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10년치 종합감사 결과로 본 사립대 천태만상
박찬대 더민주 의원실·대학교육연구소 자료로
2008~2017 사립대 종합감사 결과 모아보니
등록금으로 마련된 교비를 ‘쌈짓돈’ 쓰는 행태
설립자 ‘전횡’, 사립유치원과 다를 바 없어
“일부 부실 대학’ 아닌 사립대 구조의 문제
박찬대 더민주 의원실·대학교육연구소 자료로
2008~2017 사립대 종합감사 결과 모아보니
등록금으로 마련된 교비를 ‘쌈짓돈’ 쓰는 행태
설립자 ‘전횡’, 사립유치원과 다를 바 없어
“일부 부실 대학’ 아닌 사립대 구조의 문제
지난해 공개된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은 “사립유치원의 공공성을 강화하라”는 요구에 불을 질렀다. 아이들의 교육에 써야할 돈으로 원장의 명품 핸드백을 사는 등 교비를 ‘쌈짓돈’처럼 써온 사립유치원들의 행태에 전국적인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사립유치원들은 “일부의 문제”라고 주장했지만,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도입 등 공공성을 강화하는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과연 대학은 다른가? 이른바 ‘사학 비리’가 터져나올 때마다 사립대들은 “일부의 문제”라며 그 의미를 축소하려 들고, 실제로 “군소 규모 대학의 일탈” 정도로 여기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최근 고려대에 대한 교육부의 회계감사 결과는 ‘사학 비리’가 결코 “일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지역에 있는 작은 규모의 대학이든 서울에 있는 ‘명문’ 대학이든, ‘공공성’에 대한 안팎의 통제가 없으면 썩어버리는 ‘사립’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최근 대학교육연구소(소장 박거용)와 함께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받은 2014~2017년 교육부의 사립대 종합감사 결과 등을 포함, 2008~2017년 사립대 종합감사 결과를 두루 살펴봤다. 종합감사 결과를 뜯어보면 사립대들이 지적받는 행태들은 대체로 엇비슷한데, 이것은 ‘사학 비리’가 개별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을 말해준다. 2008~2017년 종합감사를 받은 51개 사립대의 분야별 지적사항을 보면, 예산·회계(284건) 분야가 가장 많았고 입시·학사(277건), 법인(226건), 인사(213건) 분야가 뒤를 이었다. ‘단골’ 지적 사항은 학생 등록금으로 조성된 교비를 학교법인이 ‘쌈짓돈’처럼 가져다 쓰는 행태다. 주된 분야인 예산·회계 뿐 아니라 입시·학사, 법인 운영 등의 분야에서도 폭넓게 발견된다. 이는 사립유치원과 다르지 않은 행태로, 공공기관인 대학을 사적으로 사용해도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는 환경에서 비롯한다. 지난해 ‘사립유치원 비리’가 불거졌을 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도 바로 ‘깜깜이 회계’였다. 원장이 명품백이나 성인용품을 사는 데에, 또는 노래방·유흥업소에서 유치원 교비를 써온 행태가 사립유치원에 대한 비판 여론에 불을 질렀다.(관련기사 바로 가기)
거의 모든 대학들이 교비회계와 법인회계를 구분하는 기본(사립학교법 제29조)조차 지키지 않았다. 남서울대, 동국대, 신라대 등 많은 대학들은 교육용 기본재산을 학교법인 관련 업체나 외부업체에 임대해주고 그 임대수익을 법인회계로 세입했다. 법인 관련 업체에는 임대료를 적게 받거나 아예 받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부산정보대학은 대학으로 들어온 기부금 1억2200만원을 법인회계에 넣고, 거꾸로 법인회계에서 지출해야 할 대학법인협의회 비용은 3800만원은 교비에서 지출했다. 남서울대는 대학 소속 직원을 파견받아 학교법인 업무만을 전담케 하면서 파견 기간 동안 1억4541만원의 급여를 교비로 줬다. 한국국제대와 한중대는 학교법인이 부담해야 할 교직원 사학연금(각각 9억8221만원, 9억3083만원)을 교비에서 냈으나, 이에 필요한 교육부의 승인도 받지 않았다.
