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성균관대, 서강대, 고려대, 연세대 등 4개 대학의 ‘기회균형선발’(고른기회 전형) 비중이 10년 전보다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회균형선발은 불평등 완화를 위해 소외계층의 진학 기회를 넓히는 제도로 도입됐지만, 정작 ‘주요 대학’일수록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2021학년도부터 기회균형선발 제도가 의무화되긴 했지만, 선발 비율까지 의무화되진 않았다.
25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09~2019년 기회균형선발 현황’을 보면, 전체 194곳 대학의 총입학자 가운데 기회균형선발 전형 입학자 비중은 2009년 7%(2만5559명)에서 2019년 11.7%(3만8324명)로 늘어났다. 기회균형선발 제도는 2009학년도 입시부터 시행됐는데 기초생활 수급자, 차상위계층, 국가 보훈 대상자, 농어촌·특성화고 출신 등을 정원 내, 정원 외의 특별전형으로 뽑도록 하는 제도다.
자료를 분석한 상세 현황을 보면, 국공립대에 견줘 사립대에서, 지방 대학에 견줘 수도권 대학에서 기회균형선발 확대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공립대 40곳의 현황을 보면, 2009년 6.2%였던 기회균형선발 비중은 2019년 14%로 10년 사이 7.8%포인트 늘어났다. 그러나 사립대 154곳은 2009년 7.2%에서 2019년 11%로, 단지 3.8%포인트 늘었다. 지방 대학 122곳이 2009년 6.8%에서 2019년 13%로 6.2%포인트 늘어난 반면, 수도권 대학 72곳은 2009년 7.3%에서 2019년 9.5%로 겨우 2.2%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무엇보다 서울 지역의 이른바 ‘주요 사립대학’ 12곳의 확대 실적이 저조했다. 2009년 6.7%에서 2019년 9.5%로 단지 2.8%포인트 늘어났을 뿐이다. 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한국외대, 홍익대, 건국대 등 8곳의 선발 비중은 전체 평균인 11.7%보다 낮았다. 이 가운데 성균관대(7.5→5.7%), 서강대(8.2→7.3%), 고려대(5.9→5.2%), 연세대(6.9→6.4%) 등 4곳은 2019년의 선발 비중이 10년 전인 2009년보다도 되레 줄어들었다.
기회균형선발을 ‘정원 내’와 ‘정원 외’로 구분했을 때, 서울 주요 사립대 12곳은 ‘정원 내’ 선발에 특히 인색했던 것으로도 나타났다. ‘정원 내’ 선발을 늘리면 그만큼 다른 일반전형 모집정원이 줄기 때문이다. 2019년 이들 대학의 ‘정원 내’ 선발 비중은 평균 2.2%로, 전체 대학의 평균인 5.6%의 절반에 못 미쳤다. ‘기회균형선발 운영’은 교육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고교교육기여대학’을 선정할 때 지표로도 쓰인다. 그런데 이들 사립대 12곳은 모두 이렇게 낮은 선발 비중을 가지고도 적어도 한 차례 이상 ‘고교교육기여대학’으로 선정됐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대선 때 ‘대입에서 사회적 배려 대상자 지원 확대’ 공약을 내걸었고, 지난해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021학년도부터 이를 의무화한 바 있다. 다만 ‘2021학년도 대입전형 기본사항’에 “대학은 고른기회 특별전형을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었을 뿐, 최소 비율 등의 기준은 따로 없다. 박경미 의원은 “소외계층의 고등교육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임에도 지난 10년 동안 서울 주요 사립대가 이를 확대하려는 노력에 소홀했던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하고, “대학의 공공성은 선택이 아닌 책무인데, 학력의 대물림에 의한 계층의 대물림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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