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교수 등 1203명, 감사원에 국민감사 청구
“교육부 감사가 되레 사학에 면죄부 줘왔다” 의혹
지적사항에 견줘 경미한 처분 등 구체적 이유도 제시
접수 뒤 30일 이내에 감사 실시 여부 결정해야
“교육부 감사가 되레 사학에 면죄부 줘왔다” 의혹
지적사항에 견줘 경미한 처분 등 구체적 이유도 제시
접수 뒤 30일 이내에 감사 실시 여부 결정해야
‘사학 비리’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사립대 교수들이 감사원에 “교육부 감사관실을 감사해달라”며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대학을 감사하는 구실을 맡고 있는 공공기관이 감사 대상이 될 지도 모르는 역설적인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사립대교수회연합회(사교련)는 20일 오전 서울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 감사관실을 대상으로 국민감사를 청구한다”고 밝혔다. 국민감사청구 제도는 공공기관의 사무처리가 법령위반 또는 부패행위로 인해 공익을 현저히 해할 경우, 19살 이상 국민 300명 이상의 연서로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는 제도다. 이번 사교련 국민감사 청구에는 사립대 교수 506명을 포함한 사교련 회원 1203여명이 연명했다.
사교련은 “교육부 감사관실이 그동안 시행한 대학 감사 결과는 법대로 집행되었다기보다 오히려 ‘솜방망이’ 처벌로 재단법인과 대학에 면죄부를 준 것에 불과하다”고 청구 취지를 밝혔다. “교육부 감사관실의 감사 결과가 법집행 상 문제가 없는지, 감사 처리는 적법하였는지, 무엇보다 솜방망이 처벌의 배후에 교육부 감사관실과 사학의 유착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감사원이 철저히 감사”해달라는 것이다. 국민감사가 청구되면,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가 접수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감사 실시 여부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교육부는 ‘교육기본법’, ‘고등교육법’, ‘사립학교법’ 등의 관계 법령에 따라 사립대를 포함, 대학에 대한 총괄적인 관리·감독 권한을 갖고 있으며, 교육관계법령을 위반했을 때 시정명령을 내리고 행정·재정 제재 등의 조처를 할 수 있다. 감사관실은 종합감사, 회계감사 등을 총괄하는 부서다. 그러나 그동안 교육부의 사립대 감사 결과에 대한 처분 등이 “지나치게 경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한겨레>가 2008~2017년 사이 사립대 종합감사 결과를 살펴본 결과, 행정상 조치 전체 651건 가운데 가장 강력한 제재로 꼽히는 ‘임원승인처분취소’는 34건(5.22%), ‘고발’은 39건(5.99%)에 불과했다. 신분상 조치를 봐도, 전체 4611명에 대한 조치 가운데 ‘징계’는 544명(11.8%)에 불과한 반면 ‘경고’(3262명)와 ‘주의’(805명)는 88.2%에 달했다.
사교련은 감사청구서에서 “감사결과 밝혀진 불법행위의 성격에 상응하는 조치·처분을 하고 있지 않고, 시정명령 조치의 이행 여부를 살피고 있지 않으며, 불법행위에 대한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하고 있지 않다” 등의 의혹을 제기하고, 이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를 진행해달라고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5월 감사결과가 발표된 고려대의 경우 소속 교직원이 유흥주점·단란주점에서 22차례에 걸쳐 6400만원을 쓴 행위에 대해 단순히 ‘경고’ 처분을 한 사례, 2014년 종합감사와 2017년 실태조사를 받은 수원대의 경우 두 차례 모두 기부금 수입 처리나 교비회계 집행 등에서 공통적인 지적사항이 적발된 사례 등을 꼽았다.
특히 사교련은, 2018년부터 현재까지 교육부가 감사한 전체 32개의 사립대 감사 결과를 확인해보니 모든 대학이 사립학교법 제29조 제6항(교비회계를 구분하도록 한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이 가운데 단 1개 대학만이 형사고발 조치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교비회계의 부적절한 사용은 거의 모든 사립대 감사에서 드러나는 지적사항인데, 이에 대한 처분은 “지나치게 경미하다”고 오랫동안 비판이 제기되어 온 바 있다.
또 사교련은 “2018년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17명의 교육부 관료 출신이 사립대 총장 또는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교육부 관료가 사립대 총장 등으로 자리를 옮기며 해당 대학의 ‘방패막이’ 구실을 하는 등 교육부와 사립대 사이에 유착관계가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감사를 통해 밝혀달라는 것이다.
이번 국민감사 청구를 주도한 사교련의 김용석 이사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오랫동아 누적된 ‘사학비리’ 문제에 대해 더이상 국민들도 두고볼 수 없다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국민감사 청구가 교육부의 자정과 쇄신, 그리고 고등교육의 제대로 된 발전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에는 교수 단체들이 단일 노조를 결성하는 등 사학비리를 청산하고 고등교육을 바로세우는 데 더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도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국민감사청구 제도에 따른 처리 절차. 감사원 누리집 갈무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