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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청년정책 새롭게 쓸 18살 ‘젊은 표’가 온다

등록 2019-12-30 05:01수정 2019-12-30 07:38

선거나이 1살 낮춘 법안 통과로
고3 포함 50여만명 투표권 생겨
교육·학생인권 정책 요구 가능
“모의선거 교육 등 제도 뒷받침을”
‘18세 선거권 국민연대’가 2017년 1월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당시 출범식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18세 선거권 국민연대’가 2017년 1월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당시 출범식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선거 연령을 만 19살에서 18살로 내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50여만명의 ‘새내기 유권자’를 맞는 정치권과 교육 현장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내년 4월 총선부터 고등학교 3학년 일부가 투표권을 갖게 되면서 그동안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됐던 청소년의 목소리에 비로소 힘이 실리게 됐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선거 연령 1년 하향을 두고 맞서왔던 여야 역시 이제 현실로 다가온 ‘50만명의 젊은 유권자’에게 호소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시민교육의 ‘꽃’으로 불리는 선거 교육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법 제정과 교육과정 개편 등 후속 조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최근 현장 교사들과 함께 <학교, 민주시민교육을 만나다!>라는 책을 펴낸 김성천 한국교원대학교 교수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선거권이 없는 청소년들은 소외되기 일쑤였다. 청소년 소외 현상을 돌파하는 가장 좋은 길이 바로 선거권을 가지는 것”이라며 환영했다. 김 교수와 함께 책을 쓴 서지연 경기 용인시 정평중학교 교사(사회과)도 “교육의 주체로 가장 중요한 목소리를 내야 할 청소년들이 빠진 결과가 입시 과열 문제 등으로 나타났었는데 선거법 개정은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야간자율학습 시간, 학원 교습 시간 등 청소년의 삶과 직결된 일들을 결정하는 데에 있어서 청소년들이 직접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그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만 19살부터 선거권을 갖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지난해 6월 치러진 지방선거와 연계해 당시 서울·경기·충북·광주 등 4개 지역 중고등학교 17곳에서 ‘모의선거 프로그램’을 실시한 사단법인 징검다리교육공동체의 강민정 상임이사는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을 교육의 대상, 비주체적인 존재로만 바라보고 이들의 잠재적 가능성, 성장 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며 “선거법 개정으로 이제야 비로소 국제적 표준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미국·캐나다·독일·영국 등 여러 ‘정치 선진국’에선 정부와 선거관리 기관의 지원을 받는 모의선거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실시되고 있다. 1999년 청소년 모의선거를 시작한 독일의 경우 2017년 9월 실시된 연방총선 청소년 모의선거에 전국적으로 3490개 학교가 참가했고 독일 정부는 2022년까지 모든 학교에서 모의선거를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의선거는 청소년들이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참여하는 ‘주권자 의식’을 키우는 대표적인 시민교육 수단으로 꼽힌다.

일부에서 ‘정치적 편향’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후진적 정치 문화에 갇혀 있는 기성 정치권의 기우”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금 10대들은 과거 어른들의 시각으로 진보-보수 등으로 나눠서는 설명이 안 되는 세대”라며 “비판적 사고력과 문해력이 떨어지는 건 청소년이 아닌 어른들”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지난해 지방선거 모의선거에 참여한 26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및 포커스그룹 인터뷰 결과를 보면, “모의선거 투표 전에 했던 수업 과정에서 선생님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셨다”는 문항에 “전혀 그렇지 않다”(73.5%), “그렇지 않다”(7.2%)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강민정 이사는 “모의선거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거대 정당, 지역주의 등 이미 굳어져 있는 정치판 안에서의 여러 변수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공약 중심으로 정치적 판단을 내리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일부 고3 학생들이 실제 선거권을 행사하게 되면서 교육당국이 학생들에게 ‘민주적 유권자 교육’을 해야 할 책무는 더욱 커졌다. 최근 전국 시·도 교육청 가운데 최초로 초·중·고 40곳을 선정해 내년 3~4월께 모의선거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내년 1~2월에 학교를 추가 선정하는 등 사업을 더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은 모의선거를 진행하지 않는 나머지 학교에도 선거권을 가진 학생들이 있는 만큼, 이들 학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적극적으로 안내할 예정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새내기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확대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2013년부터 ‘새내기 유권자 민주시민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에 선거연령이 하향된 만큼 이 과정을 넓혀갈 예정”이라며 “또 내년 상반기까지 참정권의 중요성과 선거 절차 등의 내용을 담은 온·오프라인 콘텐츠도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선거철에 학습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무리한 선거운동 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보완 조처 역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학교에서의 선거 연설, 예비후보자의 명함 배부, 선거용 현수막 부착 행위 등 학습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교육시설에서의 선거운동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더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교수는 “모의선거도 중요하지만, 일부 사회 교과 안에서만 이뤄지는 시민성 함양 교육을 전체 교육과정에 반영해야 하고 지역사회 청소년 네트워크 등을 만들어 관할 교육청, 교육부와의 교섭권 등을 가질 수 있는 시스템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선거 교육을 직접 진행하게 될 교사들 사이에서는 학교에서 정치와 관련된 사안을 다루는 것을 금기시하는 인식의 변화 없이는 선거법 개정 뒤에도 학교 현장의 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유진 서영지 최원형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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