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자율주행 자동차를 타고 편히 이동하는 공상을 하다, 어렸을 적 즐겨보던 <전격 제트(Z) 작전>이라는 드라마의 자동차 ‘키트’를 기억해냈습니다. 주인공의 뜻대로, 때로는 주인공보다 나은 판단으로 멋지게 이동하던 인공지능 자동차 키트.
이처럼 인공지능은 아주 오랫동안 우리의 곁에 상상의 대상으로 존재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아주 가까운 일상의 존재입니다. 영상이나 음악, 뉴스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에서는 내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해주고, 인공지능 스피커와 대화를 나누는 아이들의 모습을 광고에서 접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일상화된 인공지능은 아직 가까우면서도 먼 존재인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고 우리의 생활을 편하게 해주는 것 같으면서도,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리라 예견되기도 하여 막연한 두려움이 들기도 하지요.
인공지능은 과연 과학자들만의 영역일까요? 인공지능이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인공지능 기술의 수동적 이용자로서만 머물러서는 안 되지 않을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이런 고민을 하던 중 핀란드에서 진행 중인 일반인 대상의 인공지능 교육인 ‘인공지능의 요소’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 교육 프로그램은 헬싱키대학 컴퓨터과학과와 컨설팅 기업인 레악토르가 함께 만들어 운영하는 무료 온라인 코스로, 인공지능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의 저변을 최대한 넓히기 위해 고안되었다고 합니다. 교육 내용은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 인공지능으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가, 인공지능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는 무엇인가, 인공지능을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등입니다. 이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은 영어로 제공되어 있어 핀란드에서 살지 않는 사람들도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어요.
인공지능의 요소를 개발한 헬싱키대학의 컴퓨터 과학자 테무 로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 교육 프로그램의 목표를 “민주주의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컴퓨터 과학을 모르는 사람들도 인공지능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이를 통해 인공지능과 관련된 국가 정책이 수립될 때 자신의 의견과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핀란드의 교육 프로젝트는 지금 우리에게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주도성이 중요하고, 지금의 학습자는 과학기술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수동적 소비자가 아닌 과학기술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협력자로서 성장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요? 다음 칼럼에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기획한 인공지능 관련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사례를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아미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이해>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