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초·중·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2만1천원으로 전년(29만1천원)에 견줘 10.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사교육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전년비 증가율이 처음으로 두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역대 최고치다.
10일 교육부와 통계청은 전국 초·중·고 3002개교 학부모 및 교사 등 8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초·중·고 학생들의 사교육비 실태 파악 및 교육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쓰기 위해 2007년부터 통계법에 따라 교육부와 통계청이 함께 실시하는 조사다. 지난해 3~5월과 7~9월에 지출한 사교육비를 5~6월과 9~10월에 조사하는 방식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2017년을 앞뒤로 해 최근까지 몇년 사이 모든 사교육 관련 수치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가 확인된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2만1천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첫 조사인 2007년에 22만2천원으로 시작해 2009~2015년 사이 24만원대를 오락가락하다가, 2016년 25만6천원, 2017년 27만2천원, 2018년 29만1천원 등 최근 몇 년 사이 ‘폭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들만 가려내어 집계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2만9천원으로, 전년(39만9천원)에 견줘 7.5% 늘었다.
무엇보다 고등학생의 사교육비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고등학생은 2019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로 36만5천원을 썼는데, 이는 2018년(32만1천원)에 견줘 13.6%나 늘어난 수치다. 2018년 역시 2017년(28만5천원)에 견줘 12.8%나 늘어난 바 있다. 고등학생은 대체로 대입 준비를 목적으로 사교육을 소비하기 때문에, 고등학생 사교육비의 증가는 대입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초등학생, 중학생이 어떤 고등학교를 희망하는지에 따라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에 차이가 벌어지는 현상도 확인됐다. 일반고 진학을 희망하는 초등학생·중학생은 1인당 월평균 27만8천원을 썼지만, 자율형사립고, 과학고·영재고, 외고·국제고 진학을 희망하는 초등학생·중학생은 각각 47만6천원, 44만4천원, 45만2천원을 썼다.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많은 서울(45만1천원)과 가장 적은 전남(18만1천원) 사이의 차이가 약 2.5배로, 시도별 사교육비 지출의 격차가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학교급별로 보면, 초등학생은 29만원, 중학생은 33만8천원, 고등학생은 36만5천원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로 쓰고 있었다. 1인당 월평균 교과 사교육비는 23만5천원으로, 각각 영어(9만4천원), 수학(9만원), 국어(2만3천원) 등으로 나타났다. 예체능 및 취미·교양에는 1인당 월평균 8만3천원의 사교육비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사교육비 총규모는 21조원으로, 전년(19조5천억원)에 견줘 7.8% 늘었다. 이 가운데 영어, 수학 등 교과 사교육비는 15조4천억원, 예체능 및 취미·교양 사교육비는 5조4천억원 수준이다. 사교육비 총규모 역시 2016년 18조1천억원에서 2017년 18조7천억원, 2018년 19조5천억원 등으로 늘고 있다. 2018년 사교육 참여율도 74.8%로 전년(72.8%) 대비 1.9%포인트 올랐다. 주당 사교육 참여시간은 6.5시간으로 전년 대비 0.3시간 늘었다.
사교육 수강 목적을 보면, 교과 사교육에 대해 응답자들은 ‘학교수업보충·심화’(48.5%), ‘선행학습’(22.9%), ‘진학준비’(15.8%), ‘불안심리’(4.3%) 등을 꼽았다. 예체능 및 취미·교양에 대해선 ‘취미 및 재능계발’(58.6%), ‘진학준비’(8.9%), ‘친구 사귀기’(8,7%), ‘학교수업보충·심화’(8.2%) 등을 꼽았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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