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교사가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거여동 영풍초등학교 6학년 3반 교실에서 학생들과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오늘은 모둠별로 우리나라 민주화를 이뤄낸 주요 사건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모둠원들은 서로 의논을 해서 선생님이 낸 과제를 같이 완성하세요.”
30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영풍초등학교 6학년 3반 교실. 김현수(34) 교사가 말을 끝내자마자 김 교사 앞에 놓인 모니터 속 댓글창이 바쁘게 올라갔다. ‘난 이한열 열사가 대단하다 느껴.’ ‘시위대가 어깨동무를 한 사진이 간절해보이네.’ 1~4번까지 나뉜 모둠방에서 아이들은 저마다의 의견을 내면서 민주화를 대표하는 하는 사진과 이유, 사건의 과정과 결과 등을 빈칸에 빼곡히 채워나갔다. 김 교사는 실시간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링크 주소를 적어도 좋지만 자기만의 이야기로 풀어봐”, “민주화 사건이 여러분에게 주는 교훈이 제일 중요하니까 다같이 이야기해보자” 같은 조언을 이어갔다. 수업 시간 40분이 끝나갈 무렵 김 교사가 “누가 수업 감상을 말해볼까? 손 들어볼래?”라고 묻자 3반 ‘발표왕’이 제일 먼저 손을 번쩍 들었다.
이날 교실에는 학생이 1명도 없었다. 학생들과 김 교사가 만난 곳은 다름 아닌 구글 ‘클래스룸’(무료 온라인 교육 플랫폼). 김 교사는 교실에 혼자 앉아 각자의 집 컴퓨터 앞에 앉은 학생 17명을 상대로 오전 8시50분부터 낮 12시20분까지 창의적체험학습, 사회와 수학 수업을 진행했다. 반 정원은 20명이지만, 3명은 예술중학교 입시 등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김 교사는 구글 클래스룸 말고도 구글 ‘행아웃미트’를 이용해 아이들의 얼굴을 한명씩 확인하며 출석을 확인했다. 수업을 진행하면서도 몇번이나 영상을 틀어 ‘(공부하는) 표정이 좋아’, ‘열심히 하는데?’ 같은 말을 하며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게 독려했다.
김현수 교사가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거여동 영풍초등학교 6학년 3반 교실에서 구글 클래스룸을 통해 학생들과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영풍초는 서울시교육청이 선정한 ‘원격수업 시범학교’ 9곳 가운데 1곳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4월6일로 예정된 초·중·고의 일괄 등교가 사실상 어려워진 가운데, 시범학교 9곳은 이날부터 1주일간 원격수업을 실제로 진행하면서 느낀 보완점 등을 정리해 시교육청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날 아이들이 배운 내용은 6학년 ‘사회’ 교과에 실린 내용으로, 만약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되면 이처럼 원격수업이 정규 수업을 대체하게 된다.
초등학생의 경우 중·고등학생에 비해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이 어렵지 않겠냐는 지적이 많이 나왔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의 경우 불가능해보이지는 않았다. 김 교사도 “우리 학교의 경우 4학년도 6학년과 비슷한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는 게 김 교사의 지적이다. 그는 “1~2학년의 경우 솔직히 쌍방향 수업은 힘들다. 출결만 확인하고 교육방송(EBS) 콘텐츠나 교사가 내준 과제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등 ‘과제형’ 수업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라도 컴퓨터 사용이 익숙하지 않으면 부모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 이날도 수업 시작 전 일부 학생들의 경우 부모가 온라인 수업에 접속할 수 있게 옆에서 도와주는 소리가 들렸다.
피시(PC)와 스마트기기에 대한 지원도 ‘원격 수업’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다. 영풍초는 크롬북(노트북의 일종)과 태블릿 피시 여유분 150대를 갖고 있는데 이 반에서만 3명이 크롬북을 대여해갔다. 영풍초의 전체 학생수는 600명에 가까운데 지금보다 수요가 더 늘어날 경우 대여분이 부족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교사는 스마트폰의 경우, 구글 클래스룸 등을 통한 학습이 되지 않기 때문에 권유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날 김 교사가 사용한 기기는 본인 소유의 고사양 노트북이었다. 학교에서 지급한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대부분 데스크톱이라 웹캡을 별도로 마련해야 하고 행여 연결 상태가 좋지 않아 학생들의 공부에 방해가 될까봐”라고 답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