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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문제풀이 정시 확대는 퇴행” “신뢰 잃은 학종 축소·폐지를”

등록 2019-10-28 19:44수정 2019-10-29 11:13

‘정시 확대’로 불붙은 ‘학종-수능 논쟁’

전대원 교사(왼쪽)와 이기정 교사가 27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대학입시문제를 놓고 대담을 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전대원 교사(왼쪽)와 이기정 교사가 27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대학입시문제를 놓고 대담을 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학종 공정성 개선’뿐만 아니라 ‘정시 비중 상향’을 앞으로 추진할 교육 개혁의 주된 방향으로 설정한 뒤로 교육 현장이 출렁이고 있다. 정부는 “서울 주요 대학에 한정된다”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지만, 정시·수시 비중의 변화는 우리 교육의 전반적인 방향 설정과 연관된다. <한겨레>는 지난 27일 서로 다른 입장을 지닌 이기정 서울 구암고 교사와 전대원 경기 위례한빛고 교사의 논쟁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정리하자면, 이 교사는 “부작용이 많은 학종을 축소·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전 교사는 “학종에 문제가 있지만 정시 확대는 퇴행”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두 사람 모두 “정치적 논리로 교육 정책의 큰 틀을 흔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 먼저 현재의 대입 체제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해달라.

전대원(이하 전) 전형 시기에 따라 정시와 수시로 나뉘는데, 정시는 대체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봐서 그 성적을 반영한다. 선택 과목이 있기 때문에 대학마다 반영하는 과목이 다르다. 수시에는 크게 학생부종합(학종), 학생부교과(교과), 논술, 특기자 전형 네 가지가 있다. 교과 전형은 내신 성적을 1~9등급으로 나눠 반영한다. 학종에는 내신 외에도 비교과 활동과 면접 등이 포함된다. 교과별 세부특기사항과 자율활동·동아리활동·봉사활동·진학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본다. 교과 전형에서는 내신 성적에 따라 1.1등급이 합격하고 1.2등급이 불합격하지만, 학종은 그것을 뒤집을 수 있다.

사회 입시 관련해 공정성 문제가 끊이지 않았고, 최근 대통령 발언으로 정시 확대 문제가 불거졌다.

이기정(이하 이) 지난해 대입공론화까지 거치는 등 혼란을 겪은 끝에 ‘정시 비중 30% 이상’ 확대 내용을 담은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확정했다. 이것을 다시 1년만에 바꾸자고 하는 것은, 그 내용의 적절성을 떠나 잘못됐다. 다만 나는 ‘학종 축소·정시 확대’ 방향에 동의한다.

정치적으론 이해할 수 있지만, 교육자로선 묵과하기 힘든 정책 선회다. 오늘 대담은 정시·수시 비중과 관련한 서로의 입장에 앞서, 그런 정책 선회 자체는 잘못됐다는 전제 아래에서 진행하자.

