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이사장과 친인척이 좌우하는 사립대
친인척이 근무하는 학교법인 비율 64.9%
‘3대 세습’ 넘어 4대까지 대학·법인 사유화
총장 선출부터 회계·인사 등 전방위 장악
견제 위한 ‘개방이사’마저도 이해관계자
친인척이 근무하는 학교법인 비율 64.9%
‘3대 세습’ 넘어 4대까지 대학·법인 사유화
총장 선출부터 회계·인사 등 전방위 장악
견제 위한 ‘개방이사’마저도 이해관계자
교육부는 2013년 건국대와 건국대 법인을 대상으로 회계감사를 실시했는데, 설립자의 큰며느리로서 이사장직을 맡고 있던 김아무개씨가 법인 수익용 기본재산인 고급 아파트에 법인 자금 5억7000만원을 들여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그곳에서 5년 동안 살아온 사실이 드러났다. 내지 않은 임대료가 6억3900만원에 달했다. 법인 자금 3억원을 용도조차 알 수 없는 곳에 쓰거나 1억원이 넘는 개인 여행 비용을 출장비로 처리한 일 등도 적발됐다. 검찰에 고발된 김 이사장은 2017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 선고를 확정받아 이사장직을 잃게 됐다.(관련기사 바로가기) 그런데 그의 뒤를 이어 이사장직에 오른 사람은 다름아닌 맏딸 유아무개씨였다. 이른바 ‘3대 세습’이 이뤄진 것이다.
사립대에서 부정·비리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데에는 구조적이고 핵심적인 이유가 있다. 설립자(이사장)와 그 친인척들이 대학과 학교법인을 좌우하는,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인 지배구조다. <한겨레>가 여영국 정의당 의원실에서 받은 ‘사립대학 개혁방안-부정·비리 근절방안을 중심으로’(연구책임자 박거용 상명대 교수) 제목의 보고서를 보면, 2018년 기준 전국 299곳 대학·전문대·대학원대학 법인 가운데 설립자·임원·총장의 친인척이 근무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된 곳은 194곳(64.9%)에 달했다. 194곳에 근무하고 있는 친인척 수는 모두 623명이었는데, 법인에는 231명(37.1%)이, 대학에는 392명(62.9%)이 근무하고 있었다. 법인에 근무하고 있는 친인척들은 이사장(102명, 16.4%), 이사(123명, 19.7%), 직원(6명, 1%) 등이었고, 대학에 근무하고 있는 친인척들은 총장(94명, 15.1%), 부총장(15명, 2.4%), 교수(155명, 24.9%), 직원(115명, 18.5%) 등이었다.
실제로 교육부 감사나 실태조사 결과들을 보면, 대학과 학교법인을 틀어쥔 이사장과 그 친인척의 ‘전횡’은 예산·회계에서부터 법인 운영, 인사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나타난다. 2017년 평택대 실태조사에서는, 조아무개 명예총장이 학교법인의 상임이사를 겸임하면서 교수 임용에 지원한 딸과 아들의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조 명예총장의 친인척 2명을 교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경주대는 2017년 종합감사에서 설립자의 부인인 이아무개 총장이 자신의 딸이 운영하는 호텔에 외식조리학부 실습실을 두고, 교비 3억5000만원을 들여 이곳을 리모델링한 것이 밝혀졌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이사장의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및 그 배우자는 해당 학교법인이 설치·경영하는 학교의 장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3분의 2 이상의 이사들이 찬성하고 교육부에서 승인을 받으면 가능하다는 단서조항이 있다. 그 결과 2018년 기준으로 이사장의 배우자, 직계존·비속 및 그 배우자가 총장인 대학은 24곳(대학 8곳, 전문대 15곳, 대학원대학 1곳)에 이른다. 건국대의 경우처럼 ‘3대 세습’이 이뤄진 학교법인도 28곳에 달한다. 그 중 경성대와 고려대, 우송대는 설립자의 증손자가 현재 이사장과 이사를 맡고 있어 ‘4대 세습’까지 이뤄졌다.
이런 지배구조 아래에서 대학 운영은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다. 학교법인의 입맛에 맞는 총장 선출이 대표적이다. 보고서를 보면, 2018년 7월 기준 전체 138곳 사립대 가운데 학교법인이 총장을 임명하는 ‘완전임명제’에 따르는 대학이 71.7%(99곳)에 달했다. 대학 구성원이 총장 선출에 참여할 수 있는 대학은 39곳이었는데, 이 가운데 직선제 방식은 고작 7곳에 불과했다. 그나마 7곳 중에서도 교수, 직원, 학생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대학은 2곳 뿐이었다. 설립자와 친인척들이 장악한 학교법인, 그리고 그 학교법인에 의해 총장을 선출하는 대학이, 설립자와 친인척들의 ‘전횡’을 감시하고 견제하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물론 대학평의원회, 등록금심의위원회, 개방이사 제도 등 이를 막기 위한 제도들이 없진 않다. 그러나 법·제도의 미비 등 여러가지 이유로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개방이사 제도만 살펴봐도, 267곳 사립대 학교법인 가운데 학교법인과 직간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인사를 개방이사로 선임한 학교법인이 102곳(38.2%)에 달했다. 전체 개방이사 655명 가운데 138명(21.1%)이 학교법인과 직간접적인 이해관계에 놓여 있었다. 구체적으론, ‘전직 이사·총장·부총장·교직원’(55.1%), ‘동일 학교법인 산하 초중등학교 전현직 임원 및 교직원’(16.7%), ‘법인 설립자 및 임원, 총장의 친인척’(8.7%), ‘설립자가 설립한 타 학교법인 전현직 임원 및 교직원’(8%) 등이었다. 법인 관련 모기업·계열사 임원(5명)과 대학 협력병원 전 원장(1명) 등도 있었다.
학교법인과 대학 운영이 이처럼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으로 이뤄지다보니, 대학 구성원들이 꼭 알아야 할 정보를 얻는 것조차 쉽지 않다. 가장 중요한 심의·의결 기구인 이사회의 회의록 공개가 대표적이다. 사립학교법과 그 시행령은 이사회 회의록을 회의일로부터 10일 안에 학교 누리집에 게재하고 3개월 동안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대학들이 이사회를 주먹구구식으로 열거나 회의록을 부실하게 작성하곤 한다. 광양보건대는 2016년 종합감사에서 3년 동안 27차례나 이사회를 열지도 않고 회의록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청암대는 2016년 종합감사에서 소집 통보도 없이 이사회를 열고 ‘부분 공개’해야 할 회의록을 아예 ‘전체 비공개’ 처리해 지적을 받았다. 초중등 사립학교나 국립대와 달리, 사립대의 경우 총장이나 이사장의 업무추진비를 공개하지 않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학교법인 임원들이 업무추진비를 증빙도 없이 사적으로 마구 쓰는 행태는 교육부 감사 등에서 ‘단골’로 적발되는 사항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정책보고서 ‘사립대학 개혁방안-부정비리 근절 방안을 중심으로’(박거용)에서 갈무리
*정책보고서 ‘사립대학 개혁방안-부정비리 근절 방안을 중심으로’(박거용)에서 갈무리
*정책보고서 ‘사립대학 개혁방안-부정비리 근절 방안을 중심으로’(박거용)에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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