년 어린이날 도서관 큰 잔치’와 관련된 세부행사 안내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나만의 호패 선물로 받자
남산골한옥마을은 참가한 어린이 모두에게 ‘호패’를 주는 온라인 행사를 선보인다. 서울시는 남산골한옥마을에서 해마다 열었던 어린이날 축제인 ‘남산골 어린이마을’과 상설 체험인 ‘남산골 전통체험’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선보인다고 밝혔다.
남산골 어린이마을 온라인 프로그램인 ‘#(해시태그)남산골어린이마을’은 오는 10일까지 진행된다. 문과 부문의 컬러링(색칠하기)과 무과 부문의 춤과 율동으로 나눠 참여할 수 있다. 참여자가 부문별 이미지나 영상을 ‘#남산골어린이마을’ ‘#남산골한옥마을’ 등의 필수 문구 해시태그와 함께 각자의 에스엔에스에 올리는 이벤트다. 남산골어린이마을 이벤트에 참여한 모든 어린이에게는 어린이날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나만의 호패’를 선물로 준다.
남산골 전통체험은 7일부터 랜선에서 만나볼 수 있다. 준비물인 체험 키트를 온라인으로 유료로 산 뒤 영상을 보고 만들면 된다. 휴대용 윷놀이판을 만들어보는 전래놀이 체험, 3D 한옥 만들기, 전통 매듭 공예 등 5가지 체험이 준비됐다. 종류별 체험 키트는 남산골한옥마을의 누리집에 있는 링크로 접속해 살 수 있다.
■ 취약계층 아동 위한 꿈드림 키트도 마련
서울 은평구는 구청 광장에서 열었던 어린이날 행사를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접고, 온라인 개최를 결정했다.
오는 7일까지 △집콕! 뮤직뱅크 △은평구 어린이집과 함께하는 집콕! 체험활동 △취약계층 어린이를 위한 집콕! 꿈드림 키트 지원 △차콕! 자동차극장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집콕! 뮤직뱅크는 육아종합지원센터 누리집에서 동영상을 본 뒤 집에서 활동하는 사진을 은평구 육아종합지원센터에 올리면 우수 작품을 선정해 선물을 주는 행사다. 집콕! 체험활동은 어린이집에 놀이 키트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집콕! 꿈드림 키트 지원은 취약계층 어린이에게 줄넘기, 콩나물 재배 키트, 놀이 키트 등을 주는 행사다.
서울 성동구도 지난달 20일부터 살곶이체육공원에 자동차극장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번 어린이날을 맞이해 ‘칠드런 위크’를 정하고, 어린이 영화 특집 상영을 한다. 어린이날인 5일은 <알라딘> 등 어린이들과 보호자가 즐겨 볼 수 있는 영화가 상영된다. 영화 관람료는 무료이며, 차량 100대를 사전에 예약 받고 추가 수용 가능분은 당일 현장 접수를 할 예정이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