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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교실·도서관·아이들…관심만큼 보이더라

등록 2005-12-25 18:17수정 2005-12-27 18:06

이상대/서울 신월중 교사 applebighead@hanmail.net
이상대/서울 신월중 교사 applebighead@hanmail.net
선생님이 말하는 교실 안팎
우리 학교 교장 선생님은 참 부지런하다. 일찌감치 출근해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학교 구석구석을 돌며 휴지를 줍고 화단을 가꾼다. 덕분에 학교가 한결 화사해졌다.

가끔 도서실도 들르시는데, 참 이상한 일도 다 있다. 내 딴에는 평소 정리를 한다고 하는데도, 교장 선생님만 오면 안 보이던 휴지와 온갖 잡동사니가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이다. 서가 밑의 껌종이, 책꽂이 빈틈에 쌓인 먼지, 아이들이 흘리고 간 기타 잡동사니…. 그래서, ‘내 눈에는 안 뵈는 휴지가 어째 교장 선생님 눈에만 뵈지?’하고 혼잣말을 했더니 그 말을 들은 교정선생님이 한마디 툭 던지셨다. “당신도 교장이 돼 보라구.”

아, 그거였다. 보는 눈과 관심사가 다른 것이다. 사실 도서실에 관한 한 내게는 휴지나 먼지 등은 큰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출근해서 도서실에 들어서면, 실내는 따뜻하게 덥혀졌는지, 어제 아이들이 그토록 찾던 해리포터가 반납함에 들어왔는지, 아침부터 책에 코를 박고 있는 저 이쁜 아이는 누구인지, 뭐 이런 것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휴지야 까짓것 눈에 띄는 대로 주우면 되는 것이니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이다.

관심을 가지면 오로지 그것만 보이게 돼 있다. 돌이켜보면, 초임 시절엔 정말 아이들 외에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교실에 들어서면 그 까막딱다구리같은 아이들만으로도 눈이 부셨다. 그들의 기쁨이 내 기쁨이었고, 그들의 슬픔이 내 슬픔이었다. 그러다가 삼사 년이 지나면서 서서히 교실의 청결 상태와 쓰레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동시에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이후 수순은 일사천리, 누차 지적했음에도 고쳐지지 않는다고 노발대발 화를 내며 걸핏하면 오리걸음을 시키곤 했다. 자신도 모르게 ‘교실관리자’로 돌아선 것이다. 관리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염려 대상이요, 다독여야 할 감시 대상으로 바뀐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관심에 본능적으로 민감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초임 시절엔 열성만 높았지 여러 면에서 엉터리였다. 그랬음에도 아이들의 성원이 대단해서 해마다 라면상자 하나가 모자랄 정도로 편지가 쌓였다. 그로부터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 당시보다 한결 더 다듬어지고 원숙해졌다. 그러나 편지는커녕 오가는 소통이나 느낌은 당시에 비해 어림도 없다. 무슨 차이인가. 내 아무리 친절하고 세련되게 아이들을 대할지라도 그들은 아는 것이다. 선생님의 관심이 저희들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관리’에 있다는 것을. 무엇이 더 교육적인 것인지는 좀더 따져볼 일이지만, 분명한 것은, 아이들 자체에 충실할 때 훨씬 더 너그러워질 수 있으며 상상력이 충만해진다는 것이다. 여러분도 한번 주변을 돌아보시라, 무엇이 먼저 눈에 띄는지.

이상대/서울 신월중 교사 applebighe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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