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스승의 날을 앞두고 교원단체·노조 등이 실시한 교원 설문조사에서 대다수 교원들이 ‘교원들의 사기가 떨어졌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과도한 ‘학부모 민원’ 등을 주된 어려움으로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13일 공개한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54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교원들의 사기가 최근 1~2년간 어떻게 변화했냐’고 묻는 질문에 87.4%가 ‘대체로 떨어졌다’(41.6%) 또는 ‘매우 떨어졌다’(45.8%)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스승의 날을 맞아 해마다 실시해온 설문조사에서 가장 높은 수치로, 10년 전인 2009년에는 같은 문항에 대해 ‘떨어졌다’고 응답한 비율이 55.3%에 그친 바 있다.
전체적으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갈수록 심화되는 ‘교권 추락’ 현상에 대한 교원들의 위기의식이 크게 반영됐다. ‘학교 현장에서 교권이 잘 보호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65.6%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교직 생활 중 가장 큰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는,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55.5%)를 꼽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문제행동, 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48.8%), ‘교육계를 매도·불신하는 여론·시선’(36.4%)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들은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한 시급한 과제’로 ‘교원의 교권 확립’(69.3%), ‘사회적 요구의 무분별한 학교 역할 부과 차단’(48.4%) 등을 주로 꼽기도 했다.
교원의 명예퇴직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도, ‘학생 생활지도 붕괴 등 교권 추락’(89.4%), ‘학부모 등의 민원 증가에 따른 고충’(73%) 등이 압도적으로 많이 꼽혔다. ‘가장 시급히 교육재정이 쓰여야 하는 분야’로는 ‘정규 교원 확충 및 학급당 학생수 감축’(70.9%), 학생 건강, 쾌적한 교육환경을 위한 시설 개선’(49.9%) 등을 꼽았다.
이날 서울교사노동조합도 교원 278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는데, 전체적인 인식은 교총의 설문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교사들의 학교생활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소’로 ‘학부모의 비합리적인 민원’(42.1%), ‘교사를 무시하고 괴롭히는 학생들의 언행’(23.7%)이 주로 꼽혔다.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교육 현안’으로는 ‘교육활동 보호(교권 보호)’(48.7%), ‘학교폭력대책위의 교육청 이관’(36.4%), ‘행정업무 간소화’(30.8%) 등을 꼽았다. 특히 지난해까지 해마다 1·2위를 차지하던 ‘성과급 폐지’(29.4%), ‘교원평가 폐지’(15%)는 후순위로 밀렸다. 이에 대해 서울교사노조는 “학부모, 학생 등에 의한 교육권 침해가 날로 늘어가는 현실과 학교폭력으로 인한 행정업무 폭주 등의 변화된 교육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교총과 서울교사노조 모두 “교원들의 사기와 교권이 ‘저하’를 넘어 ‘추락’한 데 대해”(교총), “나날이 심화되는 교권 침해로 인한 교육활동 의욕 상실 문제 해결을 위해”(서울교사노조)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교육 당국에 촉구했다. 교총은 “교원지위법의 현장 안착 등을 통한 실질적 교권 확립과 교원들의 생활지도권 강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서울교사노조는 “법적 제도 정비 등의 종합대책뿐 아니라 실행 가능한 ‘교사의 교육활동 보장’ 조치가 필요하다”며, ‘교사에게 업무용 전화 지급’과 ‘상담예약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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