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 사례로 본 대입제도 변천사】
‘무늬만’ 입학사정관제 폐해
MB정부 때 인센티브 주며 도입 독려
조국 딸 합격한 세계선도인재전형 등
스펙쌓기 조장… 특기자 전형 ‘변질’
학생부종합전형 ‘10년 공든탑’
평가자 아닌 평가자료가 전형 중심
교외 수상·해외 봉사·논문 실적 등
학생부 기재 금지 늘려 ‘제도 다듬기’
정시확대는 최악의 선택
내신부터 비교과까지 ‘학종=3년 고생’
불합리 비판 속 ‘정시확대’ 주장하지만
“성적순 줄세우기, 교육 불평등 더 심화”
‘무늬만’ 입학사정관제 폐해
MB정부 때 인센티브 주며 도입 독려
조국 딸 합격한 세계선도인재전형 등
스펙쌓기 조장… 특기자 전형 ‘변질’
학생부종합전형 ‘10년 공든탑’
평가자 아닌 평가자료가 전형 중심
교외 수상·해외 봉사·논문 실적 등
학생부 기재 금지 늘려 ‘제도 다듬기’
정시확대는 최악의 선택
내신부터 비교과까지 ‘학종=3년 고생’
불합리 비판 속 ‘정시확대’ 주장하지만
“성적순 줄세우기, 교육 불평등 더 심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자녀의 과거 입시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학입시의 주된 방식으로 자리잡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비판으로 번졌다. 이런 논란은 대체로 수능 중심의 ‘정시 확대’ 주장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입시제도가 개선돼온 흐름을 간과하고 ‘성적으로 줄세우기’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020학년도 대입 전형에서 수시는 77.3%를 차지하는데, 이 가운데 교과 전형은 42%, 학종은 24.5% 비중이다.
조 후보자 자녀가 입시를 치른 2010학년도는, 2007년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고 몇해 되지 않았을 때다. 미국에서 시작된 입학사정관제도는 획일적인 학생 선발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소개됐고, 이명박 정부 때 급격히 확산됐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가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는 대학에 최고 25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벌였는데, 2009학년도 16곳에 그쳤던 입학사정관제 실시 대학은 2010학년도 49곳으로 늘었다. 당시부터 입학사정관제가 “사교육 시장을 키운다” “‘스펙’ 쌓기를 부추길 것이다” 등의 우려는 나왔다. 실제 조 후보자 자녀의 사례에서 보듯, 도입 초창기에 학교 바깥의 활동까지 대입 자료로 인정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그러나 당시 문제를 1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 학종의 문제로 연결하기엔 무리가 많다. 먼저, 조 후보자 자녀가 응시한 전형은 무늬만 ‘입학사정관제’였을 뿐 실제로는 외고 학생들을 뽑기 위한 ‘특기자’ 전형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고려대는 2008년부터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으나, 조 후보자 딸이 응시한 ‘세계선도인재전형’은 공인외국어시험 성적 제출 등으로 지원 자격을 제한했다. 당시 주요 대학들은 ‘고교등급제’란 말이 나올 정도로 외국어고·국외 학교 학생들을 선발하고 싶어 했는데, 이들을 뽑기 위한 특기자 전형을 입학사정관제로 ‘포장’한 셈이다. 실제 이 전형으로 뽑힌 학생들의 절반이 외고 출신이었다. 때문에 입학사정관제 원칙을 어겼다는 비판을 받았고, ‘글로벌리더’ 전형 등 비슷한 성격의 전형을 운영했던 성균관대와 연세대는 관련 전형을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제외한 바 있다. 입학사정관제도와 학생부종합전형의 차이도 중요하다. ‘입학사정관’이라는 전문 평가자가 중심이 되는 입학사정관제와 달리 학종은 ‘학생부’라는 자료를 주된 요소로 삼는 입시 전형을 가리킨다. 학종에서는 ‘누가’ 평가하느냐보다 ‘무엇을’ 보고 평가하느냐가 더 중심에 있다. 입학사정관제를 학종으로 바꾼 지난 10여년 대입 정책은 학생부에 무엇을 금지하고 담을지를 꾸준히 다듬어왔다.
2010년 4월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낸 ‘입학사정관제 운영 공통기준’은 첫 공식적인 지침이라 할 수 있다. “토익·토플 등 공인어학시험 성적, 교과 관련 교외 수상 실적, 구술 영어 면접, 해외 봉사 실적 등 사교육기관 의존 가능성이 높은 체험활동”을 주요 전형요소로 반영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는 강제성 없는 ‘지침’ 성격이 강해 그 뒤로는 정부가 해마다 ‘학생부 기재 요령’을 통해 금지 사항을 발표했다. 2011학년도에는 ‘교과 관련 교외 수상 실적’, 2012학년도에는 ‘공인어학성적, 해외 봉사활동, 교외 체험학습활동’ 등의 기재가 금지됐다.
2015학년도 입시부터는 입학사정관제도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바꾸고, 학생부 이외의 외부 실적을 대입에 활용하는 것 자체를 금지했다. 학회지에 등재된 논문, 도서 출간 등도 학생부에 적을 수 없게 했다. 지난해 내놓은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안’에서는 ‘소논문’ 기재를 금지하고 기재·제출할 자율동아리 활동과 교내 수상 경력의 개수를 제한했다. 임진택 입학사정관은 “부작용이 나타난 항목들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다듬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학종도 문제 있는 제도라는 비판이 있다. 내신은 물론 경시대회와 동아리 활동 등 비교과까지 신경쓰느라 학생들을 3년 동안 ‘지옥’에 밀어넣는다는 것이다. 학교 안 활동으로 제한됐지만, 학생 활동에 학부모가 미치는 영향도 여전히 의심받는다. 이에 대한 보완으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해 수상 경력 미반영, 자기소개서 폐지, 공공사정관제 도입을 제안했다.
문제는 학종 같은 정성평가를 ‘불공정’하다고 단정하고 “정시 확대”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정량평가를 탈피한 이유를 무시하는 ‘정시 확대’ 논리야말로 사교육 중심지 등에 사는 소수 특권층에게 유리하다고 지적한다. 부모의 학력·소득 수준이 높은 가정의 학생일수록 수시 전형보다는 정시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전경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장은 “불공정한 사회 속에서는 학종이 더 치명적인 독이 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에 대해 “정시 확대” 등 과거로 회귀할 것이 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해왔듯 제도를 꾸준히 다듬어나가는 것이 더 필요하다. 대학의 평가 자료를 공개하는 등 투명성을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짚었다. 초대 입학사정관협의회 회장을 지낸 임진택 입학사정관은 “전국 모든 고등학교를 같은 출발선 위에 놓고 이들의 9등급 상대평가를 동등하게 인정해주는 학종은 정시보다 공정한 제도”라고 말했다.
최원형 양선아 기자 circle@hani.co.kr
지난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성균관대 2020학년도 수시지원전략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입학 담당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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