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강원도 원주 섬강초등학교에서 황정회 교사를 만났다. 황 교사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강원 횡성 서원초등학교에서 근무하며 ‘학교 공간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올해는 새로 개교한 행복더하기학교(강원도형 혁신학교)인 섬강초등학교에서 공간혁신팀을 이끌고 있다. 황 교사에게 교실은, 아이들과 1년을 보내는 중요한 삶의 공간이다. 교실이 생활의 터전인 건 아이들도 마찬가지라고 황 교사는 생각한다.
―학교 공간혁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시작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출발했다. 예전에 우리 학교에 전근 온 한 남자 선생님이 교실 책걸상과 사무기기를 새롭게 배치한 적이 있다. 칠판 앞에는 가벼운 책상 하나와 노트북 한 대를 연결해 아이들의 시선을 넉넉하게 확보했고, 컴퓨터 책상은 교실 뒤편으로 옮겨둔 것이다. 소품 몇 가지와 작은 가구 한두 개만으로도 교실이 한결 아늑해졌다.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변한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교실 디자인’ 하는 방법은?
“수업과 연계하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 첫 단계는 ‘문제점 찾아보기’다. 아이들에게 우리 교실 모습이 어떤 것 같은지 묻는 것으로 시작하면 좋다. 교실에 있었으면 하는 것, 불편한 점, 변화했으면 하는 것을 함께 이야기하면 된다. 블라인드부터 바닥 매트, 책장, 벽화 등 다양한 피드백이 나온다. 국어 시간 ‘설명하는 말하기’에 대해 공부하며 아이들 각자 자신이 상상한 교실을 소개하고 설득하는 시간을 갖는다.”
―설계도는 어떻게 그리나?
“수학 시간에 ‘도형의 길이’를 배우면서 실제 교실의 크기와 가구 배치를 줄자로 재어봤다. 그 비율에 따라 온라인 설계도를 만들었다. 의외로 사용법이 간단해 웹사이트에서 가구 아이콘을 드래그하고 실측 크기를 그려 넣는 것만으로 3차원 입체 설계까지 해볼 수 있었다. 가상공간이지만 아이들이 생각했던 교실 모습이 화면을 통해 시각화되면서, 더욱 흥미를 갖게 되더라. 실과 시간에는 정리정돈을 배우며 아이들과 내가 교실 공간을 하나씩 정리해 나갔다.”
―아이들과 ‘교실 공간’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공간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아이들이 교실에 더욱 애정과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을 느꼈다. 바닥 매트부터 스텝스툴(계단식 의자), 책장까지 어찌 보면 작은 소품이지만 아이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직접 선택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교실이 교사 개인의 업무 공간이나 학교에 속한 시설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보다, 아이들과 함께 사용하는 생활 터전으로 여기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예산을 받아 새롭고 비싼 무언가를 들여놓거나 겉만 화려한 리모델링을 하자는 게 아니다. 아이들 눈높이에서 어깨를 마주하고 교실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본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민주적인 공간혁신 교육이다.”
글·사진 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