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영 교육당(가칭) 창당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지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문화공간 온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4월 총선을 앞두고 ‘교육당’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따라 기성 정당이 대변하지 못한 다양한 목소리가 정치권에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교육’이라는 의제에 집중하는 정치운동이 새롭게 펼쳐질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문화공간 온’에서 <한겨레>와 만난 이부영(74) 교육당(가칭) 창당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교육 문제에 집중하는 교육당의 창당을 준비 중이다. 오는 21대 총선에서 3% 정당 지지를 획득해 비례의석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교사 출신인 이 위원장은 1999년 합법화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첫 위원장을 맡는 등 한평생 교육운동에 매진해온 인물이다.
교육당을 만들자는 논의가 시작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지난해 말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서, 교육운동을 해온 퇴직교사들을 중심으로 “정당을 만들어 직접 교육문제를 해결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지난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창당 준비를 위한 국민토론회를 열었고, 발기인 동의서에 100여명의 서명을 받은 상태다. 퇴직교사, 시민단체 인사, 문화예술인 등이 주로 참여했지만, 일반 시민의 참여도 32%에 이른다고 했다.
교육 문제만 가지고 정당을 만드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이 위원장은 “교사의 정치활동이 보장된 선진국에서는 기성 정치세력을 통해 교육 문제가 충실히 다뤄지지만,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교육 문제의 해결을 기성 정치세력에 ‘구걸’해야 했다”고 그 배경을 짚었다. 직접 정치에 나설 수 없는 교육운동 당사자들은 정책을 제안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었는데, 기성 정당은 입맛에 맞는 것만 선택적으로 갖다 쓸 뿐 근본적인 교육 개혁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교육 문제에 전문성을 지닌 교사 출신 정치인도 극히 드문 실정이다. 반면, 독일은 교사 출신 연방의원이 81명으로 전체의 13%를 차지한다는 통계도 있다. 그러니 이제부턴 한국에서도 기성 정치세력에 기대지 않고 “교육 문제에만 집중하는 정당을 만들어 ‘직접 민주주의’ 운동을 펼치겠다”는 게 이들이 ’교육당’을 만들려는 이유다.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 기대가 컸지만, “교육 문제에 있어서는 역시 근본적인 개혁을 위한 의지를 보이지 않아” 끝내 실망했다고 한다. “남북 문제, 경제·일자리 문제 등에 밀려 교육 분야는 늘 뒷전이었고, 교육문화수석을 따로 두지 않는 등 비전문가들에게 교육 정책을 맡겼어요. 이른바 ‘조국 사태’ 때에는 ‘정시 확대’라는 땜질식 처방만을 내놓기도 했죠. 육아, 출산부터 주택, 양극화 문제까지 모든 사회 문제가 교육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교육 문제를 바로잡지 않는 이상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긴 어렵습니다.”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제한하는 법 때문에 현직 교사의 교육당 참여는 사실상 어렵다. 다만 이 위원장은 “퇴직교사들이 앞장서서 ‘교사도 정치하자’는 제안을 내놓고, 학부모, 시민, 청년층의 지지를 모아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교사는 교육 현장의 핵심 당사자이자 양질의 사회적 자원인데, 이들을 전부 ‘정치적 금치산자’로 만들어놨으니 올바른 정치가 되겠습니까?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크니, ‘교사가 정치한다’고 하면 더욱 신선하게 봐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교육당 창당 추진위원회는 2월 초 발기인 대회를 열어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3월 초 창당까지 이뤄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1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별로 공동대표를 세운다는 목표도 있다. 당 강령이나 당헌 등은 차차 만들어가야 하지만, 이 위원장은 독립운동가 조소앙(1887~1958)의 ‘3균주의’를 언급했다. 정치, 경제와 함께 ‘교육의 균등’이 국가의 기틀이라는 것이다.이 위원장은 “‘교육을 정치권에 부탁하지 않겠다’는 교육당의 일성에 많은 시민들이 공감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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