이런 행태의 정점에는 학교법인 설립자 또는 이사장을 중심으로 한 권력 체제가 있다. 법인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나 학교 총장 등 중요한 자리에 설립자 또는 이사장의 친인척이나 이해관계자를 앉혀두기 때문에, 이들이 대학을 미끼로 삼아 사사로운 이익을 챙기는 ‘전횡’을 저질러도 별다른 통제를 받지 않는 것이다. 이들은 자격이 없는 사람을 교원으로 임용하거나 규정에 없는 수당을 지급하는 등 법인과 학교 운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백제예술대는 이사장 자녀를 전형 절차나 업무 능력 검증 없이 채용하고, 출근도 업무도 하지 않았는데 5963만원의 급여를 줬다. 경주대는 총장의 딸이 운영하는 호텔에 외식조리학부 실습실을 두고, 리모델링 비용 3억5000만원을 교비회계로 처리했다. 수원여대는 이사장 전용 차량의 운전원 급여 5812만원과 보험료, 주유비, 수리료 등 2869만원을 교비에서 냈다. 주로 설립자 개인의 비위를 계기로 진행되는 법인 관련 소송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교비회계, 그것도 등록금회계에서 빼어 쓰는 일도 허다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법인의 심의·의결기구인 이사회는 유명무실할 뿐이었다. 성덕대학은 교원 연봉제를 실시하거나 교육용 기본재산으로 부동산을 구매하면서도 이사회 의결조차 거치지 않았다. 부산과학기술대는 해외로 출국한 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한 것처럼 이사회 회의록을 허위로 작성한 것이 적발됐다. 당시 실제 이사회 참석 이사가 4명으로 의결정족수에 미달했는데도, 대학 교원을 신규 임용하는 중요한 심의 안건을 의결했다. 수원대는 오전 7시에 사망한 이사장이 그날 저녁에 열린 이사회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한 것처럼 회의록을 허위로 작성한 바 있다.
현재 이들에게 가해지는 거의 유일한 외부의 통제력은 교육부의 감사 뿐이다. 그러나 시간과 인력의 한계 등으로 감사를 통해 개별 사립대의 모든 문제를 잡아내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대학교육연구소에서 집계해본 결과, 지난 1979년부터 2018년까지 학교 설립 이후 교육부의 종합감사를 한 번도 받지 않은 4년제 사립대는 모두 66개(전체 153개 중 43.1%)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대, 경희대, 고려대, 명지대, 서강대, 연세대, 홍익대 등 이른바 ‘주요 사립대’들이 대거 포함됐다. 고려대의 경우 1947년 설립된 뒤로 71년 만인 지난해에서야 처음으로 회계 분야만 살피는 회계감사를 받은 바 있다. 경희대, 광운대, 부산외대, 서강대, 연세대, 포항공대 등 6개 대학은 회계감사마저도 한 번도 받지 않았다.
감사에서 문제가 발견되어도 ‘솜방망이’ 처분에 그치는 등 감사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2008~2017년 종합감사에서 내려진 조치들을 살펴보면, 행정상 조치로는 전체 651건 가운데 ‘통보’(257건, 39.48%), ‘시정’(230건, 35.33%)이 많았고 가장 강력한 제재인 ‘임원승인처분취소’는 34건(5.22%), ‘고발’은 39건(5.99%)에 불과했다. 신분상 조치를 봐도, 전체 4611명에 대한 조치 가운데 ‘징계’는 544명(11.8%)에 불과했다. 반면 당사자에게 그리 큰 불이익이 없는 ‘경고’(3262명)와 ‘주의’(805명)는 88.2%에 달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립대 설립자·이사장 친인척 ‘전횡’이 핵심… 내부 견제 없어 ② 이사장과 친인척이 좌우하는 사립대 친인척이 근무하는 학교법인 비율 64.9%
‘3대 세습’ 넘어 4대까지 대학·법인 사유화
총장 선출부터 회계·인사 등 전방위 장악
견제 위한 ‘개방이사’마저도 이해관계자 교육부는 2013년 건국대와 건국대 법인을 대상으로 회계감사를 실시했는데, 설립자의 큰며느리로서 이사장직을 맡고 있던 김아무개씨가 법인 수익용 기본재산인 고급 아파트에 법인 자금 5억7000만원을 들여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그곳에서 5년 동안 살아온 사실이 드러났다. 내지 않은 임대료가 6억3900만원에 달했다. 법인 자금 3억원을 용도조차 알 수 없는 곳에 쓰거나 1억원이 넘는 개인 여행 비용을 출장비로 처리한 일 등도 적발됐다. 검찰에 고발된 김 이사장은 2017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 선고를 확정받아 이사장직을 잃게 됐다.(관련기사 바로가기) 그런데 그의 뒤를 이어 이사장직에 오른 사람은 다름아닌 맏딸 유아무개씨였다. 이른바 ‘3대 세습’이 이뤄진 것이다.
