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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한 명도 소외·낙오 없는 행복한 울산교육 함께해요”

등록 2019-05-27 20:05수정 2019-05-27 20:11

인터뷰ㅣ 노옥희 울산광역시 교육감

보수에서 진보로 교육감 바뀌어
신뢰회복 위해 청렴도 강화 첫손
무상급식 등 학부모 부담 줄여
교사 행정업무도 대폭 축소 계획

학교 운영, 자율과 자치 확대
학부모 적극 참여 제도적 지원
교육 활동도 지역사회로 넓혀
“성적으로 줄세우는 일 없을 것”
노옥희 울산시 교육감.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이 그의 최고 교육행정 방침이다.
노옥희 울산시 교육감.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이 그의 최고 교육행정 방침이다.

울산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교육감이 ‘보수’에서 ‘진보’로 바뀐 유일한 곳이다. 노옥희(61) 울산시 교육감은 1997년 광역시 승격 이후 20여년 줄곧 ‘보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울산교육에 새로운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먼저 전직 교육감들의 잇따른 비리로 불신받아온 교육행정의 신뢰 회복을 위해 청렴도를 강화하고 나섰다. 금품·향응 수수 등 중대비리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의 시범 케이스로 최근 학교장 1명을 파면하는 등의 단호한 조처로 만년 꼴찌의 청렴도를 중위권으로 올렸다. 또 지난해 9월 고교 무상급식을 시작으로 유치원까지 전면 무상급식, 초등 학습준비물비 지원 확대, 초·중·고 수학여행비와 교복비 지원 등의 교육복지 시책으로 전국 최고 수준의 학부모 교육비 부담도 크게 줄였다. 이 밖에 학교장과 교사, 학부모는 물론 학생들과도 원탁토론이나 열린교육감실 운영 등으로 활발히 소통하고, 강제로 이뤄졌던 방과후 학습과 야간자율학습은 말 그대로 학생 자율에 맡겼다.

노 교육감은 “누구보다 학생들이 가장 반긴다”며 “딱히 한 것도 없는데 학생들이 교육감이 ‘우리 편이다’ ‘우리 얘기를 잘 들어주고 말이 통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의 교육청 집무실 옆 접견실 벽에는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교육’이라는 그의 교육정책 방침을 함축한 글이 걸려 있다. 지난 24일 오후 접견실에서 노 교육감을 만나 그가 추진하는 울산교육의 변화와 혁신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 교육 혁신, 아이들이 가장 반겨

―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은?

“학교 교육은 공교육이고, 공교육의 기본 책무는 아이들이 태어난 환경이나 부모의 경제력, 또는 시험 성적 때문에 단 한 명도 소외당하거나 낙오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올해 예산을 짤 때 학교·학급·학생 수 등 일반기준에 따른 기본적인 지원 외에 저소득층 자녀가 많은 학교에 ‘배려예산’을 더 지원했다.

또 초·중·고는 대학에 가기 위해, 대학은 취직하기 위해, 시험 성적으로 줄 세우는 입시·경쟁 위주의 낡은 교육으로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자기 삶이나 꿈을 찾을 수 없다. 각 연령대의 성장발달과정에 맞춰 놀거나 배우고, 개성에 따라 꿈과 재능을 맘껏 발휘하게 하는 그런 교육이 돼야 한다. 한 명의 아이도 학교생활에서 소외되지 않고 모두가 즐겁고 행복하게 수업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 행복한 수업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교사들이 수업 외 행정 업무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사들이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학교 업무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공문서를 줄이고, 각종 전시성 행사와 실적 위주 사업을 지속해서 축소·정리해 교사들이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래야 수업을 하다가 부족한 부분은 학교마다 교사들 스스로 학습공동체를 만들어 연구하고 토론하며 보완해갈 시간의 여유가 생긴다. 이때 교육청은 학습공동체에 필요한 예산 지원만 해도 된다.”

― 학교 업무 정상화는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교사들에게서 벗어난 중요 업무의 분담을 위해 학교 구성원 간의 자발적인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교육감 혼자만의 의지로는 안 된다. 교육공동체 전체 구성원이 스스로 나서 의견을 모으고 협의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공무원노조·교원노조·학교비정규직노조 등 이해를 달리할 수 있는 구성원 조직 간의 자발적인 합의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다. 이것이 되지 않고선 수업을 바꾸고 학교를 바꾸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학교 운영에 자율성을 많이 강조하는데?

“아직도 교복·수학여행·급식 등 학교 자체적으로 결정할 문제를 일일이 교육청에 묻고, 공문이 내려가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학교가 있다. 그동안 중요 결정권을 교육청이 다 쥐다 보니 학교가 수동적으로 돼갔다. 학교의 자치역량을 최대한 살리고 교육청은 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꿔가야 한다.”

― 학생들에게도 자치와 자율을 허용하나?

“진정한 교육 혁신은 교사의 의지와 함께 학생들의 자치가 살아나야 가능하다. 올해부터 학생참여예산제를 시행해, 초·중·고 각 학교 학생회에 80만~300만원씩 예산을 줘서 스스로 집행해 쓰게 했다. 학생회 공약사업이든 전교생 의견을 수렴해 결정한 사업이든 학생회가 스스로 한 해 예산을 편성해 집행하고 연말에 자체 결산평가를 하는 식이다. 교육의 주체로서 학생들에 대한 믿음으로 시작한 이 시책이 학생들에게 자신감과 자율성을 키워주는 교육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도 교육의 주체이기 때문에 학교에 부탁하거나 간섭하는 위치가 아니라, 자기 아이를 포함한 전체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을 갖고 떳떳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 학교 안에 학부모회 회의실을 제공하고 예산도 지원할 수 있게 관련 조례도 발의해 놓았다.”

노옥희 울산시 교육감이 지난해 11월 학성여중 1학년생들을 만나 원탁토론을 하는 모습.
노옥희 울산시 교육감이 지난해 11월 학성여중 1학년생들을 만나 원탁토론을 하는 모습.

■ 감옥 같은 학교 공간도 혁신 추진

― 학교 공간도 혁신의 대상이 되나?

“지금까지 학교 공간은 거의 ‘감옥’과도 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 운동장에 사열대 같은 조회 단상이 있고, 교실도 복도를 따라 줄지어 있는 사각형의 획일적인 구조다. 학교 공간 혁신사업으로, 우선 새로 짓는 학교부터 사각형 구조를 탈피해 복도에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카페나 놀이 공간을 만들고, 도서관도 아이들이 편하게 누워서 책을 볼 수 있는 식으로 다양하게 공간을 조성할 생각이다. 이 과정에도 결정은 교사와 학생 등 학교 구성원들이 의견을 모아 하고, 교육청은 이를 지원하는 데 그칠 것이다.”

―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육도 추진한다는데?

“울산은 학교 울타리를 넘어선 다양한 체험학습 공간이 부족하다. 마을과 지역으로 배움의 공간을 넓혀 다양한 인프라를 활용한 교육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며 민주시민으로서 자질을 키워가는 것도 중요하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마을교육공동체’와 ‘교육혁신지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마을교육공동체는 울주군 상북면 지역에 폐교된 학교 2곳의 시설과 공간을 활용해 지역 학생과 주민들이 체험학습과 공동체 공간으로 함께 사용하게 하거나 마을 어린아이들이 다 같이 이용할 수 있는 놀이터를 조성하려 한다. 중구에 조성할 교육혁신지구는 지역의 여러 교육자원과 연결해 방과후 학습이 학교가 아닌 마을 단위에서 다양하게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울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사진 울산시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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