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앞에서 ‘코로나대학생119' 소속 학생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학의 실질적인 대책 수립과 입학금·등록금 환불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초·중·고 학교들이 4월9일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되면서, 그동안 온라인(비대면) 수업을 실시해온 대학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온라인 수업을 추가로 연장할 필요성이 커진 반면, ‘교육의 질 저하’를 이유로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이화여대는 “1학기 전체 기간 동안 온라인 강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유행에 따라 대부분 대학들이 온라인 수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아예 1학기 전체를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힌 대학은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에 이어 이화여대가 두번째다. 서울대와 한양대는 “코로나19 상황 안정기까지 원격수업을 실시한다”고 새로 밝혔다. 1학기 전체를 온라인 수업으로만 진행할 가능성도 열어둔 것이다. 앞서 성균관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이 같은 취지의 결정을 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실시하면서 정부는 대학에도 개강을 연기하고 온라인 수업을 실시하도록 권고해왔다. 애초 대학들은 코로나19 유행이 한풀 꺾여 초·중·고교들이 개학을 한다면 이달 중 대면 수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실제로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가 전국 대학(4년제) 193곳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3월27일 기준)를 보면, 대면 수업 시작일을 4월6일로 계획한 곳이 46.7%, 4월13일로 잡은 곳이 44.5%에 달했다.
그러나 정부가 4월9일부터 초·중·고교들의 ‘순차적 온라인 개학’ 방침을 밝히면서 대학들도 온라인 수업 일정을 더 연장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당분간 ‘거리두기’ 정책을 유지한다는 뜻이 담겼기 때문이다. 사총협 쪽은 “대학들의 대면 수업 시작 일정을 다시 파악하고 있는데, 지난번과 달리 온라인 수업을 더 연장하는 대학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예컨대 서강대·경희대·건국대 등은 오는 13일 대면 수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상태인데, 이를 더 미룰 가능성이 있다. 고려대·중앙대·연세대처럼 5월에 대면 수업을 시작할 계획인 대학들도 고민이 깊어졌다. 서울대·이화여대·한양대의 사례처럼 아예 1학기 전체를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할 여지를 둘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다만 경북 포항에 있는 한동대의 경우처럼 4월9일부터 온라인 수업과 병행하는 방식으로 대면 수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히는 대학도 있다.
온라인 수업이 길어질수록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하는 대학생 모임인 ‘코로나대학생119’는 지난 1일 전국 대학생 550명의 입학금·등록금 환불 신청을 모아 사총협에 보냈다. 이 단체는 “서버 다운으로 강의를 듣지 못하거나 출석을 하지 못하고 실습·예체능 계열에선 꼭 필요한 실습 수업 자체를 진행하지 못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며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천재지변 등으로 등록금 납입이 곤란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등록금을 면제하거나 감액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 만큼, 교육당국과 대학은 등록금 환불 등 학습권을 보장하는 조처를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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