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경문고등학교(학교법인 경문학원)가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추진한다. 자사고가 생긴 이래 서울 지역에서 여섯번째, 올해 들어 전국에서 네번째 서울에선 첫 자발적 전환 사례다.
서울시교육청은 15일 경문고가 자사고 ‘지정 취소’ 신청서를 제출해, 앞으로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서울 지역 자사고 가운데에선 동양고(2012년), 용문고(2013년), 미림여고(2016년), 우신고(2016년), 대성고(2019년)에 이은 여섯번째 자발적 전환 사례다. 경문고는 “최근 몇 년 동안 지속된 학생 충원률 저하, 중도 이탈률 증가, 재정 부담 증가 등으로 자사고 지정 목적 달성에 어려움이 있어 자발적으로 지정 취소를 신청하게 됐다”고 서울시교육청 쪽은 밝혔다.
동작구에 위치한 경문고는 2011년 자사고로 전환했으나, 전환 당시부터 신입생 모집에서 미달 사태가 벌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2015년 2기 자사고 재지정 평가 때에는 학생 충원률, 학생 1인당 재정 지원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기준 점수에 미달했고, 장훈고·세화여고와 함께 재지정 취소 대상이 됐다. 다만 2년 동안의 ‘취소 유예’ 처분을 받고 2017년에야 간신히 재지정 평가를 통과했다. 경문고는 내년에 두번째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앞둔 상태였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는 교육청 차원의 심의와 청문, 그리고 최종적으로 교육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절차를 모두 마치면 경문고는 2020학년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법인·교육청·학부모가 참여하는 일반고 전환 추진협의체를 구성해 전환기 복합교육과정 운영을 지원하고, 전환 이후 필요한 재정소요를 분석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한 학교는 자사고 때 받지 못했던 재정결함보조금을 받게 되는 등 재정적 측면에서 숨통을 틀 수 있다. 현재 자사고는 정부 지원 없이 등록금 등으로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 많은 자사고의 자발적 전환을 이끌기 위해, 교육 당국은 일반고로 전환한 학교에 5년 동안 20억원(시설·기자재 구입 및 교육과정 운영)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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