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연구소가 실시한 ‘사외이사’ 관련 정보공개 청구 현황. 대학교육연구소 보고서 갈무리
대학 교수들이 일반 기업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대학들은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작 일반 기업들은 사외이사를 포함한 기업 임원 현황과 보수를 공개하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 소장 박거용)는 27일 자료를 내고, “전국 국립대학과 서울 지역 주요 사립대학 50곳에 사외이사로 근무 중인 교수의 인적사항과 업체명, 근무기간, 보수 등에 관한 정보공개 청구를 했으나 정상적으로 공개한 대학은 26%인 13개 대학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14개 대학은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비공개’, 15개 대학은 ‘부분공개’했으나 핵심 내용인 업체명과 보수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비공개’ 처분한 대학은, 강원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전북대, 중앙대, 충북대, 한국해양대, 한양대, 홍익대 등이었다.
‘교원공무원법’은 대학 교수, 부교수 및 조교수가 “소속 학교 장의 허가를 받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체의 사외이사를 겸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신 “해당 사기업체로부터 받은 보수 일체를 소속 학교의 장에게 다음해 1월 말일까지 보고”(교원공무원법)하고, 관련 내역이 포함된 서류도 제출(교육공무원 임용령)해야 한다. 대학 교수의 사외이사 겸직은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주제였으나 2003년 교육공무원법 개정에서 허용이 됐다. 당시 교육부는 “보수 일체에 관한 세부 내역을 소속 대학의 장에게 제출토록 함으로써 사기업체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대학교원의 책무성 및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학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적용 대상이다.
전자공시시스템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임원·직원 현황. 대학교육연구소 보고서 갈무리
대교연은 “대학구성원이나 국민들은 대학 교수의 사외이사 겸직 현황을 알 권리가 있으며 대학 당국은 해당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있는데도, 대학들이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많은 대학들이 ‘개인정보’를 이유로 사외이사 관련 정보를 비공개했는데, 이는 법령에 어긋나는 결정이라고도 지적했다. 정보공개법은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열람할 수 있는 정보”는 개인정보라도 비공개 대상 정보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사외이사 관련 정보가 여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과 동법 시행령, 금융위원회의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등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미 일반기업들은 사외이사를 포함한 기업 임원 현황과 보수를 공개하고 있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들어가면, 사외이사를 포함한 기업 임원의 성명, 성별, 출생년월, 직위, 등기임원여부, 상근여부, 담당업무, 주요경력, 소유주식 수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별도의 임원 보수란을 통해 사외이사의 1인당 평균 보수액도 찾아볼 수 있다. 만약 어느 서울대 교수가 삼성전자에서 사외이사로 일하고 있다면, 삼성전자는 공개하고 있는 정보를 서울대는 공개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대교연은 정보공개에 폐쇄적인 대학의 관행을 비판하며, “교육부가 대학들이 정보공개 청구에 적극 응하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6년 12월부터 행정자치부는 사립대학에 직접 정보공개 청구를 할 수 있도록 전국 사립대·전문대를 ‘정보공개시스템’(open.go.kr)에 등록시켰는데,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원광대, 농협대 등은 아직까지 등록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또 이번에 사외이사 관련 정보공개를 비공개한 대학들을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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