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고려대 총학생회와 고려대 강사법 공동대책위원회가 고려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라진 강의 수 복구와 강사 확충을 촉구하고 있다.
오는 8월1일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 시행을 앞두고 각 대학들이 2019학년도 2학기 강의 수를 줄이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다만 교육부가 올해 있을 비케이(BK)21 후속사업 선정을 위한 평가에서 “강사 고용 안정성 등을 반영하겠다”고 밝힌 뒤로 주요 사립대를 중심으로 강사 채용을 소폭 늘리는 등 ‘지표 관리’에 나서는 기류도 포착된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와 고려대 강사법 공동대책위원회 등은 2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2019학년도 2학기 개설 과목을 2018년 2학기 수업 수와 비교해본 결과, 전공 과목이 76개 감소하는 등 학교가 강의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주 고려대 수강신청 누리집에 올라온 2학기 개설 강의들이 올라왔는데, 이를 집계해 2017년, 2018년 수업 수와 비교해봤다는 것이다. 고려대 총학생회 등은 “영어영문학(31% 감소), 심리학(26% 감소), 컴퓨터학(20%감소) 전공 등 전체 학과의 3분의 1은 수업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졸업을 위해 필수로 들어야 하는 ‘핵심교양’의 경우 2018년 2학기 대비 13개(23% 감소), 2017년 2학기 대비 33개(46% 감소) 줄었다”고도 밝혔다.
강의 감축에 따라 강사 ‘구조조정’도 현실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각 대학별로 강사 공개채용이 한창인데, 가장 먼저 공채를 시작했던 고려대는 25일까지 2차 공채를 진행 중이다. 고려대 총학생회 등이 1·2차 공채에 열린 전체 학점 수를 따져보니 4891학점이었는데, 이는 2017년 2학기의 6800여학점, 2018년 2학기의 6300여학점보다 크게 줄어든 숫자였다고 한다. 또 상당 수의 강의에 강사가 확정되지 않아, 현재 개설 예정인 강의마저도 실제로 열리지 못할 가능성도 지적했다. 이들은 “강의 축소를 중단하고 추가 채용을 통해 2018년 수준으로 강의를 개설하라”고 학교 쪽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고려대 쪽은 “강의 개설·강사 채용이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전체 강의 수 등을 예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24일 현재 연세대 누리집에 올려져 있는 비전임교원(강사 포함) 채용 공고문 갈무리.
다만 일부 강의가 늘어난 정황도 발견됐다. 고려대 총학생회 등은 “교양 수업 가운데 ‘자유정의진리’ 수업은 기존 57개에서 128개로, ‘글쓰기’ 수업은 기존 37개에서 46개가 늘어났다”며, “비케이21 평가에 강사고용지표가 있다는 점 때문에 강의를 복구 또는 추가 개설하는 흐름”이라고 짚었다. 이는 연세대에서 먼저 나타난 흐름이다. 이날 연대발언에 나선 박여찬 연세대 강사법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공대위가 7월1일 조사했을 때, 선택교양만 100개가 넘는 수업이 줄어드는 등 1학기 때와 다르지 않은 ‘강의 감축’ 현황이 확인됐다. 다만 7월21일 다시 조사했을 땐 필수교양 수업 2개, 선택교양 수업 17개 등이 늘어났고 강사·비전임교원 채용도 지속적으로 이뤄져 최근 744명까지 그 규모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달 “강사법 안착을 위해 비케이21 후속사업 평가에 강사 고용 안정성 등을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원 규모가 5630억원에 달하는 비케이21 후속사업을 따내기 위해, 연세대·고려대 같은 주요 사립대들이 강의 개설 및 강사 채용 규모를 조금씩 늘리는 등 ‘지표 관리’에 나서고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이렇게 대학들이 강사 채용을 ‘지표 관리’ 차원으로만 접근할 경우, 감축 규모를 일부 줄일 수는 있겠으나 근본적인 학습권 보장과 강사법 안착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대학 안팎에서는 “1학점짜리 강의를 대량을 만들어 채용 규모를 늘리겠다는 ‘꼼수’도 논의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강태경 전국대학원생노조 수석부지부장은 “대학이 학생들이 필요한 수요에 대해서는 무시하면서, 강사에게도 학생에게도 실제 교육에 필요한 강의보다는 탁상에서 생각해낸 강의들을 개설한다면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글·사진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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