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강사법(고등교육법) 시행령 심의·의결이 끝난 뒤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교육부와 대학 단체, 강사 단체 대표들이 ‘강사제도 안착방안’ 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대학 강사의 처우 개선과 신분 보장을 위한 ‘강사법’(고등교육법) 시행령이 4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시행령 의결에 맞춰 교육부는 강사 임용 절차 등을 안내하는 ‘운영매뉴얼’도 대학 현장에 배포한다. 이로써 7년 동안 네 차례나 유예됐던 강사법이 제도적인 준비를 모두 마치고 올해 8월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1년 이상의 임용과 3년 동안의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는 것 등이 강사법의 핵심 내용이다.
많은 대학들이 시간강사를 줄이는 등 강사법을 ‘회피’해온 실정이라, 무엇보다 강사 ‘대량해고’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책에 관심이 쏠린다. 교육부의 기본 방침은, 강사 고용을 줄인 대학들에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 등에서 불이익을 준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대학 기본역량 진단(과거 대학구조개혁평가)과 일반 재정지원사업인 대학·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에 강사 고용 안정과 관련된 지표를 반영하겠다고 밝혀왔다.
이날 교육부는 ‘대학 강사제도 안착방안’에서 대학 기본역량 진단 지표 가운데 ‘강의규모 적절성’ 지표를 과거보다 강화하고, 혁신지원사업의 핵심 성과지표에 ‘총 강좌 수’, 세부지표에 ‘강사 담당학점’을 반영하도록 추진한다고 밝혔다. 강의·강사 수를 줄인 대학들을 제대로 걸러낼 수 있도록 구체적인 기준들을 마련한 것이다. 특히 교육부는 “2019년 1학기에 미리 강사 수를 축소한 대학이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2019년 2학기 고용 현황을 2018년 2학기, 또는 그 이전 학기와 비교하겠다”고 밝혔다. 강사법이 유예되는 7년 동안 전체 시간강사 수가 37%나 줄어드는 등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미리 강사 수를 줄여놓은 대학들이 많았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때문에 강사 단체 등은 2018년 2학기 이전 3년 동안의 강사 감축 현황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올해 2학기부터 지급되는 강사 ‘방학 중 임금’으로 편성한 예산(288억원)을 배부할 때에도, 강사 고용변동 및 비전임교원 중 강사의 비중 등을 반영해 대학마다 차등지급할 계획이다.
새롭게 눈에 띄는 것은, “비케이(두뇌한국·BK)21 후속사업을 통한 학문후속세대 양성·지원” 방안이다. 비케이21은 학문 분야별 전문 연구인력 양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내년에 3단계 사업 종료 뒤 4단계 사업에 돌입할 예정인데, 이때 지원 대상을 선정하기 위한 평가에서 강사 고용 안정성 등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비케이21에 지원하는 대학들은 대체로 강사 고용 규모가 큰 대학들이라, 교육부는 이 방안이 이들로 하여금 함부로 강사를 ‘해고’하지 못하도록 ‘억지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비케이21 지원 규모가 연간 2724억원(이후 5630억원으로 확대 예정)에 이른다.
4일 오전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강사제도 안착방안’ 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당장 강의를 잃게 된 ‘해고 강사’들에 대한 대책도 내놨다. 교육부는 2019년 추경으로 ‘시간강사연구지원사업’ 예산 280억원을 편성해두었는데, 이를 “해고된 강사에게 우선 지원”할 예정이다. 수혜자는 2000여명 정도다. 내년부터는 ‘시간강사연구지원사업’을 포함한 기존 비전임연구자 대상 연구 지원 사업을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지원 사업으로 확대·개편할 예정(
관련기사 바로가기)이다. 박백범 차관은 "예산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4000명 이상은 충분히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2019년 1학기에만 ‘해고 강사’가 1만4000여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어, 충분치 못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는 “지역사회 평생학습 프로그램, 고교학점제 프로그램(공동교육과정)에서의 강의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사법 시행에 따라 퇴직금 지급 대상이 되는 강사들이 늘어날 것에 대비, “퇴직금 지원 예산” 확보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날 강사제도 안착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는, 협의체를 구성해 강사법 관련 법·제도 정비를 협의해왔던 대학 단체, 강사 단체 대표들이 함께 했다. 김용섭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강사제도가) 아직 완벽하지 못하지만, 앞으로 점차 개선되어 나가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헌영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첫 시행이니만큼 운영하면서 하나씩 수정·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태경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다행히 ‘강사제도 운영매뉴얼’에 박사학위 신규 취득자 등의 강사 채용을 유도하는 ‘임용할당제’가 명시됐다. 학문후속세대가 더 능력 있는 교육자로,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법·제도가 마련되고 정부에서 방침까지 내놓은 상태에서, 대학들이 강사제도 안착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협조할 지가 관건이다. 교육부는 2학기 강사 임용계획이 확정되는 이달 초부터 대학별 강사 고용 현황 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강사 자리를 다른 비전임교원으로 대체하는 등의 ‘풍선효과’를 보기 위해, 겸임·초빙교원 고용 현황도 함께 살필 계획이다. 이번에 개정된 시행령에서는 ‘겸임교원’을 “현장 실무경험을 필요로 하는 교과를 교수하기 위하여 임용된 자”로, ‘초빙교원’을 “특수한 교과를 교수하기 위하여 임용된 자”로 규정하는 등 겸임·초빙교원의 자격요건을 이전보다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