사립대에서 부정·비리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데에는 구조적이고 핵심적인 이유가 있다. 설립자(이사장)와 그 친인척들이 대학과 학교법인을 좌우하는,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인 지배구조다. <한겨레>가 여영국 정의당 의원실에서 받은 ‘사립대학 개혁방안-부정·비리 근절방안을 중심으로’(연구책임자 박거용 상명대 교수) 제목의 보고서를 보면, 2018년 기준 전국 299곳 대학·전문대·대학원대학 법인 가운데 설립자·임원·총장의 친인척이 근무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된 곳은 194곳(64.9%)에 달했다. 194곳에 근무하고 있는 친인척 수는 모두 623명이었는데, 법인에는 231명(37.1%)이, 대학에는 392명(62.9%)이 근무하고 있었다. 법인에 근무하고 있는 친인척들은 이사장(102명, 16.4%), 이사(123명, 19.7%), 직원(6명, 1%) 등이었고, 대학에 근무하고 있는 친인척들은 총장(94명, 15.1%), 부총장(15명, 2.4%), 교수(155명, 24.9%), 직원(115명, 18.5%) 등이었다.
실제로 교육부 감사나 실태조사 결과들을 보면, 대학과 학교법인을 틀어쥔 이사장과 그 친인척의 ‘전횡’은 예산·회계에서부터 법인 운영, 인사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나타난다. 2017년 평택대 실태조사에서는, 조아무개 명예총장이 학교법인의 상임이사를 겸임하면서 교수 임용에 지원한 딸과 아들의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조 명예총장의 친인척 2명을 교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경주대는 2017년 종합감사에서 설립자의 부인인 이아무개 총장이 자신의 딸이 운영하는 호텔에 외식조리학부 실습실을 두고, 교비 3억5000만원을 들여 이곳을 리모델링한 것이 밝혀졌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이사장의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및 그 배우자는 해당 학교법인이 설치·경영하는 학교의 장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3분의 2 이상의 이사들이 찬성하고 교육부에서 승인을 받으면 가능하다는 단서조항이 있다. 그 결과 2018년 기준으로 이사장의 배우자, 직계존·비속 및 그 배우자가 총장인 대학은 24곳(대학 8곳, 전문대 15곳, 대학원대학 1곳)에 이른다. 건국대의 경우처럼 ‘3대 세습’이 이뤄진 학교법인도 28곳에 달한다. 그 중 경성대와 고려대, 우송대는 설립자의 증손자가 현재 이사장과 이사를 맡고 있어 ‘4대 세습’까지 이뤄졌다.