대통령의 취지는, 학종이 이른바 ‘상위권’ 대학 입시의 주류가 되었는데 이를 축소하고 수능 위주 전형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입시가 제일 좋은 입시냐 물으면 대답 곤란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최악의 입시는 학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입시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불안이 심각한데, 그건 주로 학종에서 나온다. 지역균형이나 사회배려자 전형 등 소수자 우대 조치(어퍼머티브 액션)를 위한 ‘할당제’ 성격의 전형만 그대로 두고, 나머지 일반적인 학종은 대폭 축소·폐지해야 한다. 또 학종은 비교과 활동을 과장하거나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등 크고 작은 위선과 거짓이 학교 교육, 가정 교육, 심지어 사교육에까지 퍼지도록 만들었다. 이런 위선과 거짓을 벗어던지는 것도 우리 교육의 중요한 과제다. 수능 확대되면 일반고가 더 불리해진다는 지적 있지만, 정시를 예전처럼 ‘수능+내신’으로 운영하면 얼마든지 일반고에 유리한 전형 만들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학종에서 ‘반칙’이 횡행한다고 말하는데, 일부 사실도 있겠지만 대체로 ‘카더라’ 라는 이야기가 많다. 예컨대, 강남 대치동 학원에서는 수능 앞두고 “우리 학원 다니는 애들만 준다”며 ‘봉투 모의고사’를 치르게 해준다. 족집게 문제풀이 같은 것이다. 그런데 수능 출제자인 내가 보기에, 그 문제들은 실제 수능에서 별 도움이 못 된다. 입시에선 이런 ‘공포 마케팅’이 늘 존재하는데, 그것까지 ‘팩트’(사실)로 취급하면 안된다. 18년 교직에 몸담고 책도 여러 권 쓰고 인맥도 좀 있는 저조차도, 아빠 입장에서 자식의 학종을 대비할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 동네에 악당이 나타나서 국민들이 불안해한다 치자. 악당이 몇 명이다 하는 아주 정확한 데이터까지도 필요 없다. 악당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불신과 불안이 실제보다 과장될 순 있어도, 그 실체 자체를 부인하긴 어렵다. 본인 사례를 말씀하셨지만, 실제로는 전 선생님이 마음만 먹으면 왠만큼 유리하게 만들어 줄 길은 존재한다.

그렇게 간단할 수가 없다. 예컨대 <파우스트>를 읽긴 읽었는데 제대로 이해는 못한 상태라면, 입시에서 <파우스트>를 읽었다고 하는 것이 되레 부작용을 낳는다. 입학사정관 입장에서는 <파우스트>를 읽었다고 써냈냐 여부보다 그 학생이 <파우스트>를 읽어서 이해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면접도 시험인데,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대학이 왜 학종을 늘리려 하고 늘려왔는지 함께 봐야 한다.

그리고, 학종을 축소할 때 지역균형선발 등 ‘할당제’ 전형은 제외하는 방안을 말했는데, 그건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이다. 서울대에 진학하려면 수능에서 1%는 되어야 하는데, 학종으로 합격하는 일반고 내신 1등급이 수능에서는 10% 바깥일 수 있다. 서울대가 수능 10% 바깥인 학생을 뽑는다는 것은 엄청난 특혜일 텐데, 학종이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그런 ‘할당제’ 전형에도 이 학생을 왜 뽑아야 하는지에 대한 논거가 생긴다. 고등학교, 대학교, 학생, 학부모의 입장들이 모아져서 하나의 모자이크가 완성되어 있는 셈이다. 여기서 “‘할당제’ 입시만 빼놓고”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무엇보다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

학부모들이 갖고 있는 불신·불안을 해소하는 등 학종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정부가 대학에 ‘학종을 줄이자’고 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대학의 자율성과 충돌하는 지점 없지 않겠지만, 처음에 학종이 늘어날 대에도 정부가 재정 지원을 연계시켜 늘렸던 역사 있다. 애초 이른바 ‘상위권’ 대학들은 대학 자율화 때 본고사(대학별고사)를 더 선호하지 않았었나.

이해는 하지만, 당시 학종이 늘어난 과정은 대학의 이해관계에도 맞았던 측면이 있다. 이른바 ‘상위권’ 대학이 왜 학종을 선호하는지 볼 필요가 있다. 학종으로 뽑은 학생들이 중도탈락률 낮고 전공 적합성이 높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반면 정시의 장점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정시는 결국 ‘킬러 문항’(고난도 문제)이 등락을 결정한다. ‘상위권’ 대학을 위해 아이들을 변별하려고 지나치게 ‘꼬아서’ 만든 문제들이다. ‘킬러 문항’의 정답률이 20% 미만으로 나오는 모순적인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나는 지금의 수능은 ‘주사위 굴리기’ 게임에 불과하다고 본다.

