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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비리 뇌관은 설립자 아들 이인수 전 총장과 ‘내부자들’

등록 2020-02-29 09:25수정 2020-03-02 10:12

[토요판] 커버스토리
‘사학비리 백화점’ 수원대

2009년부터 9년간 총장 맡아
비리 저지른 설립자 아들 이인수
검찰, 200만원 약식기소 ‘봐주기’

김무성 대표 친분, ‘조선일보’ 사돈 등
정·관계, 언론계 인맥이 뒷배경 노릇

문재인 정부 교육부 감사 결과
검찰, 6억여원 빼돌린 혐의 또 기소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인수 수원대 총장이 2016년 2월15일 첫 공판을 받기 위해 학교 관계자들의 보호를 받으며 수원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수원/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인수 수원대 총장이 2016년 2월15일 첫 공판을 받기 위해 학교 관계자들의 보호를 받으며 수원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수원/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수원대가 ‘사학비리 백화점’이라는 오명을 떠안게 된 원인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9년간 총장으로 재직한 이인수(68) 전 총장 탓이다. 수원대 학교법인 고운학원의 설립자, 고 이종욱 총장의 둘째 아들인 이인수 전 총장은 교비 횡령·배임 등 크고 작은 사학비리로 의혹을 받아왔다. 2011년 감사원 감사, 2014년 교육부 종합감사로 그의 비리 실태가 대부분 드러났다. 이미 숨진 아버지가 버젓이 임대계약서에 서명하고 이사회를 주재하는가 하면 총장 판공비를 사용하는 등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학교를 다닌 적이 없는 총장의 아들이 허위 졸업장을 받아 미국 대학에 편입하고, 계약직으로 일하는 학교 직원들이 총장 개인 소유의 회사에서 일하고 학교가 월급을 주기도 했다.(<한겨레> 심층보도, 2016년 2월13일·27일치 1·3·4면)

그러나 수원지검은 업무상 횡령, 배임수재,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뇌물공여, 사립학교법 위반 등 40건의 혐의로 고발된 이인수 총장에 대해 학교 돈 7500만원을 빼돌려 소송비용 등으로 쓴 혐의(업무상 횡령 등)에 대해서만 200만원으로 약식기소(2015년 11월)했다. 17개월 동안 수사하면서 압수수색도 한번 하지 않은 ‘솜방망이 처벌’을 두고 검찰의 ‘역대 최대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들끓었다.

이인수 총장을 감싸는 세력은 검찰뿐이 아니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각별한 친분을 맺어온데다 조선일보 사주의 사돈이라는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김무성 전 대표의 딸은 경력 미달에도 수원대에 교수로 임용돼 특혜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중진 의원들이 이인수 총장의 뒷배경 노릇을 하면서 번번이 그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 채택이 불발됐다. 그러나 수원지법은 약식기소된 이인수 총장을 이례적으로 정식재판에 회부했고 1심에서 징역 4개월(집행유예 1년), 2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거의 법망을 피해왔던 이인수 총장에 대한 ‘철퇴’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가능해졌다. 출범 초기부터 사학비리 근절에 나선 교육부는 2017년 10월 수원대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이인수 총장과 그의 아내인 최서원 전 이사장이 학교와 법인을 장악해 학교 돈을 쌈짓돈처럼 써왔음을 확인했다. 교육부 사학혁신추진단이 지적한 주요 사항을 보면, 교비 회계로 가야 할 학교건물 이용 기부금 104억여원이 다른 회계로 세입 처리되고, 총장의 아버지 장례식·추도식 비용 2억여원과 총장 개인의 연회비·후원금 등 1억원을 교비에서 집행했다.

교육부의 수원대 비리에 관한 실태조사가 끝난 직후 이인수 총장은 이사회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수원대는 사표를 수리했다. 일단 파면을 피하고 나중에 재단에 복귀하려는 꼼수 사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부가 제동에 걸자, 고운학원은 이 총장을 결국 해임했다. 검찰은 교육부 감사 결과를 토대로 수사를 벌인 뒤 지난해 5월 교비와 학교 임대료 6억8천여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이인수 전 총장을 다시 재판에 넘겼다.

이인수 총장 등이 사학비리를 저지르는 동안 수원대는 교육환경 개선을 뒷전으로 둔 채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적립금을 쌓는 데 급급했다. 수원대는 전국 사립대학 중 4번째로 많은 4000억원 가까운 적립금과 이월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등록금 환원율’(학생들이 낸 등록금 가운데 교육비로 쓰는 비용의 비율)이 100%를 상회하는 대부분의 대학과 달리 70% 정도에 그쳤다. 등록금 대비 실험실습비와 학생지원비는 수도권 종합대학교 평균의 각각 41%와 8.98%에 불과했다. 대법원은 2018년 7월 수원대 학생 50명이 이인수 총장 등을 상대로 낸 등록금 환불 소송에서 학생 1인당 30만원에서 90만원씩 등록금을 환불하라고 선고했다. 학교 재정이 넉넉한데도 학교가 질 나쁜 교육환경을 제공했다며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는 느리지만 실현되는 중이다. 사학비리 임원이 다시 학교 경영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2018년 6월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학교 법인 정상화를 심의할 때 비리 이력이 있는 이사의 정이사 추천을 제한하도록 사립학교법 시행령을 개정한 것이다. 또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사학비리 임원의 결격 사유를 교육공무원 수준 이상인 파면 10년, 해임 6년으로 강화하고 당연 퇴임 조항을 신설하도록 사립학교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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