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신민철 대구 진월초 교사가 자신의 학급 아이들과 구글 ‘행아웃미트’를 활용해 ‘화상 학급’을 열고 있다.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었지만 매일 오전 10시에 실시간 화상 회의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학습 자료 등을 공유한다. 화면 갈무리
“혹시 미진(이하 학생 이름은 가명)이랑 연락하는 사람 있니? 쌤 대신 전화해서 여기로 좀 들어오라고 전해줄래?”
지난 27일 오전 10시 대구 진월초등학교 5학년 3반 담임 신민철 교사가 구글 ‘행아웃미트’를 이용해 만든 온라인 학급방에 아이들이 하나둘 들어왔다. 신 교사는 채팅창에 차례로 뜨는 이름과 얼굴로 아이들의 입장을 확인했다.
개학이 미뤄지면서, 신 교사는 지난 18일부터 오전 10시마다 30~40분가량 ‘화상 학급’을 열고 있다. 온라인으로 기본적인 소통을 하고 간단한 학습 콘텐츠를 공유한다. 신 교사가 담임을 맡고 있는 3반 학생 20명 가운데 이날 화상 학급방에 들어온 아이들은 모두 7명이다. 신 교사는 “아직은 정규수업은 아니어서 최대한 참여를 유도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참여하지 않는 아이들의 이유는 다양한데, 부모님들이 스마트기기 사용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있고 본인 얼굴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학생도 있다는 것이다.
신 교사가 화면에 ‘이번주에 내가 했던 일을 적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공유 문서를 띄우자, 아이들은 각자에게 배분된 칸에 “학습지 숙제를 했다” “○○학습 영상을 봤다” 등의 내용을 채워나갔다. 이어 모두가 게임처럼 참여할 수 있는 영어 단어 퀴즈와 세계 국기 퀴즈를 함께 풀기도 했다. 신 교사는 아이들 한명 한명의 이름을 불러가며 참여를 유도했다.
“얘들아, 개학이 더 연기되면 계속 화상으로 만나야 할 수도 있는데, 어떨 것 같아?”라는 신 교사의 질문에, 아이들은 “이젠 집이 감옥 같아요” “학교에 빨리 가고 싶어요” 등 질색을 했다. “공부 걱정은 안되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나중에 학교 가서 배우면 되니까, 지금은 괜찮아요” 하며 웃었다. 혜미는 “그래도 이렇게 친구들이랑 쌤 얼굴을 볼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인 5학년 학생들인데도 화상 학급이 시작된 지 20분도 채 안 되어서 아이들의 주의가 산만해지기 시작했다. 신 교사는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주의를 환기시키느라 진땀을 뺐다. 원래도 목소리가 컸던 진철이는 마이크를 잠깐 꺼둬야 하는 일도 생겼다. 장애가 있는 준식이는 반응이 유독 느려, 신 교사는 틈틈이 준식이의 상황을 묻고 대신 글을 써줘야 했다. 이보다 더 긴 시간 동안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신 교사는 전했다. 정부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뿐 아니라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 ‘과제 수행 중심 수업’ 등 다양한 방식의 원격수업에 문을 열어뒀지만,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주로 권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학습 플랫폼 ‘학교가자닷컴’을 기획하는 등 신 교사는 굳이 분류하자면 정보통신 활용 능력이 뛰어난 교사인 편이다. 그런 그조차도 “쌍방향 수업은 최대 10명 정도를 대상으로 할 때 가능하다고 본다. 그 이상은 무리가 많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학생별 스마트기기 보유 여부, 학습을 도와주는 보호자가 있는지 여부, 원격수업을 진행할 교사의 역량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지난 26일 오전 강원 춘천시 강원도교육청에서 남정화 인제 부평초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만약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되면 이런 방식의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원격수업이 도입되는 상황에 대비한 준비가 시급하다고 신 교사는 강조했다. 그는 “무조건 온라인 수업으로만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면 정보통신 관련 접근성과 역량이 부족한 교사와 학생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상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도입하는 비상 수단이라는 점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종이로 된 학습지를 각 가정에 전달하고, 전화를 통해 학습과 상담을 할 수 있게 하는 등 일선 학교와 학급별 상황에 맞게 다양한 보완 방안을 병행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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