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샘의 ’미디어가 왜요?’】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디지털 공간에 관해 생각해봅니다. 서로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논의하는 공론장이기보다는, 의견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 그 의견을 강화하는, 어찌 보면 분절화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쟁점과 내용의 뉴스도 어떤 포털에서 접하느냐에 따라, 사안에 대한 댓글이나 독자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을 쉽게 경험할 수 있지요. 같은 사안이라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그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공간에서 서로 다채로운 의견을 공유하지 못하고, ‘내 편’이 있는 특정 공간(커뮤니티) 안에서만 ‘표현의 자유’를 느끼게 되는 환경이 왜 만들어지고 있는지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연구를 위해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만나면, 댓글 문화와 디지털 공간에서의 자기표현 경험에 관하여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제가 만난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을 댓글로 표현하는 것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어요.
의견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의견이 다수의 의견과 달랐을 때 공격을 받지는 않을까, ‘그냥 대강 보고 넘어가면 될 걸 괜히 일을 키우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자기 의견을 댓글로 나타내는 걸 꺼리게 되는 동시에, 다수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표현하는 ‘소수 의견’과 같은 댓글의 중요성에 관해 설명해주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만난 고등학생들은 어떤 기사나 글에 달린 댓글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것은 아마도 ‘처음 달린 댓글’일 거라 설명하더군요. 첫 댓글로 인신공격성의 강한 ‘악플’(악성 댓글)이 달리면 그다음에 올라오는 댓글도 그런 분위기를 따르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또는 첫 댓글로 장난스러운 댓글이 달리면, 뒤따르는 댓글들도 장난스러움을 나타내는 댓글이 많아진다는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어떤 기사 속 인물이나 상황을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악플이 많이 달리는 경우, 그 악플들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댓글이 등장하면 침묵하던 다수가 처음 달린 악플에 반대 의견을 말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또한 그것을 기점으로 댓글 창의 분위기가 바뀐다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런 경험들을 하면서 디지털 공간 속 다수의 의견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는 댓글의 중요성을 느낀다고 하더군요.
더불어 자신들도 어떤 사람이 이유 없이 공격을 받고 있다고 느낄 때, 내 의견을 드러내며 악플에 ‘개입’하려는 노력을 조금씩 하고 있다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아이들과 만나면서 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디지털 시민성’이 무엇인지, 책임감 있게 참여하는 디지털 공간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매번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체득한 ‘디지털 시민성’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이어질 수 있도록 어른들이 함께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필요하다면 교육과정이나 제도·정책 만들기 등으로 손을 보태주는 것이지요.
디지털 공간은 우리의 ‘오프라인 생활 공간’보다 어쩌면 더 가까운 소통과 교류의 장입니다. 이런 공간이 다양한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좀 더 건강한 공론장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김아미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이해> 지은이
학생들에게 ‘디지털 시민성’이란 무엇일까? 디지털 공간에 책임감 있게 참여하는 구성원이 된다는 것에 관해 생각해봐야 할 때다. 최근 만난 고교생들은 “어떤 사람이 이유 없이 공격을 받고 있다고 느낄 때, 내 의견을 표현하며 악플에 ‘개입’하려는 노력을 조금씩 하고 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게티이미지뱅크
김아미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이해>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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