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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손에 책을 쥐고, 두 다리로 걷는 여행

등록 2019-06-24 19:45수정 2019-10-09 13:47

【왕용샘의 ’학교도서관에서 생긴 일’】

올해도 ‘책 너머 꿈틀’이라는 이름으로 80여명의 학생들과 함께 독서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학교를 옮기고 독서여행을 많이 떠나려고 여러모로 신경 쓰고 있습니다. 해가 갈수록 독서여행은 인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올해는 150명 가까운 학생들이 신청했고, 정말 가고 싶은 학생을 알아보느라 저와 신청자들 모두 고생했습니다. 인기가 많아지니 학생들에게 더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군요.

책 너머 꿈틀은 광양백운고 3학년 학생들이 지난해 첫 여행을 가기 전에 지어낸 이름입니다. 학생이 스스로 기획, 준비, 주도하는 여행을 만들기 위해 기획단을 꾸리고, 여행의 목적, 이름, 여행 전 모둠 나누기, 여행 책 만들기, 진행, 설문까지 마무리했지요. 몇몇 학생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기획단이기에 소중한 전통을 이어가고 싶었습니다.

책 읽기 기차여행. <한겨레> 자료사진
책 읽기 기차여행. <한겨레> 자료사진
올해는 기획단을 뽑아야만 했습니다. 처음에는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팀이었지만, 올해는 1,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공지를 해야 했지요. 학생들이 자생적으로 만들어낸 팀에 교사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작년 기획단(현재 3학년) 아이들의 정신을 떠올렸습니다. 세 가지로 정리가 되더군요. 첫째, 주변 일에 관심이 많다. 둘째, 문제나 일에 대한 관심은 협력과 창의력을 기반으로 풀어낸다. 셋째, 문제를 풀어내면 반드시 실제에 대입하거나 응용한다.

고민 끝에 세 가지 문제가 담긴 공고문을 각 교실에 붙이기로 했습니다. 책 너머 꿈틀에 가는 친구들이라면 주제 도서인 나태주 시인의 시집을 읽고, 서평을 썼기에 두 가지 문제는 쉽게 풀어내리라 생각했습니다. 나머지 한 가지는 문제에 대한 호기심과 집착, 창의력을 알아보기 위해 낸 문제였습니다.

‘도움을 요청한다’는 공고문을 보고, 문제를 풀어내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전자우편으로 보내는 일은 처음 조직했던 기획단의 정신과 맞아떨어져 보였습니다. 몇몇 선생님들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공고문 부착에 대해 안내를 했습니다. 선생님들의 반응은 회의적이었습니다. 수행평가, 시험 기간에 메일을 보내는 학생이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공고문에 대한 응답을 몇 개나 받았는지 궁금하시죠? 사실 저도 메일을 하나도 받지 못할까봐 걱정을 했답니다. 2개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1명은 독서여행에 참여하는 학생이고, 1명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으로 기획단을 만들었던 3학년 12명의 학생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합니다. 대입 준비에 바쁘겠지만, 직접 후배들을 바라보고 소통하며 기획단을 선발해달라고 부탁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1, 2학년 학생들에게 기획단 정신을 전달해주고 싶습니다.

독서와 여행에서 배우는 것은 개인마다 다르다는 점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적인 점은 주변에 대한 관심, 관심 그 이상의 접근과 실제로 참여할 수 있는 용기를 배운다는 것을 시나브로 알려주고 싶습니다. 위 사실을 정확하고 확실히 깨닫기 위해서 여행의 주체가 된다는 점도 알았으면 합니다.

이제 독서여행이 한 달 남짓 남았습니다. 이미 공주, 서울, 파주라는 독서 여행지는 정해졌습니다. 기획단이 꾸려지고, 여행 내에서 어떤 재미와 의미를 찾을지 구성해야겠지요? 올해는 어떤 일들로 여행지에서 웃고, 통찰하고, 눈물 흘릴지 기대가 됩니다.

황왕용 광양백운고등학교 사서교사, <학교도서관 활용 수업: 중·고등> 공저자

황왕용 광양백운고등학교 사서교사, <학교도서관 활용 수업: 중·고등> 공저자
황왕용 광양백운고등학교 사서교사, <학교도서관 활용 수업: 중·고등>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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