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샘의 10대들♡마음 읽기】
“엄마·아빠는 정말 짱나게 말을 해요.”
영이(가명·15)의 말이다. 영이는 엄마와 갈등이 생기면 매번 폭력적인 말을 듣고, 아빠는 말끝마다 설교를 한단다.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신이 마치 문제아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아이들과 소통하고 싶지만, 사실 어떻게 대화하는지 방법을 잘 모르는 부모들이 많다. 때론 잘못된 방식으로 대화를 시도하다가 오히려 아이와 단절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부모와 대화를 피하는 이유를 들어보면, 엄마 아빠는 자신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가르치려고 하거나 나무라기만 한단다. 아이들 처지에서는 상처를 받으니 차라리 대화하지 않는 게 낫다. 상처를 주고받아 ‘독’이 되는 대화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약’이 되는 대화가 필요하다.
갈등 상황에서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내담자에게 권하는 방법이 있다. ‘나-전달법’(I-Message)이다. ‘나’를 주어로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나의 감정을 전달한다. “네가 ∼했잖아”처럼 ‘너’를 주어로 하는 대화는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비난하는 말투가 되기 쉽다. 그래서 ‘너’가 아닌 ‘나’에 초점을 맞추어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함으로써 상호 이해를 도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밤늦게 들어온 영이에게 화가 난 엄마가 “너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여자애가 어딜 밤늦게 돌아다녀!”라고 하면, 엄마의 말에 기분이 상한 영이는 “엄마는 어떻게 그런 성차별적인 말을 할 수가 있어!”라고 받아친다. 이에 더 화가 난 엄마는 “엄마한테 성차별적이라니 버르장머리 없이!” 서로 말꼬리를 물며 싸운다. 이런 대화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전달법’에 따라, 엄마는 영이의 늦은 귀가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자신의 감정은 어떤지 이야기하면 된다. “엄마는 세상이 너무 험하니까 밤늦게 다니다가 너한테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이 돼서 너무 불안해. 엄마 마음 이해할 수 있겠니?” 이런 엄마의 말에 영이의 반응은 달라질 수 있다.
대화에서는 말하는 것만큼 듣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가 말할 때 내면의 동기나 정서에 집중해서 듣고,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아이의 생각을 존중하고 감정을 이해하며 공감해야 한다. 영이가 거울을 보면서 시무룩한 표정으로 “난 못생겼어”라고 말한다. 이때 엄마는 “우리 딸보고 누가 못생겼대? 엄마 눈에는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데”, 옆에 있던 아빠는 “외모가 뭐가 중요하냐? 사람의 내면이 중요한 거야…”라며 설교를 시작한다. 결국 영이는 “됐거든!” 하며 자기 방에 들어가 버린다. 엄마 아빠는 애써 영이를 위로하거나 안심시켜 주려고만 한다. 그보다는 “외모가 마음에 안 들어 속상하니?”라고 딸의 속마음과 정서를 읽고 공감해주면 된다.
아이들과 대화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아무리 좋은 대화라도 아이가 흥분하거나 예민한 상태일 때는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청소년기는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뇌의 전두엽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감정 통제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아이들 스스로 감정이 잦아들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가 평온해진 상태에서 대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정희 청소년상담사·전문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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