이런 지배구조 아래에서 대학 운영은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다. 학교법인의 입맛에 맞는 총장 선출이 대표적이다. 보고서를 보면, 2018년 7월 기준 전체 138곳 사립대 가운데 학교법인이 총장을 임명하는 ‘완전임명제’에 따르는 대학이 71.7%(99곳)에 달했다. 대학 구성원이 총장 선출에 참여할 수 있는 대학은 39곳이었는데, 이 가운데 직선제 방식은 고작 7곳에 불과했다. 그나마 7곳 중에서도 교수, 직원, 학생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대학은 2곳 뿐이었다. 설립자와 친인척들이 장악한 학교법인, 그리고 그 학교법인에 의해 총장을 선출하는 대학이, 설립자와 친인척들의 ‘전횡’을 감시하고 견제하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물론 대학평의원회, 등록금심의위원회, 개방이사 제도 등 이를 막기 위한 제도들이 없진 않다. 그러나 법·제도의 미비 등 여러가지 이유로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개방이사 제도만 살펴봐도, 267곳 사립대 학교법인 가운데 학교법인과 직간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인사를 개방이사로 선임한 학교법인이 102곳(38.2%)에 달했다. 전체 개방이사 655명 가운데 138명(21.1%)이 학교법인과 직간접적인 이해관계에 놓여 있었다. 구체적으론, ‘전직 이사·총장·부총장·교직원’(55.1%), ‘동일 학교법인 산하 초중등학교 전현직 임원 및 교직원’(16.7%), ‘법인 설립자 및 임원, 총장의 친인척’(8.7%), ‘설립자가 설립한 타 학교법인 전현직 임원 및 교직원’(8%) 등이었다. 법인 관련 모기업·계열사 임원(5명)과 대학 협력병원 전 원장(1명) 등도 있었다.
학교법인과 대학 운영이 이처럼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으로 이뤄지다보니, 대학 구성원들이 꼭 알아야 할 정보를 얻는 것조차 쉽지 않다. 가장 중요한 심의·의결 기구인 이사회의 회의록 공개가 대표적이다. 사립학교법과 그 시행령은 이사회 회의록을 회의일로부터 10일 안에 학교 누리집에 게재하고 3개월 동안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대학들이 이사회를 주먹구구식으로 열거나 회의록을 부실하게 작성하곤 한다. 광양보건대는 2016년 종합감사에서 3년 동안 27차례나 이사회를 열지도 않고 회의록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청암대는 2016년 종합감사에서 소집 통보도 없이 이사회를 열고 ‘부분 공개’해야 할 회의록을 아예 ‘전체 비공개’ 처리해 지적을 받았다. 초중등 사립학교나 국립대와 달리, 사립대의 경우 총장이나 이사장의 업무추진비를 공개하지 않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학교법인 임원들이 업무추진비를 증빙도 없이 사적으로 마구 쓰는 행태는 교육부 감사 등에서 ‘단골’로 적발되는 사항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학 혁신’ 위한 정책적 수단 많아… 정부의 실행 의지 주목
③ 사학 비리 근절 위한 대안은?
사립유치원 문제처럼 법·제도 정비가 시급
설립자 전횡 막는 사립학교법 개정이 최대 관건
업무추진비 공개 등 다른 법률 개정도 수단
‘사학 혁신’ 천명한 정부, 제대로 실행력 보일까 국립대인 부산대학교 누리집에 가보면, 매월 총장이 업무추진비를 언제 어떻게 썼는지 누구나 찾아볼 수 있도록 정리해뒀다. 지난 4월에는 750만원 정도를 썼는데, 항목별로는 ‘대학 현안 논의를 위한 주요 보직자 간담회’에서 48만원을 쓴 것이 가장 큰 지출이었다. 그러나 똑같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시행령 상의 ‘공공기관’이지만, 사립대는 교육부 감사에서 부적절한 업무추진비 집행을 자주 지적당하면서도 이런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시행령이 규정하고 있는 ‘원문공개 대상기관’에 사립대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그렇다고 정작 정보공개를 청구했을 때 제대로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것도 아니다. 최근 대학교육연구소는 서울 지역 주요 사립대 50곳에 일반기업에 사외이사로 근무하고 있는 교수 관련 정보를 공개해달라 청구했지만, 이를 정상적으로 공개한 대학은 13개(26%)에 불과(관련기사 바로가기)했다. 지난해 감사 결과에서 드러난 ‘사립유치원 비리’ 실태에 분노한 여론은 사립유치원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학부모 부담금을 유용하지 못하게 막고 회계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유치원 3법’ 시행과 국가회계관리시스템(에듀파인) 적용 등이 그 핵심이었다. 교육계에서는 사립대 문제 역시 사립유치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개별 대학의 부정·비리 실태에 분노와 실망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공공성을 강화하는 실질적인 법과 제도의 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법과 제도의 위력은 크고 지속적이다. 예컨대 ‘사립대 총장의 업무추진비 공개’는 상대적으로 ‘작은’ 조처 같지만, 법인 자금을 함부로 쓰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구실을 할 수 있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설립자(이사장)이 친인척을 동원해 법인과 대학을 좌우하는 ‘전횡’을 막는 조처다. ‘사립학교법’ 개정이 그 중심에 있다. 