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지역의 유명 사교육업체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을 연사로 등장시키는 ‘입시 전략 설명회’를 기획하고 홍보하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이를 취소했다. 공교육 정상화에 힘써야 할 정책 입안자가 사교육 업체에 동원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당 국회의원 쪽은 “설명회라는 이야기는 못 들었다가 나중에야 알고선 가지 않기로 한 것”이라 해명했다.
지난 31일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ㅇ학원이 누리집에 올려놓은 내용을 살펴보면, 이 학원은 오는 11월6일 오후 1시에 ‘현 교육정책 최고 전문가와 함께 하는 예비고 1,2 입시 전략 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ㅇ학원은 “대한민국 최고의 교육 정책 전문가인 ○○○ 국회의원을 모시고 현 정부의 입시정책을 알아보고 그 대응 전략을 얘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며, ○○○ 국회의원이 설명회 연사로 나설 거라고 밝혔다. 설명회 내용은 △수시·정시 선발 비율 변화에 따른 대응 전략 △학생부종합전형 변화에 따른 대응 전략 △정부의 입시정책 변화에 따른 대응 전략 등이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직 정치인, 그것도 국회의원이 사교육업체의 입시 설명회에 출연하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이 일었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 등이 사교육업체 전문가를 불러 입시 설명회를 여는 경우가 적지 않아, 되도록이면 사교육업체가 아닌 공교육 내부의 전문가를 섭외하는 등 이를 자정하려는 노력이 이어져왔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스스로 사교육업체의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이보다 훨씬 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 특히 국회 교육위원이 사교육 업체의 설명회에 참석하는 것은 공교육 정상화 등 국회의원으로서 갖춰야 할 교육적 책무를 망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ㅇ학원 누리집에는 “○○○ 국회의원”이라고만 표시했지만, 누리집 배너에 포함된 정보를 통해 해당 국회의원이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국회 교육위원인 박경미 의원은,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를 역임하는 등 교육 전문가로서의 이력을 주된 배경으로 삼아 활동해온 정치인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ㅇ학원은 1일 정오께 누리집에서 설명회 내용을 삭제하고 참석 신청자들에게 “설명회를 취소한다”는 알림 문자를 전송했다. ㅇ학원은 “국가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의 중요한 틀이 결정되는 민감한 시기에 정책 입안자가 나와 먼저 그에 대한 설명을 할 경우,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어 부득이하게 취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경미 의원 쪽은 <한겨레>에 “학부모와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자리라고만 알았을 뿐 설명회라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끝내 가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그 사이에 학원에서 홍보를 해버린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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