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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아이 성적표 보는 방법, 어려우시죠?

등록 2020-02-24 18:19수정 2020-03-01 11:41

커버스토리 입시용어 알면 대학이 보인다

설명회 찾아 입시 공부하지만
기본용어 모르니 엄두가 안 나

성적표 속뜻 이해가 첫 단추
백분위 중요하게 따져봐야

학생부 용어도 친숙해지면
아이 진로 선택 수월해져

성적표와 학교생활기록부 속 알쏭달쏭한 입시 용어의 뜻을 제대로 알아두면 복잡한 대입 지형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성적표와 학교생활기록부 속 알쏭달쏭한 입시 용어의 뜻을 제대로 알아두면 복잡한 대입 지형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표준점수, 성취도, 백분위, 학생부 실질반영비율….

저는 얼마 전 입시를 치른 수험생의 학부모입니다. 3년 전 우리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입시에 관해 뭐라도 알아봐야지’ 하면서 참석했던 모 학원의 입시 설명회에서 당황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네요.

대학 입시에서는 정보력이 중요하지요. 성적을 표현하는 숫자와 말, 입시 용어의 기본 뜻을 알아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정보도 내 것이 되더라고요. 한데 제가 처음 갔던 설명회에서는 입시 관련 용어를 다 안다는 전제 아래 진행했습니다. 입시를 너무 만만하게 봤던 건 아닌지 살짝 긴장했었지요.

그래서 오늘은 ‘후배 학부모님들’을 위해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단어의 뜻을 알아볼 겁니다. 성적표를 함께 보면서요. 잘 따라오실 수 있죠?

■ 고교 내신 성적표 읽는 법

먼저 고등학교 내신 성적표가 어떻게 나오는지 이해를 돕기 위해 보편적인 성적표 예시를 준비했습니다.​(표 1, 2)

성적표를 보니 홍길동 학생은 수학 지필고사와 수행평가 합계 점수가 64.02점이고, 수행평가로만 측정된 음악연주 과목 점수는 75점이네요.

【표1】고등학교 성적통지표 예시.
【표1】고등학교 성적통지표 예시.

‘이수단위’부터 설명해드릴게요. 과목명 수학 아래에 (4)가 보이시죠? 그게 바로 이수단위입니다. 보통 과목명 옆이나 밑의 괄호 안 숫자라고 보면 됩니다. 이수단위는 일주일 동안 해당 과목에 할당된 수업 횟수로 한 주에 해당 수업을 몇 번 들었는지 알려줍니다. 예를 들어 ‘수학 (4)’라면 주 4회(월, 화, 수, 금) 수학 수업을 들었다는 뜻이지요. 이수단위는 4가 되는 겁니다.

길동이의 성적표를 보면 수학 점수보다 음악연주 점수가 약 11점 정도 높죠? 이수단위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서 나옵니다. 대부분의 대학 입시 전형에서 고등학교 내신을 따질 때, 이수단위에 따른 과목별 중요도를 반드시 봅니다.

이를테면 일주일에 두 번만 있는 예체능 과목보다 일주일에 네 번씩 듣는 보통교과 점수를 더 크게 반영한다는 거예요. 입시에서 총점이 100으로 같은 학생이더라도 이수단위가 4인 영어 점수가 높은 학생이 이수단위 1인 미술 점수 높은 학생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반올림으로 표기되는 원점수 옆 칸에 있는 성취도를 보실까요? 고교 성적표는 중학교 성적표 성취도와는 다릅니다. 기존 내신 등급(9등급제)과는 별도로, 기준 성취율에 따라 A, B, C, D, E로 결정됩니다. 다만 기준 성취율은 학교에 따라 차이가 있으니 성적표에 적힌 성취율 급간 표를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표2】고등학교 성적통지표 예시.
【표2】고등학교 성적통지표 예시.

이제 석차등급란을 보겠습니다. 전체 인원수 대비 자신의 석차를 따지기 때문에 단 0.1점을 향상시키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등급이 뒤바뀔 수 있습니다.

석차 등급은 지필 및 수행평가의 반영 비율 환산 점수의 합계에 의한 석차 순에 따라 9등급으로 산출합니다. 표를 보면 홍길동 학생은 207명 학생 중 81등을 했지요? 이때 내신 등급을 알아보려면 ‘석차÷전체인원수×100=석차누적비율’을 구해보면 됩니다. 81등을 207명으로 나눈 뒤 100을 곱하면 39%가 나옵니다. 그러면 내신 9등급 표에 따라 수학은 4등급이 되는 것이지요. 참고로 내신 9등급 비율표는 누리집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내신 등급과 석차 백분율, 석차 등급 계산이 어렵다면 인터넷에서 ‘내신등급계산기’ 검색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고교 내신 등급을 따질 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등 지필고사뿐 아니라 수행평가 점수가 합산된다는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지필시험 대비에만 모든 힘을 쏟지 말고, 평소 수행평가 과제도 열심히 해야 결과적으로 좋은 등급을 얻을 수 있겠지요.

■ 모의고사 성적표, 무엇을 봐야 할까?