정시의 문제점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강조했듯, 수능이 좋은 입시제도라서 정시 확대를 말하는 게 아니다. 학종 역시 수능, 내신, 경시대회 시험, 구술고사 등 시험을 포함한다. 그런데 내신 같은 경우에도 변별력 위해 대부분 교사들이 ‘킬러 문항’들을 만든다. 평범한 일반고는 덜하겠지만 강남권으로 갈수록 더욱 치사해진다. 지적하신 정량평가의 문제점은 수능 아닌 어디서나 발생하고, 현재는 이를 해결할 어떤 시험도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학생부교과 위주로 가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고교별 차이가 문제될 수 있다.

대학은 부정하지만, 일반고와 특목고를 똑같이 취급하지 않는 등 학종에서 ‘고교등급제’ 의혹도 문제다.

‘고교등급제’란 말이 성립하려면, 일반고의 우수한 학생이 정시를 봐서 특목고 학생을 역전할 수 있다는 근거가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론 정시를 봐도 격차를 줄이기는 불가능하다.

‘고교등급제’의 해악은, 존재하는데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에서 비롯한다. 학종의 애매모호한 운영 때문에 빚어지는 일들이다. 비교과라는 영역이 고교등급제를 하고 있는 데도 안하는 것처럼 은폐하는 구실을 한다. 비교과가 어떻게 반영되는지 얼마나 반영되는지 알 수가 없고 애매모호함이 커 학부모들에겐 불신과 불안의 요소가 된다. 더군다나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만큼의 과잉 투자를 하게 된다. 물고기 위치가 어딘지 모르니까 그물을 더 넓게 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해결이 정시 확대라면, 정시에서 생기는 불안과 폐단은 어떻게 하나?

학종에서 느끼는 불안과 폐단이 훨씬 크기 때문에 그걸 해결하는 게 더 앞선다. 성적만 중요한 건 아니지만, 비교과, 인성이나 도덕성, 협력까지 반영하는 입시에는 문제가 있다.

이기정 선생님이나 나나 모두가 만족하는 완벽한 입시라는 건 없다고 본다. 다만 나는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에 정시보다는 학종이 더 맞다는 부분에 주목한다. 학종은 다원화된 가치에 더 맞다.

난 회의적이다. 학종이야말로 입시 지상주의, 만능주의를 만들어낸다. 학종은 성적 중심으로 시험 공부만 하는 게 문제라고 해서 발전 가능성도 보고 인성도 보고 전공 적합성도 보고… 학생들의 모든 생활을 입시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이게 되레 입시 지상주의가 된 건 아닌가?

컴퓨터학과에서 코딩에 관심 많은 학생을 뽑고, 물리학과에서 물리에 흥미가 있는 학생을 뽑으려면 정시로는 불가능하다. 종합적으로 보고 뽑는다는 것은 입시 지상주의가 아니라, 선발 절차의 합리성을 높였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주사위 굴리기’ 역시 줄세우기를 위한 것인데, 줄세우기 자체가 불가능하다면 종합적으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전대원 교사.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전대원 교사.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학종의 진짜 특징은 좋은 말로 할 때 ‘정성평가’인데, 이는 나쁘게 말하면 “입학사정관과 대학 마음대로 평가”란 것이다. 자의적이란 얘기다. 종합적으로 보고 싶다면, 봐야 할 항목 하나를 ‘수능+내신’에 더해서 교사나 학부모·학생이 투명하게 알 수 있게 만들어놓으면 된다. 학종은 이를 모호하게 만들어서 문제다. 학종이 미래교육의 방향에 맞다고 하시는데, 그건 학종의 당위만 강조하는 것일 뿐 현실의 학종을 제대로 보지 않는 것이다. 어떤 연수에 가보니, 상위권 학생들만 모아서 방과후 특별지도를 한 사례를 “서울대가 뽑은 학종 우수 사례”로 발표하더라. 당위가 그대로 실행되고 있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게 아니다.

학종의 현실적인 문제점은 있겠지만, 그렇다고 ‘주사위 굴리기’ 게임으로 되돌아갈 순 없다. 중요한 것은 미래교육의 방향이라고 본다. 이 선생님이 말씀하신 ‘자의성’을, 나는 ‘전문성’으로 바꾸고 싶다. 제도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높다고 해서,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되돌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 현재 부작용이 있지만, 학생들이 책을 읽도록 하고 학교 수업을 성실하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킬러 문항’ 문제풀이를 하는 것보단 낫다.