부정·비리가 적발된 대다수 대학은 학교법인 이사회가 친인척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이사회 구성에서 각 이사 상호 간에 친족관계에 있는 자가 4분의 1을 초과해서는 안된다”(제21조 ‘임원선임의 제한’)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5분의 1’로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학교법인 이사의 친인척이 총장을 맡는 경우도 문제가 된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 이사장의 배우자, 직계존·비속과 그 배우자는 총장을 맡을 수 없다”(제54조 ‘임명의 제한’)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사 정수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관할청의 승인”이 있으면 가능하다는 단서조항이 있다. 때문에 이 단서조항을 없애고, ‘이사장’뿐 아니라 모든 ‘이사’의 친인척이 총장에 임명될 수 없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밖에도 ‘임원취임승인취소’ 처분을 받은 인사의 복귀 가능 시기를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린다거나, 이사회뿐 아니라 대학 구성원이 총장 선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거나 하는 등의 조처들이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가능하다. 다만 과거 사립학교법을 둘러싼 정쟁이 워낙 심했던 탓에,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국회의 사립학교법 개정을 기다리지 않고도 교육 당국이 곧바로 시행할 수 있는 조처들에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사립유치원 문제에 대해서도, ‘유치원 3법’이 국회 통과에 어려움을 겪자 정부가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을 개정해, 사립유치원들로 하여금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을 쓰도록 한 바 있다. 예컨대 ‘업무추진비 공개’의 경우,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손보면 국립대 총장처럼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도록 할 수 있다. 사립대뿐 아니라 학교법인까지 정보공개 대상 기관으로 지정하면, 학교법인 이사장도 업무추진비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이사장 친인척이나 이해관계에 놓인 자들이 개방이사가 되지 않도록 개방이사의 자격요건을 높이기 위해선 사립학교법 시행령을 개정하면 된다. ‘상법’은 회사 임원이나 최대주주, 관계회사 등의 이해관계인을 개방이사로 선임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그대로 사립학교법 시행령에 적용하면 되는 것이다. 학교법인 이사회 회의록 공개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5년으로 연장한다거나, 회의록을 막무가내로 ‘비공개’ 처분하는 일을 막기 위해 비공개 사유와 기간을 명시하고 그 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공개하도록 하는 것도,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하다. 다른 법률들을 손볼 수도 있다. ‘고등교육법’을 고치면, 대다수 학교에서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대학평의원회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만들 수 있다. 교육부의 감사규정을 손보면, 대학구성원 일정 비율 이상이 청구할 때엔 교육부가 해당 대학을 대상으로 종합감사를 실시하도록 할 수 있다. 학교법인이 내부고발에 나선 교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해선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을 거부하는 학교법인에게 이행명령과 이행강제금 등을 부과할 수 있도록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을 고칠 필요가 있다. ‘공직자윤리법’을 손보면, 사립대학 총장 및 학교법인 임원으로 하여금 재산을 공개하도록 할 수 있다. 그동안 사립대학의 부정·비리를 막기 위한 수많은 대안이 논의되어 왔고, 그 가운데 많은 대안들이 교육계의 검증도 거쳐왔다. 지난해 교육부가 발주해 받은 ‘사립대학 개혁방안’ 정책연구보고서에도 이런 대안들이 포함되어 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은 많다. 대학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높여서 근본적인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짚었다. 문제는 ‘사학 혁신’ 과제에서 현 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실행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뒤 교육 분야에서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다만 지난해 이른바 ‘사립유치원 사태’를 겪으며, ‘공공성 강화’라는 확고한 방향을 세우고 이에 어긋나는 사립유치원들의 집단행동에 단호하게 대처한 것 만큼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립유치원들의 부정·비리에 대한 전국적인 분노와 공감은 정부의 단호한 대처를 확고하게 뒷받침했다. 