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청와대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집행부와 해고자들이 문재인 정부 규탄 및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법외노조’ 상태로 결성 30돌을 맞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문재인 정부에 투쟁을 선포하고 청와대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전교조는 29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외노조 취소 약속을 지키지 않은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며 투쟁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날 전교조는 청와대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돌입했다. 또 오는 6월12일에는 광화문 일대와 청와대 앞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거부! 문재인 정부 규탄 전국교사결의대회’ 제목의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은 “전 정권의 대표적인 적폐인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끝내 외면한 문재인 정부는 ‘촛불정부’라 할 수 없다. 더이상 정부에 시혜적 조처를 요청하지 않고, 전교조의 단결된 힘으로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법외노조 문제로 2016년 해고된 이용기 전교조 경북지부장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학교로 돌아갈 기대에 부풀었지만, 그 전보다 더 긴 2년의 세월이 지나갔다. ‘촛불정부’라면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로 적폐청산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교조의 요구는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처리하기로 한 만큼, 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노조법 시행령 제9조2항과 전교조 법외노조를 직권으로 취소하라”는 것이다. 청와대에서는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에 대해 국회에서 법 개정으로 풀어야 할 사항이라는 태도다. 그러나 전교조는 “국제노동기구 핵심 협약을 비준하기 위한 의지와 진정성을 보이려면, 국회의 입법 사항이 아니라 정부의 행정명령과 대통령령으로 가능한 조처를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9일 청와대 앞 도로에 전국교직원노동자합 집행부와 해고자들이 천막 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2심 패소 뒤 전교조가 ‘대법원에 상고하기보다 때를 기다린 뒤 정부의 행정명령을 통해 법외노조 문제를 풀자’는 제안을 거절했다”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전한 언론 보도에 대해, 전교조 쪽은 “2016년 당시 정부는 박근혜 정부로, 전교조와 그런 제안을 주고받을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2013년 박근혜 정부 때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 통보’ 공문을 보낸 뒤 불거졌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전교조는 결성 20년을 맞는 5월28일 이전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해왔고, 올해 326명의 사회원로와 1610개 시민단체, 시도교육감협의회, 학부모단체 등 각계각층이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정부에선 답이 없었고, 전교조는 28일 끝내 법외노조인 상태로 30살 생일을 맞았다. 현재 법외노조 문제로 전교조 조합원 34명이 해고된 상태다.
글·사진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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