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업체인 ○○○교육컨설팅의 누리집 화면 갈무리.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무료 대입정보 포털 ‘어디가’를 운영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민간 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대다수 학교들이 학교의 비용을 들여 서비스를 구매한다.
전국 단위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인 전북 상산고가 해마다 3학년 학생들에게 민간 업체의 진학상담서비스에 돈을 내고 가입하도록 안내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졸업생이 민원을 제기했으나, 관할청인 전라북도교육청은 “강압이 없었기 때문에 감사나 특별장학의 대상이 아니”라며 별다른 행정 처분 없이 민원을 종결지었다.
상산고 졸업생인 ㄱ씨와 전북교육청, 상산고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상산고는 지난 10여년 동안 해마다 3월 열리는 학부모총회 날 학부모들에게 민간 업체인 ‘○○○교육컨설팅’이 제공하는 진학상담서비스를 안내했다. 그 뒤 담임교사가 전체 학생들에게 가입동의서(개인정보활용동의서)를 일괄적으로 나눠주고, 나중에 학생별로 로그인을 위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이 서비스는 학생의 모의고사나 수능 성적 등을 입력하면 지원 가능한 대학이 어딘지 보여주는 온라인 서비스다. 비용은 1인당 1만5000원인데, 학급비에 포함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모아져 업체에 납부됐다. 이에 대해 ㄱ씨는 “학교가 외부 업체의 유료 서비스 가입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올해 전북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ㄱ씨는 “해당 서비스를 실제로 쓰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고도 주장했다.
전북교육청은 ㄱ씨의 민원에 “모든 학생들에게 가입하도록 한 것의 부당함에 대해 지적하고 더 이상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정 명령했다”고 회신했다. 그러나 실제 행정적으로 이뤄진 조처는 없었다. 상산고는 전북교육청에 “학생들에게 사용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한편, “소통 부족의 가능성”을 이유로 들며 앞으로 민간 업체를 통한 대입정보 서비스 활용은 중단하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국중학 상산고 교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애초 전국 단위 자사고로서 더 정밀한 대입정보서비스에 대한 학부모들의 필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며,
‘희망하지 않는 학생들은 가입시키지 말라’는 취지의 업무 쪽지가 남아있는 등 가입을 강요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민원인은 마치 부정·비리가 있는 것처럼 오해하고 있는데, 한 해 예산이 150억원이 넘는 상산고에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도 말했다. 전북교육청 담당자는 “민원인과 학교의 입장이 갈리는데, 감사나 특별장학의 대상이 아닌 데다 학교에서도 앞으로 ‘안하겠다’고 해서 민원을 종결했다”고 말했다.
이를 납득하지 못한 ㄱ씨는 교육부에도 “감사나 특별장학이 필요하다”며 민원을 넣었으나, 해당 민원은 전북교육청 감사관실로, 감사관실에서 또다시 최초 담당자에게로 전달됐다. ㄱ씨는 “결과적으로 학교는 아무런 처분도 받지 않았고 되레 ‘잘못한 게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른 교육청의 한 장학관은 “필요에 따라 민간 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학교가 진학상담서비스를 오롯이 책임지는 게 맞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특정 업체의 서비스에 일괄적으로 유료 가입하도록 한 조처는 부적절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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