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교육에 성공했다”는 말의 의미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자녀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됐다’는 대답이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는 대답을 누르고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19일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8~9월 전국 만 19~74살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교육여론조사’의 결과(95% 신뢰수준, 오차범위 ±1.55%p)를 보면, ‘우리 사회에서 자녀 교육에 성공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가’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25.1%가 ‘(자녀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는 응답을 꼽았다.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컸다’(22.4%),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21.3%), ‘경제적으로 잘 산다’(14.4%), ‘명문대학에 들어갔다’(10.8%), ‘좋은 배우자를 만났다’(6.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앞선 2015~2018년 조사에서 해당 질문의 1위 대답은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였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됐다’가 가장 많은 대답으로 꼽혔다.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와 ‘명문대학에 들어갔다’를 꼽은 비율은 각각 25.2%→21.3%, 15.9%→10.8%로 지난 조사에 견줘 줄어들었다. 반면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와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컸다’를 꼽은 비율은 18.4%→25.1%, 19.3%→22.4%로 눈에 띄게 늘었다. 이를 두고 보고서는 “교육의 가치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사회적 위세와 더불어 주관적 성취와 안녕 등으로 다변화되어 가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사교육의 필요성을 느끼는 경향과 부담은 되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가장 큰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24.6%가 ‘남들보다 앞서 나가게 하기 위해서’를 꼽았다. 2위로 꼽힌 ‘남들이 하니까 심리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에’(23.3%)는 2017~2018년 조사에서 1위였는데, 이번에 순위가 바뀌었다. 초·중·고 학부모 833명에게 ‘사교육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 가계에 얼마나 부담이 되는가’ 물었더니 94.%가 ‘매우 부담된다’ 또는 ‘다소 부담된다’를 꼽았다. 이는 전년 조사 때보다 3.4%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보고서는 “사교육도 심화되고, 사교육비도 부담된다는 결과로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초·중·고등학교를 평가한다면 어떤 성적을 주겠는가’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53.5%가 ‘보통’(C), 29%가 ‘못하고 있다’(D), 4.9%가 ‘전혀 못하고 있다’(E)를 꼽아, 절반 이상이 낮은 점수를 줬다. 이들이 준 평균 점수는 5점 만점에 2.75점이었다. ‘교사의 능력과 자질에 대한 신뢰 정도’를 묻는 질문에도, 전체 응답자의 50.4%가 ‘보통이다’, 28.2%가 ‘신뢰하지 못한다’를 꼽는 등 부정적인 의견이 좀 더 많았다. ‘초·중·고 교육을 내실화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는 ‘학벌 위주의 사회체제 개선’(27%), ‘수업방식의 다양화’(19.4%), ‘교원의 전문성 제고’(17.5%), ‘대입 선발방식 개선’(16%), ‘교육내용의 선택권 확대’(15%),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 교육여건 개선’(4.7%) 등이 꼽혔다.
고교 무상교육 전면 실시, 고교학점제 실시,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 등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정책들에는 찬성 의견이 반대보다 두 배 가량 높았다. 고교 무상교육 전면 실시에는 전체 응답자의 53.7%가, 고교 학점제와 고교체제 개편에는 각각 35.6%와 44.1%가 찬성했다.
대학입학 전형에서 ‘가장 많이 반영되어야 할 항목’으로는 전체 응답자의 30.8%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꼽았다. 2017년 조사까지는 ‘특기·적성’이 가장 많이 꼽혔지만, 이후로는 ‘수능’이 가장 많이 꼽히는 추세다. 다만 보고서는 “특기·적성이나 인성 및 봉사활동에 대한 응답 비율이 각각 25.6%와 23.4%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 또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응답자들은 ‘미래 사회 중 우리 교육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변화’로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46.7%)를 1순위로 꼽았다. 이 같은 교육환경 변화에 따라 교육재정이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 지 묻는 질문에, ‘교육여건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한 뒤에 축소’(33.5%)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교육재정을 축소하지 말고 현 수준으로 유지’(29.7%), ‘교육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교육재정 증가’(20.8%) 등이 뒤를 이었고, ‘학생 수 감소비율에 따라 교육재정 축소’ 의견은 11.7%에 그쳤다.
고등교육 분야에서는, ‘정부의 사립대학 재정지원 확대’ 정책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52.3%로 ‘찬성한다’(18.5%)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특히 지난 조사와 견줘보면, 유보 또는 찬성 비율이 줄어든 반면, 반대가 늘었다. 보고서는 “사립대학 지배구조의 혁신 및 대학운영의 투명성 강화 등의 조치가 선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재정지원 확대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유·초·중등교육정책 중 정부가 더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1순위 정책으로는 ‘국공립유치원 확대 등 유치원 공공성 강화’(30.2%), ‘온종일 돌봄교실 확대 및 서비스 강화’(16%), ‘학교생활기록부 신뢰성 강화’(9.3%), ‘고등학교 무상교육 전면 실시’(8.6%) 등이 꼽혔다. 고등교육정책 분야에서는 ‘등록금 부담 경감’(33%), ‘대입전형 단순화 추진’(20.9%) 등이, 평생·직업교육정책 분야에서는 ‘생애단계별 맞춤형 진로교육 강화’(23.3%), ‘전문대학 역량 강화를 통한 직업교육 지역거점 육성’(21%) 등이 꼽혔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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