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올해 하반기부터 ‘사립대학 개혁’ 고삐를 강하게 죌 전망이다. 무엇보다 종합감사 등 사후 조처를 강화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인 문제인 법 제도를 손보는 수준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교육부 관계자는 1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오는 7월 교육부가 내놓을 ‘고등교육 혁신방안’에는 사립대의 투명성·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사학 혁신’ 방안이 포함될 전망”이라며 “예컨대 사립대학 법인 이사회 회의록의 공개 기간이 현재 3개월인데, 이를 최소 1년으로 늘리는 등 법 제도적 측면에서의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혁신이 그 주된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립대 부정·비리 문제를 바로잡는 ‘사학 혁신’은 교육계에선 최대 난제로 손꼽힌다. 최근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하반기 주요 과제로 천명한 뒤 새롭게 관심을 받고 있다. 이른바 ‘주요 사립대’인 고려대가 교비를 부적절하게 쓴 다양한 실태가 감사를 통해 드러나면서, ‘사학 혁신’을 요구하는 여론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 정부 출범 뒤 교육부는 ‘사학혁신위원회’를 설치해 40여개 대학을 조사·감사하고 부정·비리를 잡아내는 등 주로 사후 조처를 확대·강화하는 데 ‘사학 혁신’의 초점을 맞춰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법 제도적 측면에서 사학 혁신의 핵심으로 꼽히는 ‘사립학교법’(사학법) 개정이 쉽지 않다는 현실도 간과할 수 없다. 과거 참여정부는 개방이사 도입 등 사립학교의 투명성·자율성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이에 반발한 보수세력의 대결집에 부닥쳐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 이런 경험 때문에 교육계에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섣불리 추진하기 어려운 ‘트라우마’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
반면 지난해 ‘유치원 공공성 강화’ 정책처럼, 여론의 지지가 확고하다면 사립학교법 개정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립학교법 개정은 ‘족벌체제’ 등 사립학교의 핵심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필수적이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학교법인 이사회 구성에서 친인척 비율 제한을 현행 ‘4분의 1’에서 ‘5분의 1’로 확대하거나 모든 이사의 친인척은 대학 총장으로 임명할 수 없게 제한하는 방안, 또 부정·비리 당사자가 적어도 10년(현행 5년) 동안엔 대학으로 복귀할 수 없게 금지하는 방안 등이 꼽힌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층의 극심한 반발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긴 쉽잖을 전망이다. 때문에 사립학교법 개정만을 바라볼 게 아니라, 사립학교법 시행령이나 고등교육법,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등 기타 법률을 손봐 다양한 방식으로 법제도 차원의 ‘사학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국회 토론회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사항과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사항, 기타 관련법 개정사항 등을 정리한 바 있는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효과를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교육부 역시 ‘사학 혁신’과 연관되는 다른 법 제도들을 폭넓게 손보는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현재 학교법인 이사회 회의록은 3개월 동안만 공개하게 되어 있어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 ‘사립학교법 시행령’만 고쳐도 이를 5년으로 늘려 실효성을 강제할 수 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고치면, 학교법인 이사장 및 대학 총장의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도록 할 수도 있다. 또 사립대 부정·비리를 알린 대학에서 해임된 내부 고발자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심사에서 ‘해임 부당’ 결정을 받아 복직한 뒤 재임용을 거부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선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 을 개정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심사에 불복한 대학에 이행명령과 이행강제금 등을 부과하게 만들 수 있다.
이밖에 교육부는 감사 활동도 꾸준히 강화할 계획이다. 가장 강도 높은 감사인 종합감사는 보통 한 해에 3곳 정도를 대상으로 삼아왔는데, 올해부터는 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회계 분야만을 살피는 회계감사는 올해 20여곳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얼마 전에는 외부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시민감사관’ 제도를 시작했는데, 이 역시 사립대 부정·비리를 잡아내는 데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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