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이 만들어 배포한 홍보 전단지.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제공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기간제 교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 연수에서 “기간제 교사·강사 정규직 전환 대상 제외 실현”을 교총의 ‘교단 위협 정책 저지’ 성과로 소개해, 기간제 교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기간제 교사들은 “동료 기간제 교사가 정규직이 되지 못한 게 잘된 일이란 뜻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21일 전국기간제교사노조와 전북교육연수원 쪽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전북교총은 하루 전날인 20일 저녁 전북교육연수원에서 ‘정교사 1급 자격연수’(1정연수)를 받고 있는 기간제 교사들에게 1시간 동안 자신들의 단체를 소개하는 시간을 할애받았다. 이날 전북교총은 교총 본부가 제작한 ‘교총 이슈 앤 뉴스’라는 제목의 전단지를 참석 교사들에게 돌렸는데, 이 전단지에는 “기간제 교사·강사 정규직 전환 대상 제외 실현”이 ‘교단 위협 정책 저지’의 주된 성과로 적혀 있었다. 기간제 교사들만 참여한 연수에서 기간제 교사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전단지가 배포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참석자 가운데 일부가 기간제교사노조에 이 사실을 알렸고, 노조는 20일 오전 전단지 사진과 함께 페이스북에 게시물(
바로가기)을 올렸다.
이에 참석 교사들은 “비정규직 교사들의 정규직 전환이 왜 교단을 위협하는 일이냐”며 강하게 항의하는가 하면, 일부는 “무단결석으로 처리하라”며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그동안 기간제 교사들은 1정연수를 받을 수 없었으나, 2018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지난해부터 시도교육청별로 해당 연수가 진행되고 있다. 박혜성 기간제교사노조 위원장은 “비정규직인 기간제 교사와 강사들이 정규직이 되는 게 왜 ‘교단을 위협하는 일’인지, 또 그것이 이뤄지지 않은 게 왜 교총의 성과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비정규직인 동료들이 정규직이 되지 못한 게 잘된 일이라는 뜻과 다르지 않아 너무 화가 난다”며 강사 단체들과 연대해 교총에 공식 항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성철 교총 대변인은 “전단지의 문구는 ‘기간제 교사·강사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한다는 내용이 아니라 ‘기간제 교사·강사를 자동적으로 정규직화하는 정책’을 막아냈다는 뜻이다. 배경과 맥락을 함께 읽어달라”고 해명했다. 교총은 그동안 기간제 교사가 자동적으로 정규직 교사로 전환되는 정책에 반대해 왔는데, 이런 정책이 철회된 것을 교총의 주된 성과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조 대변인은 “기간제 교사를 폄훼하는 등 어떤 의도도 담겨있지 않다. 만약 불편하게 여기시는 지점이 있다면, 다음 전단지 제작에 충분히 반영해 오해가 없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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