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사학국본) 등 교육 관련 단체들이 지난 5월16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정부에 공약 사항인 공영형 사립대 정책을 조속히 시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학국본 제공
운영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확보한 사립대에 정부 재정을 지원해 성장 가능성이 큰 사립대를 육성하겠다며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공영형 사립대 육성’ 예산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전액 삭감될 위기에 처했다. 교육계는 사실상 대통령 공약 파기라며 관련 예산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겨레>가 11일 여영국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교육부의 2020년 공영형 사립대 육성지원 예산요구서’를 보면, 교육부는 최근 ‘공영형 사립대 육성’을 위한 내년 예산으로 기획재정부에 87억여원을 요구했다. 4년제 2개교 각각 30억원, 전문대 1개교 25억원 규모다. 이는 지난해 교육부가 기재부에 이 사업 명목으로 요구한 812억원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재부는 이달 말 확정을 앞두고 진행 중인 정부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현재까지 관련 예산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재부는 지난해에도 올해 예산에 ‘공영형 사립대’ 관련 항목을 전액 삭감해 교육계의 반발을 산 바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공영형 사립대가 왜 필요한지 설명하고 있지만, 기재부는 ‘사립학교에 왜 지원을 해야 하느냐’는 관점이라 충돌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계는 이런 상황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현 정부 국정과제인 ‘공영형 사립대’ 정책에 대한 정부의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비판한다. ‘공영형 사립대’는 전체 대학에서 국공립이 절반 이상 차지하는 대다수 선진국과 달리 사립이 87%에 이르는 한국의 기형적인 대학 구조에서 온갖 사학 비리마저 횡행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대학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지원하는 대신 학교 재단에서 공익이사의 비중을 절반 이상 확보하고 국립대 수준의 재정과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는 실험적 제도이다.
여영국 의원은 “지난해보다 예산이 대폭 축소돼 정부의 정책 의지도 약화한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올해도 예산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공약 파기”라고 지적했다. 방정균 사학개혁국본 대변인도 “정부가 공공성과 투명성이 확보된 사립대는 적극 지원하고, 비리가 있는 대학엔 강한 징벌을 하는 양대 축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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