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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엉엉 울다가도 속마음 털어내면 희망이 그렁그렁

등록 2005-12-25 21:40수정 2005-12-27 18:13

엉엉 울다가도 속마음 털어내면 희망이 그렁그렁 ‘다르게 읽기 깊이 보기’
엉엉 울다가도 속마음 털어내면 희망이 그렁그렁 ‘다르게 읽기 깊이 보기’
다르게 읽기 깊이 보기
주인공 석이는 늘 꿈을 꿉니다. 외할아버지 댁에서 엄마랑 행복하게 사는 꿈을 꿉니다. 꿈속에서의 행복도 아버지는 허락해 주지 않습니다. 현실은 석이(초등4)가 겪어내기에는 너무나 비참합니다.

아버지의 인쇄소 사업은 빚더미에 올라 앉아 망하게 됐고, 아버지는 그 모든 탓을 엄마에게만 돌립니다. 석이는 밤이 두렵고 무섭기만 합니다. 술에 취한 아버지는 석이와 엄마를 손찌검하고 못살게 굴었으니까요. 학교생활도 자기 의지하고는 달리 자꾸 꼬여들기만 합니다. 자기 처지를 아무도 몰라주니 석이는 화가 났고 분했습니다. 석이는 억울한 마음을 밀어넣고 또 밀어넣으며 참았지만, 끝내 불화산처럼 폭발합니다. 석이는 이런 자기가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석인 엄마에게 자기 속마음을 털어 냅니다. 석이의 당당한 요구와 모습 속에서 엄마의 삶도 빛이 보입니다.

석이와 엄마는 희망을 안고 안개 낀 새벽녘에 산골짜기 외할아버지 댁에 가는 차에 오릅니다. 이번에는 꿈이 아닌 소중한 삶의 희망을 찾아 나서는 석이와 엄마의 마음에 안개가 걷히고 환한 아침 햇살이 비칩니다.

엉엉 울다가도 속마음 털어내면 희망이 그렁그렁 ‘다르게 읽기 깊이 보기’ <또야 너구리의 심부름>
엉엉 울다가도 속마음 털어내면 희망이 그렁그렁 ‘다르게 읽기 깊이 보기’ <또야 너구리의 심부름>
<희망>은 26쪽짜리 단편 동화입니다. 복사를 해서 아이들과 같이 나누어 보았습니다. 어떤 이야기보다도 관심있게 잘 들었어요. 감정에 휘둘려서 책을 읽는 내 숨소리가 고르지 못한 것도 금방 알아차릴 만큼이나 조용합니다. 승규, 만호, 대전, 진영, 지은이랑 샛별이 얼굴을 다시 둘러봅니다. 이 동화를 읽을 때마다 여러 어린 동무들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주인공 석이의 처지와 행동에 대해서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진영이(초등6)는 아주 길게 속마음을 털어냈습니다. 그러다가 울기도 하고 단발머리를 쓸어서 귀 뒤로도 넘기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기도 했습니다.

“석이가 안타깝다. 지 맘과는 달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환경 때문에. 이해한다. 내가 겪으니까. 언니랑 엄마랑 맨날 싸우고 울고 언니는 나 어떻게 할 거냐고 학교도 학원 문제도 자기가 바라는 것은 하나도 되지 않고 그러니 죽고 싶다 죽어 버릴 꺼다 맨날 그러고 엄마가 아무것도 모르니까 사기당해서 빚지고 그러니까. 언니는 모든 일을 다 어둡게 보고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근데 그걸 보면서 나만이라도 그러지 말아야지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데도 동생한테 내가 들었던 안 좋은 말들을 다하더라고요. 내가 보고 느꼈잖아요. 그런데도 어느 순간에 나도 모르게 그러더라고요.”

진영이는 많이 울었습니다. 용기내서 속엔 말 해줘서 고맙다고 했어요. 자기 마음을 드러내놓고 말로 털어 낸 게 처음이었으니까요.

진영이는 오늘 만난 석이의 삶 속에서도 여러 가지 마음이 들었나 봐요. 좋은 책과 좋은 이야기가 갖는 힘이 이런 것이겠지요. 아이들마다의 처지가 다르고 정신적인 발달이 다른 만큼 각자 자기 이야기로 받아가면 그만이라는 거죠. 맺힌 마음을 해소시켜 주고 위로를 받으면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하면 되는 거겠지요. 진정한 문학만이 갖는 커다란 믿음과 힘을 아이들에게서 배웁니다.

<또야 너구리의 심부름>(권정생 외 지음/창작과 비평사) 78쪽 <희망>


이숙양/공부방 활동가 animato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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