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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자사고, 강화된 평가 기준? 2014년 ‘봐주기’ 평가가 발단

등록 2019-06-21 18:18수정 2019-06-21 19:04

자사고 평가 기준 쟁점 살펴보니
사회통합전형·교육청 재량 평가 등 강화된 기준
2014년 재지정 평가 때 ‘봐주기’ 논란 뒤 강화
전북 80점 기준, “자사고라면 80점은 돼야”
“자사고, 특권 버리고 정당한 평가에 임해야”
서울 22개 자율형사립고 학부모들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에서 서울시교육청 앞까지 행진을 한 뒤 자사고 재지정 방침에 항의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22개 자율형사립고 학부모들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에서 서울시교육청 앞까지 행진을 한 뒤 자사고 재지정 방침에 항의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 상산고, 경기 안산동산고를 시작으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대한 2기 재지정 평가 결과가 나오기 시작한 가운데, 자사고들은 강화된 평가 기준 등을 문제삼으며 ‘자사고 죽이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자사고 쪽은 평가 기준이 시도마다 다르고 항목이 임의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번 평가 ‘표준안’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2015년 1기 재지정 평가의 틀을 유지하면서 일부 보완한 것이다. 재지정 평가 항목과 배점 등은 각 시도 교육청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법적 권한이며, 이번엔 형평성을 위해 교육부 표준안에 바탕해 평가 기준을 정했다는 게 교육당국의 설명이다.

■ 전북교육청 80점 기준은 임의적 허들? 전주 상산고의 경우 기준 점수가 다른 시도보다 10점 높은 80점으로 높게 책정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상산고는 이번 평가에서 79.61점을 받았다.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은 지난 3월12일 전북도의회에서도 “교육부는 기준 점수만 제시한 것이고 평가는 교육감 권한으로 여러 사항을 고려한 것이다. 일반고도 70점을 넘겼기 때문에 자사고라면 최소 80점은 돼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답변했다. 전북교육청이 밝힌 항목별 점수를 보면, 상산고는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지표에서 4점 만점에 1.6점을 받았다. 사회적 취학계층에 입학 비율 20%를 안배하는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전형이 의무 사항이 아니라고 상산고 쪽은 문제제기한다. 이명박 정부 전에 지정된 상산고는 전국형 자사고로 20% 의무 적용의 예외지만, 각 시도교육청은 이 조항을 전국형 자사고 평가에도 적용하겠다고 지속해 고지왔다. 대비할 시간이 있었단 것이다. 더구나 자사고의 대부분인 이명박 정부 이후 지정된 자사고는 20% 안배가 의무 조항이다.

■ 감사 반영은 안산동산고 떨어 뜨리기 의도? 안산동산고의 경우 평가 기준점인 70점보다 약 8점이 부족한 62.06점을 받았는데, 교육청 재량평가 항목인 ‘감사 등 지적사례’에서 12점이 깍였다. 안산동산고는 “교육청 재량평가에서 과도하게 감점을 적용한 것은 타 ·도 교육청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다른 시도 교육청에서는 0.3~0.5점의 감점을 적용하지만 경기도는 1점을 감점하는 등 2~3배의 불이익을 당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평가 기준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 시도 교육청은 ‘재량권’임을 강조한다. 경기도 교육청은 “감사 등 지적사례에서 적용한 감점 점수는 시도 교육청의 상황에 맞춰 교육감 재량으로 열어 놓은 것이며 동일하게 한다면 공통지표로 묶지 왜 교육청 재량평가로 나눴겠냐”고 밝혔다.

■ ‘봐주기’ 평가 비판에서 나온 결과 현재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진행하는 11개 시도교육청이 각자 제시하고 있는 평가 지표들은 기본적으로 올해초 교육부와 협의해서 만든 ‘표준안’에 따른 것이다. 2014~2015년 1기 평가 때의 ‘표준안’과 견줘보면, 큰 틀에서 변화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과거보다 강화된 내용들이 담겼다. 60점으로 낮았던 기준 점수를 70점으로 올린 것, 과거에 있던 ‘2년 뒤 재지정 평가’(취소 유예) 항목이 없어진 것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엔 정성평가였던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은 실제 선발 수치로 평가하는 정량평가로 바뀌었고, 교육청 재량 평가는 배점이 과거보다 늘어났다.

평가 지표가 이처럼 강화된 데에는, 1기 평가 때 기준 점수에 미달하는 자사고들이 대거 나왔는데도 실제 재지정 취소당한 자사고는 거의 없었다는 배경이 있다. 당시 자사고에 우호적이었던 정부와 일부 교육청들은 ‘취소 유예’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준 점수에 미달한 자사고들에게도 기회를 줬다. 심지어 당시 기준 점수는 지금보다도 낮은 60점이었다. 재지정 평가를 앞둔 2014년 3월, 문용린 당시 서울시교육감은 “기준에 미치지 못한 점수를 받은 자사고도 학교 스스로 강하게 존속을 원한다면 현장의 목소리를 존중할 것”이라고까지 밝혔다. 때문에 ‘이럴거면 평가는 뭐하러 하냐’는 비판이 제기됐고, 올해 재지정 평가 지표는 이를 바로잡는 차원에서 강화된 것이다.

김은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연구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평가 지표의 강화는 과거 ‘봐주기’ 평가에 대한 경험 때문이지, 현 정부의 ‘특권학교 폐지’ 공약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회통합전형, 교육청 재량 평가 등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는 “그동안 차별적인 우대를 받아온 자사고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무를 다해왔는지 묻는 평가 항목이라고 볼 수 있다. 특권에 젖어 ‘우리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정당한 평가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특권학교 폐지’ 공약과 연결시키는 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김 선임연구원은 “고교서열화 문제의 진정한 해결은 자사고 재지정 취소가 아니라 고교체제개편에 있다. 고교체제개편에 나서지 못하는 정부가 자사고 재지정 평가로 이 문제를 갈음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21일 청와대가 전주 상산고 재지정 취소에 대해 교육부에 ‘부동의’하라고 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청와대는 “상산고 지정취소 동의 여부는 교육부 권한이며, 청와대는 이에 대해 의사결정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최원형 박임근 홍용덕 양선아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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