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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했더니… SKY 30% 줄고 지방대·여성 늘어

등록 2019-09-27 20:38수정 2019-09-27 20:48

시민단체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주장
2017년 하반기 공공부문 의무화 이후
다양성·효율성·공정성 차원에서 성과 보여
“‘특권 대물림’ 해소 위해 법제화 필요”
‘학벌 격차’가 노동시장으로 이어지는 등 ‘특권 대물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의 하나로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이 주목받고 있다. 공기업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 이후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이 3분의 1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은 지난 26일 낸 자료에서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 이후의 성과를 분석하고, “상위권 대학들이 채용시장 단계에서 누리던 특권 요소를 없애기 위해 블라인드 채용을 민간기업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2017년 하반기부터 공공부문에서 이력서에 학벌·학력·출신지·신체조건 등 차별적 요인은 아예 기재하지 않는 방식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한 바 있다.

사교육걱정은 ‘편견 없는 채용, 블라인드 채용 실태조사 및 성과분석 최종 보고서’(한국산업인력공단, 2018)를 주로 참고했다. 이 보고서는 14개 공공기관의 인사담당자 등의 심층면접, 260개 공공기관의 채용담당자 설문조사 등을 통해 2017년 하반기 블라인드 채용 뒤 나타난 변화를 살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여성, 비수도권 대학 출신, 지역인재 등의 채용 비율이 이전보다 늘고 이른바 ‘명문대’ 출신의 비율이 줄어든 현상이 눈에 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출신의 비율은 과거 15.3%였는데, 도입 뒤 10.5%로 줄었다. 반면 비수도권 대학 출신의 비율(38.5%→43.2%), 대졸 채용에서 여성의 비율(39.8%→43.1%), 지역인재의 비율(18.5%→21.99%) 등은 늘었다. 출신 대학의 숫자도 10.3개에서 13.1개로 늘었다.

또 팀장급 직원들에게 블라인드 채용으로 입사한 직원들의 직무역량과 조직적응도를 5점 척도로 평가하도록 해보니, 각각 3.32점, 3.29점으로 ‘효율성’이 약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성’ 차원에서는 인사담당자, 상급자, 신입사원 모두가 블라인드 채용의 절차와 결과의 공정성에 대해 5점 만점에 3.96~4.3점(절차), 3.95~4.39점(결과)을 줬다.

취업 시 ‘출신 학교’ 정보 요구는 ‘특권 대물림’의 연결 고리가 된다. 2018년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9.7%가 “대학 졸업장 유무에 따른 차별이 심각할 정도로 존재한다”고 답했다. 현행 ‘고용정책 기본법’은 사업주가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신앙, 연령, 신체조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학력, 출신 학교, 혼인·임신 또는 병력” 등으로 차별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벌칙 조항이 없다. 올해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 개정으로 불합리한 개인정보 요구·수집을 금지했지만, ‘출신 학교’ 정보는 여기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가 커진다. 과거 오영훈·강길부·나경원·김해영·심상정 의원 등이 여야를 막론하고 비슷한 취지의 법률을 발의한 바 있다. 현재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용상 출신학교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상태다. 이 법은 모든 사업장에서 출신 학교 등을 이유로 한 모집·채용상의 차별 행위를 금지하고, 벌칙 조항까지 담았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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