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해 대학들에 “정시 30% 이상 확대”를 권고했던 정부가 불과 열다섯달 만에 “수능위주전형(정시)을 40% 이상 올리라”고 입장을 뒤집었다. 공론화까지 거쳐 발표했던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사실상 ‘번복’하는 결정인데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고교학점제 등과는 방향성이 달라 학교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관련기사 3·4면
교육부는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른바 ‘조국 사태’를 계기로 교육 불평등 문제가 불거진 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추진해온 ‘교육개혁’ 작업의 결과물이다. 가장 큰 관심이 쏠렸던 ‘정시 확대’와 관련해 교육부는 “서울 소재 16개 대학에 2023학년도까지 수능위주전형 40% 이상 완성”을 권고하기로 했다. 대상 대학들은 건국대·경희대·고려대·광운대·동국대·서강대·서울시립대·서울대·서울여대·성균관대·숙명여대·숭실대·연세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 등이다. 모집정원 기준으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논술위주전형의 합산 비율이 45%를 넘는 대학들이 권고 대상이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방안에는 ‘금수저’ ‘깜깜이’ 전형으로 불려온 학생부종합전형 개선 방안도 담겼다. 학종 개선안에는 부모나 사교육 등의 외부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자율동아리 활동이나 자기소개서 등 비교과 영역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담았다. 이외에도 농어촌·저소득층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뽑는 ‘고른기회전형’과 학교장 추천 성격으로 지역별 인재를 고루 뽑는 ‘지역균형선발전형’을 통합해 법제화하는 내용 등도 담겼다.
대입 정책은 학생과 학부모가 예측할 수 있도록 일관성이 중요하다. 그런데 정부가 지난해 개편안을 1년 만에 또 번복했다는 점에서 교육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교육부는 아니라지만) 결론적으로 지난해 대입 공론화 결과(30% 이상)를 뒤집은 것”이라며 “40% 이상은 수시 이월 인원 등을 감안하면 절반에 가까운 비율이고, 학교 현장에서는 당연히 수능 몰입 교육 과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지난해 어렵게 이룬 사회적 합의를 스스로 깨고 누더기로 만들었다”며 “문제풀이 수업, 잠자는 교실을 벗어나기 위해 토론과 협력의 학교문화를 만들어온 노력을 무위로 돌리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번 정시 비율 확대가 “서울 소재 16개 대학”만을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을 앞세워, “지난해 개편안의 ‘번복’이 아닌 ‘수정보완’”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애초 정부가 “서울 소재 16개 대학”만을 대상으로 삼는 교육정책을 만드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며, 입시에서 이들 대학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번복’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고교학점제 등을 추진하면서 이와 정반대 방향의 정책인 ‘정시 확대’를 관철하고 대학 서열 문제 등은 건드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전과 철학이 없는 교육정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정부는 불공정성의 핵심인 대학 서열 체제와 학벌 사회는 건들지도 않았다”며 “고교학점제의 미래는 불투명해졌고, 기울어진 운동장은 그대로 둔 한계가 많은 개편”이라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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