다음은 모의고사 성적표입니다. 모의고사 성적표에는 아이의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 응시자 수 등을 표기합니다.(표 3)

모의고사 성적표는 전체 응시생 중 본인의 위치를 알 수 있는 백분위와 등급 점수를 중요하게 봐야 해요. 등급 점수는 9개 구간으로만 구분돼 있어서, 본인의 위치를 자세하게 알 수 있는 백분위를 가장 중요하게 점검해야 합니다.

【표3】고등학교 모의고사 성적통지표 예시.
【표3】고등학교 모의고사 성적통지표 예시.

백분위란 동일한 모의고사 시험을 본 전체 응시자 중에서, 본인보다 원점수가 낮은 학생들의 비율을 뜻하는 지표입니다. ​한마디로 ‘나보다 점수가 낮은 학생 수의 비율’을 나타내는 것이 백분위인 것이지요.

홍길동 학생의 국어 영역 백분위를 보면 97입니다. 이는 홍길동 학생보다 국어 원점수가 낮은 학생 수의 비율이 97%라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 수험생을 100명이라고 가정한 상태에서 백분위가 97이라면 100명 중 3등이라는 얘기입니다.

백분위는 내 점수가 전체 지원자를 100등분 했을 때 어느 정도 위치인지를 나타내주는 지표입니다. 전체 응시생의 상위 4%까지가 1등급, 1등급을 제외한 전체 응시생의 11%까지를 2등급으로 해서 순차적으로 9등급까지 줍니다.

다음은 표준점수입니다. 표준점수란 과목별로 전국 학생들의 평균 점수보다 내가 받은 점수가 높은지 낮은지 알려주는 지표입니다. 표를 보면 길동이의 국어 표준점수는 134점입니다. 국어, 수학, 영어의 표준점수는 200점 만점으로, 높아질수록 시험이 어렵다는 뜻입니다. 시험이 어려우면 평균은 낮아지겠지요. 화학 등 각 탐구영역의 표준점수는 100점을 만점으로 합니다. 길동이는 화학1에서 68점, 생명과학1에서 72점을 얻었네요.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이를 통해 생명과학 시험이 더 어려웠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길동이의 내신 및 모의고사 성적 차이가 큰 걸 보니 내신 등급을 얻기 어려운 학교에 다니는 것 같네요.

원점수는 말 그대로 정답 한 문항에 부여된 배점을 단순히 합한 것입니다. 원점수가 100점이면 100점이고 60점이면 60점인 것이지 왜 이렇게 복잡하게 바꿔 표시하나 싶은 생각도 들지요? 표준점수로 변환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원점수는 가채점을 할 때 활용도가 높지만, 대학에서는 원점수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또한 국어, 수학, 영어 난이도가 매해 같지는 않기 때문에, 특정 영역을 잘하는 학생들한테 유불리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표준점수를 만든 것이지요. 참고로 망친 시험이라도 고1부터의 성적표는 잘 보관해두는 게 입시 전략을 짤 때 도움이 됩니다.

■ 학생부 용어도 알아둡시다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는 고교 내신 성적과 그 외 모든 기록을 말합니다. 학생부 요소는 크게 ‘교과’와 ‘비교과’로 나뉩니다. 교과는 쉽게 말해 중간·기말고사 등 내신 시험 성적입니다. 비교과는 출결 및 수상경력, 자격증 취득 상황 등 교과 외 활동 상황을 기록한 내용이지요. 고교 학생부 역시 중학교 학생부처럼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에 들어가면 열람할 수 있습니다.

‘세특’은 뭘까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줄인 말입니다. 흔히 ‘교사가 써주는 과목별 자소서’로 불립니다. 각 과목 교사가 수업에 참여한 학생을 관찰한 뒤 태도와 과제물, 성취도, 특이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기록한 자료입니다. 교사들은 아이가 수업 중 발표나 토론, 탐구과제, 프로젝트 등을 어떻게 진행했는지 등을 ‘세특란’에 기록합니다.

고교 3년 동안 자주 듣게 될 학생부 실질반영비율도 알아볼게요. 대부분의 대학들은 신입생을 선발할 때 고등학교 3개 학년의 내신 성적을 반영합니다. 학생부 실질반영비율은 학생부가 전형 총점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비율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전형 방법이 ‘학생부 50%+수능 50%’이고, 전형 총점이 800점인 대학에서 학생부 최고점이 400점이고 최저점이 320점이라고 해봅시다. 이 대학에서 학생부가 실제로 전형 총점에 미치는 영향은 80점(400점-320점)이고, 실질반영비율은 10%((80÷800)×100)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입시를 준비하는 고교생과 학부모들이 학교에 마련된 진로진학상담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시라는 겁니다. 또 학부모 혼자 입시를 준비하기보다는 아이가 진로를 선택하고 준비해야 하는 주체로 존중해주세요. 학교생활뿐 아니라 입시 준비에서도 ‘자기주도성’은 필수니까요.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도움말: 김종우 교사(신현고), 김진훈 교사(숭의여고), 유성룡 소장(에스티유니타스 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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