그 중심에 있던 유은혜 부총리가 “올해 하반기에 ‘사학 혁신’을 본격 추진한다”고 천명했다. 교육부 ‘사학혁신추진단’은 그동안 활동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삼아 조만간 교육부에 권고안을 낸다. 교육부는 6월 중으로 비리사학 근절과 사학 혁신 내용의 제도개선 및 법령 개정 과제들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립대 설립자·이사장 친인척 ‘전횡’이 핵심… 내부 견제 없어 ② 이사장과 친인척이 좌우하는 사립대 친인척이 근무하는 학교법인 비율 64.9%
‘3대 세습’ 넘어 4대까지 대학·법인 사유화
총장 선출부터 회계·인사 등 전방위 장악
견제 위한 ‘개방이사’마저도 이해관계자 교육부는 2013년 건국대와 건국대 법인을 대상으로 회계감사를 실시했는데, 설립자의 큰며느리로서 이사장직을 맡고 있던 김아무개씨가 법인 수익용 기본재산인 고급 아파트에 법인 자금 5억7000만원을 들여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그곳에서 5년 동안 살아온 사실이 드러났다. 내지 않은 임대료가 6억3900만원에 달했다. 법인 자금 3억원을 용도조차 알 수 없는 곳에 쓰거나 1억원이 넘는 개인 여행 비용을 출장비로 처리한 일 등도 적발됐다. 검찰에 고발된 김 이사장은 2017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 선고를 확정받아 이사장직을 잃게 됐다.(관련기사 바로가기) 그런데 그의 뒤를 이어 이사장직에 오른 사람은 다름아닌 맏딸 유아무개씨였다. 이른바 ‘3대 세습’이 이뤄진 것이다.
*정책보고서 ‘사립대학 개혁방안-부정비리 근절 방안을 중심으로’(박거용)에서 갈무리
교육부는 올해 하반기 ‘사학 혁신’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히고, 지난달 세종대에 대한 종합감사에 착수했다. 세종대 종합감사가 ‘사학 혁신’의 가늠자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0일 서울 세종대 정문 앞에서 “엄정한 종합감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 최원형 기자
설립자 전횡 막는 사립학교법 개정이 최대 관건
업무추진비 공개 등 다른 법률 개정도 수단
‘사학 혁신’ 천명한 정부, 제대로 실행력 보일까 국립대인 부산대학교 누리집에 가보면, 매월 총장이 업무추진비를 언제 어떻게 썼는지 누구나 찾아볼 수 있도록 정리해뒀다. 지난 4월에는 750만원 정도를 썼는데, 항목별로는 ‘대학 현안 논의를 위한 주요 보직자 간담회’에서 48만원을 쓴 것이 가장 큰 지출이었다. 그러나 똑같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시행령 상의 ‘공공기관’이지만, 사립대는 교육부 감사에서 부적절한 업무추진비 집행을 자주 지적당하면서도 이런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시행령이 규정하고 있는 ‘원문공개 대상기관’에 사립대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그렇다고 정작 정보공개를 청구했을 때 제대로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것도 아니다. 최근 대학교육연구소는 서울 지역 주요 사립대 50곳에 일반기업에 사외이사로 근무하고 있는 교수 관련 정보를 공개해달라 청구했지만, 이를 정상적으로 공개한 대학은 13개(26%)에 불과(관련기사 바로가기)했다. 지난해 감사 결과에서 드러난 ‘사립유치원 비리’ 실태에 분노한 여론은 사립유치원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학부모 부담금을 유용하지 못하게 막고 회계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유치원 3법’ 시행과 국가회계관리시스템(에듀파인) 적용 등이 그 핵심이었다. 교육계에서는 사립대 문제 역시 사립유치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개별 대학의 부정·비리 실태에 분노와 실망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공공성을 강화하는 실질적인 법과 제도의 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법과 제도의 위력은 크고 지속적이다. 예컨대 ‘사립대 총장의 업무추진비 공개’는 상대적으로 ‘작은’ 조처 같지만, 법인 자금을 함부로 쓰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구실을 할 수 있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설립자(이사장)이 친인척을 동원해 법인과 대학을 좌우하는 ‘전횡’을 막는 조처다. ‘사립학교법’ 개정이 그 중심에 있다. 부정·비리가 적발된 대다수 대학은 학교법인 이사회가 친인척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이사회 구성에서 각 이사 상호 간에 친족관계에 있는 자가 4분의 1을 초과해서는 안된다”(제21조 ‘임원선임의 제한’)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5분의 1’로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학교법인 이사의 친인척이 총장을 맡는 경우도 문제가 된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 이사장의 배우자, 직계존·비속과 그 배우자는 총장을 맡을 수 없다”(제54조 ‘임명의 제한’)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사 정수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관할청의 승인”이 있으면 가능하다는 단서조항이 있다. 