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 코로나19로 확산방지를 위한 휴관안내문이 설치되어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가 개학을 연기하고 휴업에 돌입하면서, 저학년 자녀를 둔 맞벌이 양육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휴업 기간에 긴급돌봄 등을 제공한다지만, 감염병의 특성상 부모들로선 집단돌봄 자체를 꺼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다. 가족돌봄 제도의 현실성을 더 높이자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25일 △수업일수 감축 없이 방학 일수만 조정하는 1단계(휴업일수 15일 이내) △수업일수 감축을 허용하는 2단계(16~34일) △휴업 장기화 대책을 운영해야 하는 3단계(35일 이상)의 코로나19 관련 학사운영 방안을 내놨다. 지난 23일 코로나19 위기 대응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며 전국 유·초·중·고 개학을 일주일 연기한 데 이어 내놓은 대책으로, 코로나19 확산 추세에 따라 휴업 기간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어린이집 휴원, 학원 휴원 권고 등의 조처도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휴업에 따라 유치원생, 초등학교 저학년생을 돌봐줄 곳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일단 교육부는 휴업 기간에도 학교 수업시간을 포함해 초등 돌봄교실, 유치원 방과후과정 등 평소 제공하던 돌봄 서비스를 그대로 제공해 최대한 ‘돌봄 공백’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교육당국은 26일까지 긴급돌봄 신청을 받아, 파악된 수요에 따라 인력·장소 등을 확보할 계획이다. 긴급돌봄은 맞벌이 가정 자녀가 우선 대상이며, 입학 예정인 학생도 참여가 가능하다. 다만 학생과 보호자의 건강 상태 등을 먼저 확인받아야 한다. 이밖에 지난해 신설된 10일 동안의 무급 가족돌봄휴가 제도, 돌보미가 가정에 찾아오는 아이돌봄 서비스, 지자체별 마을돌봄기관 등도 돌봄 공백을 막을 주요 수단으로 꼽힌다.
서울에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 일대에서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하지만 감염병의 특성상 이런 집단돌봄 방식은 돌봄 제공자와 학생 사이의 감염 전파 위험 등의 부담이 뒤따른다. 감염병을 막으려고 아이들이 모이지 않도록 학교를 쉬는데, 돌봄 때문에 아이들을 다시 모아놔야 하는 역설이다. 최근 한 맘카페에 올라온 글을 보면, 서울의 한 초등학교는 학부모에게 긴급돌봄 신청을 안내하며 “돌봄교실 내 밀집된 환경으로 인하여 전염병에 취약할 수 있는 점을 신중히 생각하시고 신청해주기 바란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도 “가족돌봄휴가제 적극 활용” 등 집단돌봄보다 가족돌봄을 더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맞벌이거나 자영업·중소기업 등 상대적으로 열악한 일자리에 있는 이들은 집단돌봄에 기댈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장하나 활동가는 “공기업, 대기업, 금융권 등 풍족한 직장이 아니고서는, 정부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개입하지 않으면 ‘그림의 떡’일 뿐”이라며 “긴급돌봄 신청 사유를 취합한 뒤 각 지방노동청에서 이를 근거로 개별 사업장의 가족돌봄휴가 사용 실태를 점검하는 등 더 적극적인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수십명을 한 교실에 몰아넣고 돌봄전담사와 유치원 방과후전담사에게 아이들의 안전 책임을 맡기는 것은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돌봄전담사 등이 속한 전국교육공무직본부의 설명을 보면, 충북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보건 교육을 의료 전문가가 아닌 돌봄전담사가 스스로 자료를 조사해가며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대구의 경우, 비정규직인 돌봄전담사 등 교육공무직은 연차휴가를 써야만 쉴 수 있도록 압박받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원형 김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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