독서 열풍은 수능이 처음 생겼을 때도 불었다. 학종 때문에 동아리가 활성화됐다고들 하는데, 학종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은 일반고에서 12~13% 가량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도 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학종 도입으로 좋아진 게 3 정도라면, 나빠진 것은 7 정도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렇다고 정시를 확대하면, 그마저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문제다. 정시 100%로 한다면 토론 수업을 할 이유가 없어진다. 그나마 있던 수행평가도 사라져, 정성평가는 불가능하게 된다.

‘수능+내신’일 경우엔 가능하지 않겠나?

이 선생님 말씀처럼 정시를 확대하되 내신을 그만큼 적절하게 반영하고 여러 대학들이 다 받아들이는 등 이상적으로 구현된다면야, 찬성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한지 의문이고, 내신을 50%까지 반영한다면 그건 정시가 아니라 내신 전형이라고 봐야 한다. 게다가 문제는 그것보다도 ‘주사위 굴리기’ 게임이 되어버린 정량평가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느냐다.

예전에는 정시가 100%였는데, 2학년까지는 거의 다 교과서로 수업했다. 그 안에서도 토론 수업을 하려고 했고 실행시킨 선생님들도 있었다. 물론 문제풀이가 늘어나는 건 맞다. 무엇보다 나는 학종의 폐단이 사라지는 것 자체에 1차적인 의미를 둔다. 학종으로 인해 신뢰 자본이 오히려 감소했다. 올바른 방향성 내걸었지만 역방향으로 간 꼴이다.

이기정 교사.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이기정 교사.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그렇다면 이 선생님은 정성평가가 중심이 되는 종합전형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인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유럽 등 다른 나라를 봐도 비교과, 곧 학생의 모든 활동을 이렇게나 많이 반영하고 줄세우기 시키는 곳은 없다. 종합전형에 기대지 않고 비교과 영역을 평가하려면, 정규 교과에서 상중하 절대평가 하듯이 정량평가를 도입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입시는 필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필요악’인데, 그 범위를 넓힐수록 폐단은 더욱 커진다.

종합전형이 위선의 전형이라면, 그렇다면 기업에서도 사람을 채용할 때 정량평가에 의존해야 할까? 교육과정 다양화라는 방향이 있고, 그 끝에 뭐가 있다는 희망을 주는 일이 가장 절실하다. 정시 확대는 어떤 논리로도 우리 교육을 황폐화시킬 수밖에 없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현실과의 괴리를 더 중요하게 본다. 만약 정시 비중을 지금대로 유지하는 게 고교학점제가 더 높은 수준으로 실행될 수 있는 조건이라면, 나도 정시 확대를 반대할 것이다. 그러나 그걸 가로막는 장애물은 학종, 수능, 교과 다 포함된다. 고교학점제가 지금보다는 조금 낫더라도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 제도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단지 입시제도 때문만이 아니다. 교육 정책의 문제들이 다 골고루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회 구체적이진 않지만 정부가 일단 ‘정시 확대’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현실적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정시에 적정한 정도로 내신을 넣어줌으로써 일반고에 유리하게 해주는 게 다수 국민의 마음이다. 지역균형 등 할당제는 줄이지 않고, 이른바 ‘상위권’ 대학의 학종을 축소하고 ‘수능 성적+내신 성적’으로 된 정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판도라의 상자를 이미 열었으니, 최대한 부작용 없게 해달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정시를 정 늘리고 싶다면, 그 확대 범위를 5% 이내로 최소화하고 현 중3(2023학년도)부터 적용하는 게 맞다. 잘못된 원칙이라도 왔다갔다하는 원칙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교육 관계자들의 의견도 꼭 최대한 수렴하길 빈다.

혼란 줄이는 건 완전히 동의한다. 원론적으로, 현 중3부터 적용하는 게 맞다.

사회 양선아, 정리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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