때문에 이 단서조항을 없애고, ‘이사장’뿐 아니라 모든 ‘이사’의 친인척이 총장에 임명될 수 없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밖에도 ‘임원취임승인취소’ 처분을 받은 인사의 복귀 가능 시기를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린다거나, 이사회뿐 아니라 대학 구성원이 총장 선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거나 하는 등의 조처들이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가능하다. 다만 과거 사립학교법을 둘러싼 정쟁이 워낙 심했던 탓에,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국회의 사립학교법 개정을 기다리지 않고도 교육 당국이 곧바로 시행할 수 있는 조처들에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사립유치원 문제에 대해서도, ‘유치원 3법’이 국회 통과에 어려움을 겪자 정부가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을 개정해, 사립유치원들로 하여금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을 쓰도록 한 바 있다. 예컨대 ‘업무추진비 공개’의 경우,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손보면 국립대 총장처럼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도록 할 수 있다. 사립대뿐 아니라 학교법인까지 정보공개 대상 기관으로 지정하면, 학교법인 이사장도 업무추진비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이사장 친인척이나 이해관계에 놓인 자들이 개방이사가 되지 않도록 개방이사의 자격요건을 높이기 위해선 사립학교법 시행령을 개정하면 된다. ‘상법’은 회사 임원이나 최대주주, 관계회사 등의 이해관계인을 개방이사로 선임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그대로 사립학교법 시행령에 적용하면 되는 것이다. 학교법인 이사회 회의록 공개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5년으로 연장한다거나, 회의록을 막무가내로 ‘비공개’ 처분하는 일을 막기 위해 비공개 사유와 기간을 명시하고 그 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공개하도록 하는 것도,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하다. 다른 법률들을 손볼 수도 있다. ‘고등교육법’을 고치면, 대다수 학교에서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대학평의원회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만들 수 있다. 교육부의 감사규정을 손보면, 대학구성원 일정 비율 이상이 청구할 때엔 교육부가 해당 대학을 대상으로 종합감사를 실시하도록 할 수 있다. 학교법인이 내부고발에 나선 교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해선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을 거부하는 학교법인에게 이행명령과 이행강제금 등을 부과할 수 있도록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을 고칠 필요가 있다. ‘공직자윤리법’을 손보면, 사립대학 총장 및 학교법인 임원으로 하여금 재산을 공개하도록 할 수 있다. 그동안 사립대학의 부정·비리를 막기 위한 수많은 대안이 논의되어 왔고, 그 가운데 많은 대안들이 교육계의 검증도 거쳐왔다. 지난해 교육부가 발주해 받은 ‘사립대학 개혁방안’ 정책연구보고서에도 이런 대안들이 포함되어 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은 많다. 대학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높여서 근본적인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짚었다. 문제는 ‘사학 혁신’ 과제에서 현 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실행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뒤 교육 분야에서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다만 지난해 이른바 ‘사립유치원 사태’를 겪으며, ‘공공성 강화’라는 확고한 방향을 세우고 이에 어긋나는 사립유치원들의 집단행동에 단호하게 대처한 것 만큼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립유치원들의 부정·비리에 대한 전국적인 분노와 공감은 정부의 단호한 대처를 확고하게 뒷받침했다. 그 중심에 있던 유은혜 부총리가 “올해 하반기에 ‘사학 혁신’을 본격 추진한다”고 천명했다. 교육부 ‘사학혁신추진단’은 그동안 활동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삼아 조만간 교육부에 권고안을 낸다. 교육부는 6월 중으로 비리사학 근절과 사학 혁신 내용의 제도개선 및 법령 개정 과제들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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