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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스쿨미투’ 1년… “처리 현황 깜깜한 동안 가해자는 교단 복귀”

등록 2019-05-14 15:59수정 2019-05-14 20:30

정치하는엄마들, 스쿨미투 86곳 학교 전수조사

정보공개청구에 교육 당국은 ‘비공개’로 일관
“현황 제대로 밝혀야”… 행정소송 제기
학교에서는 가해 교사 복귀, 2차 피해 우려
'정치하는엄마들'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스쿨미투 처리현황 공개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정치하는엄마들'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스쿨미투 처리현황 공개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학교 현장의 성폭력을 피해 당사자인 학생들이 고발하는, 이른바 ‘스쿨미투’가 끓어오른 지 1년이 됐다. 그러나 교육 당국이 그동안 해당 사건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깜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는 동안 고발한 학생들이 졸업 등으로 학교를 떠나고 가해자로 지목받은 교사들은 조용히 학교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8년 3월 이후 전국에서 제기된 ‘스쿨미투’ 현황을 전수조사해, 학교 성폭력이 제기된 86곳 학교의 실명과 사건 개요를 담은 ‘스쿨미투 전국지도’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스쿨미투’는 지난해 3월 서울 용화여고 졸업생들이 재학 시절 교사들에게 당했던 성폭력 피해를 털어놓으며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지난 1년 동안 전국 90여곳 학교에서 연달아 일어난 바 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교육 당국이 ‘스쿨미투’ 관련 현황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교육 당국의 정보공개청구 답변서, 언론 보도 등을 바탕으로 전수조사했다”고 밝혔다.

정치하는엄마들의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스쿨미투’를 제기한 학교들은 서울 23곳, 경기 13곳, 인천 10곳, 부산 9곳, 경남 7곳, 충북 5곳, 대구 4곳, 광주 3곳, 충남 3곳, 강원·대전 각각 2곳, 세종·울산·전남·전북·경북 각각 1곳이었다. 학교별로 어떤 성폭력이 이뤄졌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최악의 한 줄’도 꼽았는데, "내가 입술로 인공호흡해줄까?"(경남 ㅁ학교), “얼굴이 사과 같이 빨개서 따먹고 싶다”(충북 ㅊ학교), "고년 몸매 이쁘네. 엉덩이도 크네"(광주 ㄷ학교) 외에도 차마 옮기지 못할 정도로 ‘최악의 한 줄들’이 많았다.

정치하는엄마들이 이렇게 자체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게 된 배경에는, 어떤 학교에서 어떤 사건이 있었고 교육 당국이 이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등의 정보가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전국 16개 교육청(제주 제외)에 ‘스쿨미투’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했으나, 대부분 ‘비공개’나 ‘정보부존재’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참 ‘스쿨미투’가 제기될 때 교육 당국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성범죄 저지른 교직원 즉시 징계)를 도입한다는 등의 약속을 내놨지만, 실제 현황이 어떤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다. 그런 가운데 가해 사실이 드러나 학교에서 사라졌던 교사들이 1년이 지나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정치하는엄마들의 지적이다. 애초 용기 있게 고발했던 학생들마저 졸업하고 나면, 가해 교사들은 마치 아무 일 없었던 듯 다시 교단에 설 수 있게 된다. 고발한 당사자가 재학생이라면, 2차, 3차 피해까지 일어날 수 있다.

때문에 정치하는엄마들은 ‘스쿨미투’ 참여 학교가 23곳으로 가장 많은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 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다고도 밝혔다. 정치하는엄마들은 과거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비공개한 교육 당국의 처분을 취소하는 행정소송에서 승소해, 사립유치원 문제가 세상에 드러나는 데 구실을 한 바 있다.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인 류하경 변호사는 “공공기관의 처분은 모두 공개가 원칙이고 예외가 있을 때만 비공개가 가능한데, 학교 성폭력이란 불법행위를 저지른 소수만이 얻을 이익이 그 예외 사례가 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하는엄마들'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스쿨미투 처리현황 공개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정치하는엄마들'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스쿨미투 처리현황 공개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정덕 활동가는 “학교의 명예를 훼손·모욕하는 건 가해자이지 피해학생들이 아니다. 교육 당국은 학생과 보호자들에게 교내 성폭력 처리 현황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여 알 권리를 보장하고 재발 방지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베로니카 활동가는 “가해 교사는 스승이 아니다. 학교성폭력 공론화를 이끌어낸 재학생, 졸업생 고발자들이야말로 시대의 참스승”이라고 지적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스쿨미투 전국지도’와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교육 당국의 답변서 등을 누리집(politicalmamas">https://cafe.naver.com/politicalmamas)에 올렸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3월 ‘스쿨미투’ 당사자들에게 무료로 법률지원을 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실제 상담 학생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하나 활동가는 “학교로부터 역고소를 당하거나 수사기관의 조사 과정에서 힘이 빠지는 등 고발에 나선 피해 학생이 겪어야 하는 고통이 너무 크다”며, 시민사회가 이들과 더 강하게 연대해야 할 필요성을 지적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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