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개혁 관계 장관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대입 정시 비중 상향”을 언급한 지 사흘 만인 25일, 정부가 교육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관련·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자사고 등 ‘특권학교’의 2025년 일반고 일괄 전환 추진 등 ‘교육 공정성’ 확보의 방향은 제시했지만, 정작 파장의 원인인 정시 비중 확대의 구체적인 방안은 11월 안에 내놓기로 해 교육 현장의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교육관계장관회의 결과를 발표하며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및 논술 위주 전형의 쏠림 현상이 높은 서울 소재 대학에 대해서는 정시 수능 위주 전형의 비율을 상향 조정하되, 구체적인 상향 비율과 적용 시기는 대학·교육청 등과 협의해 11월 중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또 “특정 고교 유형에 유리하고 사교육을 과도하게 유발한다고 지적되는 대학의 입학전형은, 상세히 살펴 적극적으로 축소 폐지를 유도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학종 비율이 줄어들더라도 지역균형 선발과 기회균등 선발 비율은 줄어들지 않도록 각별히 챙기겠다”고도 강조했다.
현재 정시 비중의 하한선(30%)을 올리거나 정시 비율을 법으로 담는 법제화 등의 가능성에 대해선 “추진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정시 비중을 늘리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교육 현장에선 이 비율을 법으로 정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등 혼란에 빠졌었다. 이 때문에 정시 비중 확대를 권고·유도하는 차원이라며 ‘수습’에 나선 것이다. 정부가 지금의 정시 비중을 제도적으로 바꾸지는 않겠다고 내비친 것은,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한 지 갓 1년밖에 지나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가교육회의 공론화 과정까지 거쳐 이전보다 정시 비중을 높인 ‘30% 이상 확대 권고’를 내놨는데, 또다시 그보다 더 높은 목표치를 명문화하는 데는 큰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실제로 원하는 목표치가 ‘정시 40% 이상 확대’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공론화 과정에선 시민참여단의 27.2%가 수능 위주 전형의 적절한 비율로 ‘40~50%’를 꼽은 바 있다.
관건은 교육부가 어떤 방법으로 서울 소재 대학들의 정시 비중 확대를 유도할 것이냐다. 가장 실효성 있는 방법으로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이 꼽힌다. 학종 비중이 높은 상위권 대학들이 정시 비중을 40% 이상 늘리면, 고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해 예산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다만 교육부 관계자는 “지원사업을 동원하기보다는 최대한 대학들과의 협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늘리도록 권고·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학종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학종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살펴본다면 대학들도 정시 비중을 자율적으로 확대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실제로 대학들이 이에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서울 지역 한 대학의 입학처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수능 개선, 정시·수시 체제 개편 등 전반적인 논의 없이 ‘정시 비중’만 보는 접근법으로는 대학들도 쉽사리 나서기 어렵다”고 전했다.
교육계의 반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대입 정시 확대는 오히려 과거 교육으로의 회귀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그 심각성이 지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정시 확대는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도 문제가 된다. 정시·수시 논쟁에 매몰될 때가 아니라 교육 불평등 해소와 공교육 정상화를 고민할 때”라고 비판했다.
한편, 유 부총리는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해 “학생의 진로·역량 중심 교육 강화, 그에 맞는 미래 교원 양성·연수 체계 혁신, 최첨단 미래형 학교 구축 등으로 일반고 교육의 질을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과 일반고 역량강화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가까운 시일 내에 발표할 전망이다. 이밖에 청년의 첫 입직 단계에 해당하는 정책인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도 여태껏 추진해온 방향대로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할 예정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