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학문후속세대의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대학에 속하지 않은 비전임 연구자들도 지원할 수 있는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사업이 시작된다. 현실적으로는 강사법 시행 뒤 강사로 채용되지 못한 인문사회 분야 연구자들에게 ‘숨통’이 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교육부는 2일 ‘2020년 학술연구지원사업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학술연구지원사업은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학술진흥법’에 근거하여 연구자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등 학술 활동을 장려하는 사업이다. 교육부는 올해 34개 지원사업에 전체 7988억원(인문사회 2602억원, 이공 5081억원, 성과 확산 305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전년에 견줘 141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특히 신진연구자 지원(1723억원→2303억원), 대학 연구기반 확충(1587억원→1731억원), 학문 균형 발전(84억원→174억원), 학술인프라 구축(학술자원 90억원, 연구윤리 10억원→학술자원 155억원, 연구윤리 12억원) 분야의 지원을 대폭 확대한다고 밝혔다.
제도적으로 눈에 띄는 사업은, 학문후속세대를 지원하는 기존의 비전임 연구자 지원사업(박사후국내연수, 학술연구교수, 시간강사연구지원)을 통합·개편하는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지원사업’이다. 최장 5년(2+3년)을 지원하는 장기 유형(1유형)과 1년 동안 지원하는 단기 유형(2유형)으로 구분되며, 장기 유형에서는 300개 과제에 4천만원을, 단기 유형에서는 3000개 과제에 1천400만원을 지원한다. 기존의 “대학(산단)”뿐 아니라 “전문위탁기관”을 ‘관리주체’로 넣어 대학에 소속되지 않은 연구자도 지원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연 점과, 기존 연구과제 수행뿐 아니라 강연·교육 등 다양한 활동까지 인정하겠다고 한 것이 특징이다. 장기 유형의 경우 논문뿐 아니라 저서·역서 등도 성과로 제시할 수 있다.
비전임 연구자 지원사업을 통합·개편하게 된 데에는 지난해 2학기부터 적용된 ‘강사법’의 영향이 컸다. 기존 학문후속세대들은 학위를 딴 뒤 일정 기간 동안 비전임으로서 불안정한 지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간강사의 경우 강사법을 통해 지위와 처우가 일부 개선된 측면이 있으나, 대학들의 ‘강사법 회피’로 전체 일자리 규모가 줄어드는 현상도 일어났다. 때문에 비전임 연구자를 지원하는 사업을 통합하고 그 수혜 대상을 확대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다만 학계에서는 이 제도가 학문후속세대에 실질적인 ‘연구 안전망’으로 기능할 수 있으려면, 지원대상이 적어도 7000~8000명까지 확대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공 분야에서는 지속가능한 연구거점으로서 대학연구소에 연구비를 지원해 육성하는 ‘대학중점연구소 지원사업’(총 예산 728억원)와 대학 내 연구장비를 분야별로 집적하여 공동 활용하는 등 ‘핵심연구지원센터’를 조성하는 ‘기초과학 연구역량 강화 사업’(총 예산 198억원) 등이 계속된다. 신진 박사급 연구자의 독립적·안정적 연구를 위해 최대 1억원을 지원하는 ‘창의도전연구’는 올해 신규 과제를 대폭 늘려 1000명을 신규로 선정해 지원한다. 이밖에 학문 균형 발전 차원에서 국가가 보호하고 육성할 순수기초학문 분야에 174억원을, 한국학 통합 플랫폼 구축과 학술데이터베이스의 대학라이선스사업 확대, 연구윤리지원센터 설치 등 학술성과 확산과 연구윤리 확립에 167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2020년 학술연구지원사업에 대해 1월 중에 사업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설명회 일정이나 신규과제 공고문, 평가 일정 등은 한국연구재단 누리집(www.nrf.re.kr)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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