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낮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정문이 닫혀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코로나19에 따른 개학 연기가 최장 5주로 늘어나면서,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온라인(원격) 학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당장은 신학기 적응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사태 장기화 여부에 따라 정규 수업 대체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교육부는 유·초·중·고 개학 연기에 따른 학습 공백을 막기 위해 ‘원격 학습’ 활용을 대안으로 내왔다. 이에 따라 교사와 학생들은 각 시·도교육청이 운영하는 이(e)-학습배움터, 교육방송(EBS) 콘텐츠, 교사 스스로 만든 콘텐츠 등 다양한 학습자료를 에스엔에스(SNS)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공유하며 온라인 학습을 이어왔다. 3차로 개학을 연기하면서는 “3월 4주차부터 정규 수업에 준하는” 온라인 학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담임 배정 등 신학기 적응이 온라인 학습의 주된 목적이었다면, 앞으로는 학습 효과를 더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뤄지고 있는 온라인 학습이 정규 수업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의 학습 결과를 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등 정규 수업으로 인정되는 ‘온라인 수업’은 희소 선택과목을 배우길 원한다거나 장기간의 질병과 입원, 천재지변 등으로 출석 수업이 어려운 일부 학생을 대상으로만 운영된다. 개학을 추가 연기하면서 수업일수와 수업시수도 동시에 줄여놓아 온라인 학습으로 정규 수업을 대체할 이유도 아직 없다. 교육부는 “학습 결손을 조금이라도 메울 수 있게 온라인을 통해 자율적으로 공부하도록 안내·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18일 언론 인터뷰에서 “최악의 경우 5주 후에도 개학 연기 사태가 지속이 되면 온라인 학습을 통해서 수업일수를 확보해야 한다”고 밝혀, 개학이 더 늦춰질 경우 온라인 학습으로 정규 수업을 대체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교육 당국에서는 이참에 온라인 학습을 확대할 기반을 단계적으로 다지고 싶어하는 눈치다. 정규 수업에 포함되지 않는데도 “정규 수업에 준하는” 온라인 학습 지원 계획을 밝힌 데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온라인을 활용한 미래 교육 체제를 앞당긴다는 의미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17일 라디오에 출연해 “(온라인 학습 확대가) 굉장히 좋은 하나의 도전이고 아마 좋은 경험이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교사이자 중학생 학부모인 정아무개씨는 “고등학생은 어차피 스스로 자기 공부를 한다지만, 초등·중학생에게 다양한 학습 안내를 하기에는 콘텐츠 부족 등의 한계가 크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중학교 1학년은 자유학년제인데, 진로탐색 등과 관련한 콘텐츠가 별로 없어 국어·영어·수학 중심으로만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경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그동안 교육청이 만든 학습 사이트를 학생들에게 안내해주는 방식으로 운영해왔는데, ‘정규 수업에 준하는’ 온라인 학습은 어떻게 가능한지 막막하다. 쌍방향 시스템이 없어서 학생들과 소통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가 낸 코로나19 관련 보고서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감염병 등에 대한 휴업일이 장기화되어 정상수업이 어려운 경우 원격 학습의 방식으로 수업 이수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수업 이수를 대체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는 교사 또는 교육청 차원에서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국가 차원에서 온라인교육지원센터를 설립·지정해 공동으로 개발·활용하는 검토하고,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부족한 과목의 수업자료를 확충하고, 온라인 수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학습 자료의 질을 점검하고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원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운영”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대학가에서는 최근 서울여대와 카이스트, 성균관대가 잇따라 1학기 전체를 온라인 강의로 진행하기로 결정했거나 적극 검토하고 있는 등 온라인 수업이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코로나19 유행에 따라 교육당국이 온라인 강의에 대한 제한(전체 강의의 20% 이하로 운영)을 풀어준 것이 큰 몫을 했다. 다만 학생들이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등 ‘교육의 질’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편 박 차관은 향후 학사 일정 조정과 관련해, “학기 중 개교기념일과 같은 재량휴업일을 없애거나 토요일이나 공휴일에 학교 축제·체육대회 등을 열어 수업일수를 확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미 2주 정도 여름방학이 짧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와 있지만, 추가적인 방학 기간 단축은 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원형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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