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법인 시민단체 ‘놀이하는 사람들’ 김회님 대표.
20여년 동안 ‘놀이’로만 아이들을 만나온 사람이 있다. 1998년부터 국악 놀이, 표현예술치료, 연극 놀이, 전래 놀이 등으로 놀이의 중요성을 전파해왔다. 놀이에 청춘을 바쳤다. 사단법인 ‘놀이하는 사람들’(이하 놀사)의 김회님(활동명 얼씨구) 대표 이야기다. 그는 지난해 놀이 활동가, 놀이 전문가로 살아온 시간을 <잘 노는 애 안 노는 애 못 노는 애>라는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아래는 놀이의 중요성에 관한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 양육자들은 여전히 ‘노는 것은 권리’라고 하면 낯설어 한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놀 줄’ 모른다.(웃음) 지난 20여년 동안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건 충분히 노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 아이와 주변 아이들이 행복하게 사는 것에 관심을 가졌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놀이로 커나간다는 진리를 몸과 마음으로 깨달았다. 뜻을 함께하는 분들과 놀사를 꾸려가고 있다. ‘놀 권리’는 유엔아동권리협약 31조에 명시돼 있다. 교육받을 권리, 건강하게 자랄 권리 못지않게 중요한 영역이 ‘놀이’라는 이야기다. 한국도 국가 차원에서 ‘놀이 전담 부서’를 만들어 ‘놀 권리’에 관한 인식을 재정립·확산해야 한다고 본다.”
■ 놀이에는 어떤 속성이 있나?
“놀이하다 보면 아이들 사이에서 은근한 권력관계가 드러난다. 그 반에서 누가 인기가 많은지, 누가 운동을 잘하는지, 누가 가장 센지 금세 알 수 있다. 심지어 그 반에서 가장 센 아이가 수업에 협조적이지 않으면 나머지 아이들이 그 아이를 따라가기도 한다. 그 일상의 권력을 놀이 속에서 깰 때 아이들은 희열을 느낀다. 놀이라는 비일상에서나마 강자를 이겨보는 경험이 얼마나 짜릿하겠는가. 술래가 된 아이가 학교 대표 육상선수에게 달리기 ‘도전’을 해볼 수 있는 것도 놀이를 통해서다. 이처럼 일상에서는 하기 힘든 도전과 모험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 이것이 바로 놀이가 가진 매력 아닐까.”
■ 노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인식이 있다.
“요즘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놀이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다칠 경우 양육자에게서 항의와 민원이 들어올까봐 꺼리기 때문이다. 놀이 수업에서조차 아이들이 도전하고 모험하지 못하게 한다. 가정에서는 어떨까? 학교와 집, 학원을 오가며 시간에 쫓기느라 아이들이 놀 시간이 없다. 부모들은 아이가 놀이하는 시간을 공부하는 시간보다 가치 없다고 여긴다. ‘놀지 말고 공부해라. 만날 놀기만 하니까 그 모양이지’라는 말은 놀이가 공부의 반대어로, 놀면 실패한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한데 아이들은 놀면서 성장하고 자아상을 확립해간다. 상호작용하며 대화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상황에 맞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 뒤 조절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아이로 성장시키는 힘이 놀이에 있다고 믿는다.”
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